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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182

과연 귀농만이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해결책일까

쌍용자동차가 무기한 조업 중단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리 된다면, 짐작건대, 정규직은 휴직을 하고, 비정규직은 해고가 될 것입니다. 도산하는 납품 업체도 생기겠지요. 추운 겨울, 가슴에 스산함을 담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아무래도 늘게 생겼습니다. 좀 엉뚱하다 싶으면서도 눈길을 끄는, ‘비정규직 근본 해결책’을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2008년 11.12월호(103호) “왜 지금 다시 ‘박현채’인가” 29쪽과 30쪽에 나옵니다. 박현채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민족 자립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이 경제학의 핵심은 ‘자립’입니다. 스스로 힘으로 서야 하고, 또 설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박현채 전집’(모두 7권)을 발행하는 실무 책임을 맡았던 박승옥은 에 쓴 이번 글에서..

역사책과 국사 교과서는 어떻게 다를까

저는 책을 난잡하게 읽는 편입니다. 한 책을 읽다가 어떤 대목에서 관련되는 다른 부분이 생각나면 바로 다른 책을 끄집어내어 읽고는 합니다. 이러다 보니 제 책상에는 언제나 책이 너절너절하게 쌓여 있기 십상입니다. 1. 10만년 전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중3 되는 딸에게 주려고 조경철 씨가 쓰고 사계절에서 펴낸 ‘문화로 읽는 세계사’를 샀습니다. 한 장 두 장 뒤적이다 보니 재미가 있어서 줄줄 읽고 말았습니다. 두어 시간 읽다가 책을 덮으려는데 눈길을 끄는 부분이 띄었습니다. 19쪽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네안데르탈인)이 약 10만 년 전쯤부터 시체를 매장했다는 사실이다. 유명한 매장지의 하나가 이라크 자그로스 산맥에 있는 샤니다르 동굴이다. 30세 정도의 네안데르탈인 남자가 매..

현영과 공지영 가운데 누가 더 셀까?

며칠 전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잘 팔리는 책을 소개하는 그런 글이었는데 공지영의 산문집이 대상이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있는 책인데요, ‘즐거운 나의 집’을 먼저 읽고 잇달아 샀던 책이지요. “소설가 공지영(46)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내려가다 다시 올라왔다. MC 현영(33)이 2008년 12월 27일 MBC TV ‘명랑히어로-명랑독서토론회’에 출연, 강력히 추천한 덕분이다.” 2008년 3월에 나온 책입니다. 2008년 12월 24~30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에 여덟 번째로 오르더니 올해 1월 2~8일 인터파크서는 두 번째 자리까지 치올랐습니다. 우리 지역은 어떤가 싶어 봤더니 3일치에서는 10등 밖에 있었으나 10일치에서는 7등을 했더군요. 그러니까, 높은 ..

학생증 쳐다보니 선생님 생각나네

책장 서랍을 정리하다보니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학생증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는 부산 사하중학교를 다니다가 2학년 2학기에 대구 청구중학교로 전학했습니다. 청구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언제나 어디서나 양심과 정의와 사랑에 살자!’ 당시는 남문동 남문시장 근처에 있던 대건고등학교에 들어가 82년 2월 졸업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청구중학교에서는 학생증을 만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게 남아 있는 학생증은 대건고교 3개와 사하중 2개가 전부입니다. 사하중학교는, 아주 멋진 학교였습니다. 지금은 학교보다 높은 건물이 너무나 많이 들어서서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 때는 4층 교실에서 멀리 다대포 앞바다가 보였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생각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요? 국어 선생님 시 낭독하는 소리를 ..

가난한 시절 밥 남겨주던 따뜻한 배려

세밑입니다. 춥습니다. 12월 초순 사랑하는 후배 이헌수랑 같이 점심을 먹는데, 갑작스레 옛날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먹던 점심이 시래기국밥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70년대 초반까지는, 밥을 짓기 앞서 보리를 먼저 삶아뒀습니다. 그렇게 삶아둔 보리쌀을, 밥을 지을 때에 가장 아래에다 깔아둡니다. 그야 물론, 쌀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부풀어 오르는 정도도 보리가 쌀보다 더하지요. 보리를 깔면 쌀은 그보다 훨씬 적게 들어가도 분량은 비슷해지게 된답니다. 나중에 나온‘납작보리쌀’은 미리 삶지 않고 쌀이랑 같이 안쳐도 되었는데, 미리 삶아두지 않으면 보리가 제대로 익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지금은 밥 푸는 순서가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그 때는 꽤 중요했습니다. 밥을 주걱으로 미리 저어두기도 했지만, ..

