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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126

생각을 바꾸니 '푸른 겨울'이 보였다

얼마 전 김훤주씨가 '겨울철 양산 통도사에서 본 싱싱한 들풀'이라는 포스팅을 통해 한겨울에도 조금만 관심을 두고 보면 이런 푸른 풀들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훤주씨는 이 글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멀리를 보면 실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까이를 봐야 실체가 보입니다. 그러니까, 고개를 높이 들어 멀리 산을 보면 거기서 파란 풀을 볼 수 없습니다. 그냥 이미지만 머리에 남겨집니다. 그러나 고개 숙여 눈 앞 뜨락을 훑어보면, 거기에는 뚜렷한 실체를 가진 파릇한 풀이 있습니다." 과연 이 글을 읽고 난 뒤, 자연을 보는 제 눈이 좀 달라졌습니다. 지난 목요일 대전에서 있었던 회의에 참석했다가 다음날인 26일 충남 공주에 있는 계룡산 동학사를 둘러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거기서도 여기저기 푸른 ..

1km 거리에 택시요금 3100원을 치른 까닭

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저는 차가 없습니다. 면허도 없습니다. 그래서 택시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누구보다 자주 애용합니다. 특히 저에게 택시는 언제, 어디서든 손만 들면 척 달려와서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기사 딸린 자가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급할 때나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는 걸어서 갈만한 짧은 거리도 택시를 이용할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도 출근하면서(조간신문사는 일요일에도 출근합니다.) 택시를 탔습니다. 거리로는 1km가 조금 넘고, 요금도 기본요금(1800원)밖에 나오지 않는 가까운 곳입니다. 그런데 지도에서처럼 처음으로 우회전하는 [경유지]부터 택시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평소에도 [출발지]부터 [경유지]까지는 불법주차가 많아 우회전 차량도 직진신호를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경우가 ..

노인들이 윗채 놔두고 아랫채 쓰는 까닭

저는 취재차 시골마을 어르신들을 만나러 다니는 일이 많은데요, 요즘 날이 추워지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번듯한 윗채를 그대로 비워둔 채 낡고 다 쓰러져 가는 아랫채 쪽방에서 기거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더라는 겁니다. 처음엔 이상한 생각도 했습니다. 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아 아랫방으로 쫓겨났나? 아니면, 그냥 사랑방에 있는 게 익숙해서…? 그런데, 어느날 하루 해가 지고 난 뒤 어두운 시간에 한 어르신을 찾아뵈었는데, 거기도 아랫채에 기거하고 계시더군요. 윗채는 아예 불도 꺼져 있었고, 할머니도 아랫방에 함께 계셨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계신 상황이라면 제가 짐작했던 이유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제서야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왜 윗채를 놔두고 여기 아랫방에 계세요?"..

동네식당의 귀여운 친근 마케팅

회사로 빨간 봉투의 편지가 한 통 왔습니다. 대개 회사로 오는 우편물은 보도자료이거나 각종 청구서들인데, 이건 좀 달랐습니다. 우선 인쇄된 글자가 아니라 직접 볼펜으로 쓴 필체였고, 보낸이도 여자 이름이 분명했습니다. 이상한 상상이 들기 시작했죠. 누굴까? 분명히 모르는 이름인데, 상대방은 어떻게 나를 아는 여자일까? 보낸이의 주소도 같은 산호동인데, 그렇자면 혹, 나도 몰래 나를 사모해온 여자? ^^; 함께 가져온 다른 우편물을 제치고 이걸 가장 먼저 뜯어봤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홍보물이었습니다. 새로 개업한 뼈다귀해장국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느 찌라시와는 다른 게 있었습니다. 편지봉투 안에도 짧지만 직접 자신의 필체로 쓴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세 자매가 꾸려가는 맛있는 밥집입니다. 들러서 좋은..

드디어 '신자유주의' 프레임에 벗어났다

"나는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시위장면을 보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순진하게도 펼침막이나 손팻말에 어김없이 '신자유주의 반대'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신자유주의'의 정치·경제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이 볼 때 '새로움'과 '자유'라는 그토록 좋은 말을 왜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말을 쓰더라도, 적어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른 단어를 써야 한다고 본다. 가령 '시장제국주의'라든지 '강자독식주의', '무한경쟁주의'라는 말을 쓰면 얼마나 명징한가." (2007년 11월 29일, '네거티브' 좀 하면 안되나?) "나는 수전 조지의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불편했던 게 바로 '신자유주의'라는 언어였다. 이 책은 ..

