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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126

20년만에 얻은 휴직, 어디서 죽칠까?

회사로부터 한 달 휴직을 받았다. 그것도 통상임금의 80%를 받는 유급휴직이다. 1990년 기자생활을 시작한 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얻게 된 긴 휴식이다. (1998년 경남매일이 폐업했을 때도 청산인 대표를 맡는 바람에 단 하루도 쉬지 못했고, 병행하여 경남도민일보 창간추진위원회 일을 하는 바람에 역시 하루도 쉬지 못했다.) 통상임금의 80%를 받으면서 한 달을 쉴 수 있다니, 직장인으로선 정말 황금같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너무 고마워 여름휴가도 반납했다. 한 달 휴직이 있는데, 휴가까지 쓴다는 게 좀 미안해서였다. 물론 회사가 어려워서 취한 조치인데다, 휴직 기간 중 해서는 안될 일들이 너무 많다. 이걸 어기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반납해야 한단다. 회사가 휴직자에게 공지한 휴직 기간 중 주의 사..

영화 '국가대표'에서 내가 깜박 속은 장면

영화 '국가대표'를 봤다. 일단 최근에 본 영화 중 '해운대'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물론 스케일이나 화려함으로는 '해운대'가 월등하다. 그럼에도 재미나 감동에선 '국가대표'가 훨씬 나았던 것은 그야말로 '스토리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글 : 영화 해운대 눈물포인트, 사람마다 달랐다) 물론 군데군데 좀 오버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특히 부잣집 딸이 찬모로 나오는 주인공의 어머니를 심하게 구박하는 장면), 신파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 정도 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신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해운대'를 보면서 코끝이 찡하고 눈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한 분이라면, '국가대표'에서는 줄줄 흐르는 눈물을 참..

담배 때문에 후배 여기자에게 혼이 났다

우리 편집국 맨 안쪽에 이른바 '골방'이라 불리는 작은 휴게실이 하나 있다. 휴게실이라기 보다는 제보자나 손님이 찾아오면 응접하는 공간이라 하는 게 맞겠다. 오래 전부터 이 방은 '흡연'이 허용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손님이 없을 땐 편집국 내 골초들이 자주 애용하는 방이기도 하다. 나 역시 하루종일 내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방을 흡연실로 애용해왔다. 이 방 외에는 바깥 계단 아래에 지정돼 있는 흡연공간에 선 채로 피워야 하므로, 느긋하게 앉아서 창밖을 보며 담배를 즐기기에 좋았다. 나뿐만 아니라 옆 자리의 자치행정부장이나 김훤주 기자 등 몇몇 애연가들도 그 방을 이용해왔다. 그런데, 이틀 전 오후 6시쯤이었다. 그 시간이면 조간신문의 1차 마감시간이다. 한참 바쁘게 기사 데스킹을 하던 중 흡연..

아파트 베란다에 개망초가 피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꽃을 키우다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물론 가슴아픈 일들도 생기지요. 관련 글 : 베란다 남천죽의 병충해, 도리가 없나요?)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베란다에 나가 놀기를 즐겨합니다. 화분이 제법 되다 보니, 1년살이 풀의 경우 그냥 흙만 남아 있는 화분도 몇 개 있는데요. 재미있는 게, 그런 화분도 베란다 난간에 내놓고 물만 주면 이름모를 들풀이 막 올라온다는 겁니다. 오늘 보여드릴 화분이 바로 그런 경우였는데요. 이런 들풀을 일부러 심지도 않았는데, 아파트 베란다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좀 희귀한 일 아닌가요? 약 한 달 전쯤인가? 베란다 난간에 내놓았던 화분에 잎이 마치 국화 비슷한 게 올라오기에 뭘까 싶어 그대로 두고 살펴봤습니다. 그랬더니 저렇게 쑥쑥 키가 크더니..

영화 해운대 눈물포인트, 사람마다 달랐다

영화 를 가족과 함께 봤다. 썩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볼만한 영화였다. 특히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트급 '재난영화'라는 점, 여기서 설정된 메가쓰나미가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는 점에서 그렇다.(참고 : 과학자가 본 영화 해운대와 쓰나미) 관객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CG 수준을 요구하는 지는 몰라도, 일부러 흠을 잡기위해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대한 파도가 몰려와 광안대교와 마천루를 덮치는 CG 씬도 손색이 없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가 좀 있습니다.) 스토리도 뭐 그런대로 무난했다. 함께 영화를 봤던 아들녀석은 일본의 재난영화 '일본침몰'보다 훨씬 스토리도 좋았다고 했다.(참고 : 영화 해운대와 일본침몰의 차이는?) 다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듯한 몇몇 장면들이 좀 거슬렸다. 예를..

