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동네식당의 귀여운 친근 마케팅

기록하는 사람 2008. 12. 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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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로 빨간 봉투의 편지가 한 통 왔습니다. 대개 회사로 오는 우편물은 보도자료이거나 각종 청구서들인데, 이건 좀 달랐습니다.

우선 인쇄된 글자가 아니라 직접 볼펜으로 쓴 필체였고, 보낸이도 여자 이름이 분명했습니다.

이상한 상상이 들기 시작했죠. 누굴까? 분명히 모르는 이름인데, 상대방은 어떻게 나를 아는 여자일까? 보낸이의 주소도 같은 산호동인데, 그렇자면 혹, 나도 몰래 나를 사모해온 여자? ^^;

함께 가져온 다른 우편물을 제치고 이걸 가장 먼저 뜯어봤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홍보물이었습니다. 새로 개업한 뼈다귀해장국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느 찌라시와는 다른 게 있었습니다. 편지봉투 안에도 짧지만 직접 자신의 필체로 쓴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세 자매가 꾸려가는 맛있는 밥집입니다.
들러서 좋은 말씀 주시구요.
축하도 부탁합니다.

맛?
드셔보시면 아실겁니다."



함께 들어있는 인쇄물 또한 세 자매의 사진과 함께 재미있는 소개글이 붙어있었습니다. 둘째 언니의 소개를 한 번 볼까요?


"둘째언니 오유정(오형) : 어릴 때부터 입에 쫙 붙는 음식을 곧잘 해내더니...꼭 하고 싶었다면서 아주 즐겁게 주방을 책임지고 있답니다. 지난 10여 년의 세월동안 검증된 맛으로 탄생한 XXX뼈다귀해장국의 맛 책임집니다."

귀엽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혹시 저를 알고 보내셨나요?"

"아, 저희 큰언니가 보냈는데요, 아시는 분들께도 보냈고, 인터넷에서 우리식당 인근의 회사 사무실과 인물 검색을 해서 알게된 분들에게도 보냈는데요. 혹시 우편물 받고 불쾌하셨던 건 아니시죠?"

"불쾌한 건 아닌데요. 좀 마케팅 방법이 기발하시네요. 다음에 기회되면 한 번 갈께요."

이 식당뿐 아니었습니다.

저희 식구들은 가끔 집에서 통닭을 배달해 먹는데요. 어느날 동네의 한 통닭집에 배달을 시켰더니 이런 엽서와 머리핀이 함께 왔더랍니다. 아내가 아주 즐거워하더군요.


비싼 건 아니겠지만, 머리띠가 리본모양으로 아주 깜찍했습니다. 요즘 아내가 이걸 즐겨 사용합니다.


엽서에 쓴 글도 아주 보는 이의 기분을 좋게 해줍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제가 직접 만든 악세사리를 선물로 드립니다. 미흡해 보이실지 모르지만 귀엽게 봐주세요.♡ 어려운 경기에 "파이팅! 하시고 저희 XX 맛있게 드십시오!~. 사랑합니다. 고객님♡"

저는 작은 식당이라도 이렇게 프로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면 망할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 하나만 봐도 손님에게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느껴져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마케팅 기법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제가 그 부분엔 좀 약해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친근마케팅'이라 붙여봤습니다.

이 두 식당이 부디 우리동네에서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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