쓴소리 수용하는 환경단체, 보기좋았다

무식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환경주의자라거나, 생태주의자는 아닙니다. 굳이 무슨 무슨 '주의'를 따지자면 인간주의나 인본주의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환경을 무조건 '보호'의 대상으로만 본다든지, 사람이 좀 편리하도록 이용이라도 하면 큰 일 날듯이 하는 모습들이 가끔 못마땅하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이 블로거를 운영 중인 김훤주가 쓴 [습지와 인간](도서출판 산지니)이라는 책은 습지를 다루긴 했지만 자연 상태 그대로의 습지만을 고집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습지는 어떻게 존재해왔을까요? 자연 상태 습지를 떠올려보면 바로 답이 나오니까 어찌 보면 좀 어리석은 물음이기도 하겠네요. 하지만 예로부터 지금까지 인류 ..

책은 팔지만, 봉투는 받지 않습니다

저와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김훤주의 [습지와 인간](도서출판 산지니, 1만5000원) 출판기념회가 오늘(27일) 저녁 7시 창원 나비소극장에서 열립니다. 나비소극장은 정우상가 맞은편 한서병원 뒷골목 이바돔 감자탕 건물 지하에 있습니다. 출판기념회는 김훤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훤사모?)의 조인설 김범기 이시우 황규배 이진근 설미정 정동화 왕일규 박용규가 준비했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에 이름이 들어있지 않은 걸 보니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출판기념회는 책의 정가(1만5000원)대로 판매는 하고, 1만 원 이하의 뒤풀이비도 받지만, 액수를 알 수 없는 봉투는 아예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훤주를 잘 모르는 공무원이나 기업체 관계자는 참석을 사양한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

누가 민주화로 가장 덕을 봤을까?

[대한민국사](한겨레출판, 전4권)의 저자이자 성공회대 교수인 한홍구가 마산에 왔다. 마산YMCA가 주최한 시민논단에 '민주주의'를 강의하기 위해서였다. 한 교수와는 약 8~9년 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운동 조직화 과정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만, 이후 그는 주로 베트남전 진실위 활동과 평화박물관 건립, 국정원과거사위원회 활동 등에 주력하는 바람에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실로 오랫만에 다시 인사를 나누게 됐는데, 그는 조선시대 사람처럼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한 교수와 인터뷰도 했는데, 그건 나중 정리할 예정이다. 우선 그의 강의 내용 중에서 함께 생각해볼만한 이야기가 있어서 소개해본다. 강의 도중 그는 권영길 버전으로 이렇게 물었다. "민주화 돼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나요?" 그러면서 '누가 민주화로 ..

애독하던 문예지에 내 글이 실렸다

[창작과 비평]은 문학청년의 꿈을 키우던 대학시절 내가 가장 열심히 읽었던 책이다. 거기서 진행되던 민족문학 논쟁을 통해 사회의식에 눈을 떴고, 사회과학 이론이나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게 된 것도 [창비]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그래서인지, 백낙청 선생의 이론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진 요즘에도 [창비]에 대해서는 일종의 경외감 비슷한 것을 갖고 있다. 그런 [창비]의 2008년 겨울호에 처음으로 내 글이 실렸다. 그것도 맨 앞자리에. 비록 '독자의 목소리'란에 실린 짧은 글이지만, 그동안 내 글이 실렸던 다른 매체를 보는 것과 뭔가 다른 감흥이 있다. 별 내용은 없는 단상에 불과한 글이지만, '기념'하는 의미에서 올려본다. 독자의 목소리에 실리면, 글쓴이에게 1년 구독권을 준다고 한다. 공짜로..

70 노인이 말하는 빨갱이의 정의

며칠 전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해를 발굴해온 경남대 이상길 교수를 인터뷰해 "뼈에 무슨 이데올로기가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댓글에 또 '빨갱이' 운운하는 비방이 올라왔다. 그 포스트뿐 아니다. 과거 독재자를 비판하거나 은폐된 역사를 들춰내는 글을 쓰면 영락없이 '빨갱이'니 '좌빨'이니 하는 악플이 붙는다. 놀라운 것은 그런 댓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그다지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를 붉은 늑대로 표현했던 냉전 교육을 받지도 않은 젊은 세대가 아직도 그런 말투를 쓰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레드컴플렉스가 얼마나 뿌리깊은 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그들이 정말 빨갱이가 뭔지나 알고는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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