롯데야구 때문에 길에 2000원을 날렸다

여러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나는 차가 없다. 운전면허도 없다. 그래서 택시가 주 교통수단이다. 알다시피 택시요금 미터기는 거리만 산정하는 게 아니라 시간도 잰다. 이른바 '시간-거리 병산제'다. 그래서 차가 밀리면 덩달아 요금도 올라간다. 어제 저녁 8시에 마산시내에서 약속이 있었다. 회사 업무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8시 5분 전에야 택시를 탔다. 약 200미터까지는 미끄러지듯 잘 나갔다. 그런데 마산공설운동장 앞 신호를 받아 왼쪽으로 꺽자 마자 앞에 차량들이 주차장처럼 꽉 막혀 있었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듯 했다. 알고보니 오늘 저녁 롯데 야구가 마산공설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리고 있단다. 그런데, 경기 시작 전에 갑자기 관람객 차량이 몰려서 그런 것도 아니고, 이미 야구장 안에선 경기가 한창 진행 중..

'개량한복 입은 운동권' 어떻게 보시나요?

얼마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 출신으로, 지금은 탈당한 후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직에 올인하고 있는 주대환 씨를 만났습니다. 이 블로그에 인터뷰를 포스팅하기도 했는데요. 그 때 그로부터 받은 책을 최근 읽었습니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상임고문으로 있는 신진보연대에서 낸 계간지 (여름호, 통권 제12호)라는 책이었는데요. 이번 주제는 '정치연합론-(범)진보세력의 재구축을 위하여'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범진보세력의 정치연합론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주대환 공동대표가 쓴 '한국 민주화세력의 환골탈태는 가능한가?'라는 글이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이 글에서 비판하고 있는 이른바 '운동권 문화'에 대한 주대환 대표의 지적이었는데요. 하필 이 엄혹한 시기에 웬 운동권 비판이냐 하는 분도 있..

발가락이 아니라 엄지손톱이 닮은 사람들

저는 세상 사람들의 모든 엄지손톱이 저처럼 생긴 줄 알았습니다. 제 엄지손톱이 보통 사람들과 상당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중학생이었던 어느날 시내버스 안이었습니다. 등굣길인지 하굣길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버스 천정의 둥근 손잡이를 잡고 있던 중 우연히 옆에 서 있던 사람의 엄지손톱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 손톱이 범상치 않았습니다. 마치 검지나 중지의 그것처럼 길쭉했던 것입니다. '아니? 왜 엄지손톱이 저리 길쭉하지?' 하지만 그 의문은 길게 가지 않았습니다. 범상찮은 엄지손톱은 버스 속 옆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였음을 곧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개를 돌려 몇 몇 사람의 엄지손톱을 보니 금새 확인되었습니다. 우리 형제들의 손톱을 봐도 저처럼 짧은 엄지손톱은 없었습니다. 얼마 후, 어머니..

힙겹게 버스 짐칸 닫는 할매 모습 불안

나는 할매들이 무거운 짐을 바리바리 들고 다니시는 걸 보면 공연히 마음이 아프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그런 것일까? 지난 4일 전남 여수에 갔다가 돌아오기 위해 여수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약 100미터 전방 하차장에서 보따리를 버스 짐칸으로부터 옮겨 싣는 할매를 봤다. 마침 카메라에 70-300망원렌즈를 키워놓은 상태여서 자연스레 뷰파인더로 할매 모습을 지켜봤는데, 짐칸의 문을 올리고 큰 보따리를 세 개씩이나 꺼낸 후, 다시 짐칸 문을 힘들여 닫아주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냥 짐만 꺼내고 열어둔 채 가도, 기사가 알아서 닫을텐데, 작은 키에 약한 힘으로 끙끙대며 짐칸 문을 내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영 불안했다. 키가 닿지 않으니까 양쪽 옆을 잡고 내린 후, 키가 닿는만큼 내려오자..

전라도 관광지에서 본 노무현의 흔적?

지난 3일 전남 여수에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강의시간이 저녁이어서, 하룻밤을 거기 모텔에서 자고 다음날 저를 불러주신 오문수 선생의 안내로 여수의 여기저기를 구경(내지 답사)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여수 최고의 관광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돌산도 향일암을 둘러보고 내려오던 길이었습니다. 오문수 선생이 "저기도 노무현 대통령의 흔적이 살아있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오 선생이 가리킨 곳을 보니 향일암 오르는 길에 즐비한 식당들 중 한 주점에서 손님들을 유인하기 위한 안내간판에 이런 글이 씌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딱 한잔, 좋습니다! 좋구요!" 약간 형광등인 저는 그걸 보고도 "뭐라고요? 어디 있나요? 노무현 흔적이?"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오 선생은 "좋습니다. 좋구요가 노무현 말이잖아요"라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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