뉴튼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까닭

저는 어린 시절에 그것이 제일 궁금했습니다. 같은 어린이 잡지에 심심하면 실렸던 내용입니다. 그러나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습니다. “뉴튼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여러분도 무엇이든 예사로 여기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면 훌륭한 발견을 할 수 있다.” 만유인력은, 지구 중심에서 물질을 끌어당기는 힘이지요. 제 생각은 이랬습니다. 만유인력이 있든 없든 사과 열매가 가지에서 분리되면 하늘로 치솟지 않고 당연히 아래로 떨어지지. 그런데도 어떻게 그것만으로 만유인력이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저는 이런 궁금증을 풀지 못한 채로 10대와 20대를 지났습니다. 선배들이나 어른들에게 물었으나 그리 당연한 것을 왜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타박만 듣기 일쑤였습니다. 30대에 들어서고 4년쯤 지난 9..

선생님 떠올리게 하는 30년 전 통지표

오랜만에 책장 서랍을 정리했습니다. 그랬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1975년 국민학교 6학년 때 받은 통지표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중2 딸 현지는 이 통지표를 두고 ‘문화재’라 하네요.) 제가 창녕국민학교 6학년 1반 57번으로 돼 있는 이 통지표를 물끄러미 쳐다봤습니다.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 때 그 시절’로 제 마음이 절로 돌아갑니다. 사실 통지표나 학교 생활에 얽힌 기억들이 별나게 있지는 않습니다. 당시 탁구 선수로 차출돼 4학년부터 6학년 1학기까지 2년 반 동안은 수업을 전혀 받지 않은 탓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껏 친하게 지내는 벗 영규가 그냥 한 번 더 떠오르고, 어릴 적 저 혼자 사무치게 짝사랑했던 어떤 여자아이가 기억에 스쳐지나갈 뿐입니다. 오히려 ..

‘님을 위한 행진곡’은 박물관에나 보내자

‘님을 위한 행진곡’이 있습니다. 저처럼 80년대 초반에 운동을 시작한 이들에게 이 노래는 거의 DNA 같은 무엇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이 노래와 저와 운동은 떨어지지 않는 하나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님을 위한 행진곡’이 불편해졌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던 90년대 초반이지 싶습니다. 노래를 불러도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었습니다. ‘운동권’ 일부의 선민(選民)의식에 문제를 느낀 시점과 비슷합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노랫말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

‘고구려’ 국호의 어원은 습지다?

‘高句麗’라는 한자는 ‘고구리’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근거는 뚜렷합니다. 이치에 합당하기도 합니다. 옥편에서 麗를 찾아보면 ‘아름다울 려’와 ‘나라이름 리’가 함께 나오는 것입니다. 2004년 7월 고구려를 깊이 연구하는 학자 이이화 선생을 강연에 모신 적이 있는데, 그 때 물었더니 “글쎄, ‘리’가 맞겠지. 그렇기는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현실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이러셨습니다. 제가 보기에, 고구려라도 관계없지만 고구리라면 ‘현실적으로’ 좀더 의미가 있음직한 영역이 있습니다. 먼저 ‘高句麗’라는 낱말이, ‘高句麗’라는 나라가 성립하기 이전에 이미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우리 역사책에서는 예수 기원전 37년에 주몽이 이끄는 부여족 갈래가 압록강 지류인 동가강 ..

‘초벌 방송은 알겠는데, 재벌 방송은 뭐지?’

11월 26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규탄 집회를 하러 서울에 갔습니다. 언론노조에서 ‘재벌방송 반대’라고 적힌 검은 깃을 나눠주기에 옷에다 달았습니다. 이에 앞서 저는 YTN이 검은 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하는, 이른바 ‘블랙투쟁’을 시작하고 언론노조가 그것을 받아 안은 뒤로는 줄곧 검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검은 옷에 검은 깃을 달고 있으니 사람들 눈길이 끌리나 봅니다. 지나가면서 힐긋힐긋 쳐다보기도 하고요, 버스 정류장 같은 데서는 대놓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12월 5일이었습니다. 우체국에 갔더니 창구 직원이 깃을 보고 물었습니다. “그게 뭐예요?”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재벌이 방송에 진출하는 데 반대한다는 얘깁니다.” 했습니다. 웃음은 여전히 입에 머금고 있었지만 그 직원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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