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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126

나도 결국 이메일 망명을 하고 말았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개인 이메일도 이젠 안심하고 쓸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최근 검찰은 PD수첩 작가의 이메일 7개월치를 압수수색한 뒤 이명박 정부에 반감이 있다는 것을 기소의 근거로 삼았다. 검찰은 또 지난해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수사하면서 7년치 이메일을 모두 들여다 보았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오늘 보도를 보니 YTN 노동조합원 20명의 이메일도 무더기로 압수수색을 당했단다. 정말 겁나는 세상이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나도 오늘 구글에 G메일을 개설했다. 이른바 '이메일 망명'이다. 설마 경찰이 미국 기업의 메일을 압수수색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알 수는 없다. 개설한 G메일 주소는 kjw1732@지메일.컴이다. 앞으로 이 블로그의 대표메일도 ..

주례없는 결혼식, 참 보기 좋았습니다

오늘 친지 아들의 결혼식이 있어 울산에 다녀왔습니다. 저에겐 촌수로 손자뻘 되는 신랑의 결혼식이었는데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보통 식순대로 신랑 입장에 이어 신부가 아버지와 함께 입장한 것까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단상에 주례가 없었습니다. 주례도 없이 신랑과 신부가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맞절을 하고 나서니, 신랑 신부가 '결혼 언약 만들기'라는 순서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서로 믿고 사랑하며 잘 살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좋아 보였습니다. 기존의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는 한 마디 말할 기회도 없이 주례의 훈시만 들은 후, 사진 찍고, 폐백 올리는 것으로 끝나는데, 두 사람이 하객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랑을 맹세하는 모습이 참 보기좋았습니다. 그러면 책임감도 더 생기겠죠. 다음 순서..

광주 택시기사 "봉하마을 갈 준비나 해야겠다"

광주에 있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했다. 고속터미널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회사로 복귀하기 위해서였다. 이 글은 광주고속터미널에서 차 시간을 기다리는 중 쓴다. 택시기사가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 저나 노무현이 죽었대. … 오늘 아침에…. 농담 아니라니까? … 봉하마을 갈 준비나 해야겄다." 전화를 끊은 그에게 물었다. "자살이랍니까? 실족이랍니까?" "자살이겄죠. 자살로 믿고 싶네요.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대통령 물러나면서 받은 돈, 그게 뭐라고…. 얼마나 시달렸겠어요? 그저 가만히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그나 저나 기분 참 꿀꿀하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한 후 처음 들은 타인의 반응이었다. 참고로 그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을 찍지는 ..

블로그 운영 필수장비들 몽땅 분실하다

충격이 큽니다. 블로그 운영의 필수도구이자, 제 손때가 묻어 있는 애장품들을 몽땅 잃어버렸습니다. 캐논 400d 카메라와 번들렌즈, 55-250망원렌즈, 캠코더, 외장하드, umid사의 Mbook 등 장비들을 한꺼번에 분실했습니다. 대략 구입비용으로 따져보니 약 260만 원 정도였습니다. 지난 이틀동안 한 번도 블로깅을 못한 것도 이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1일이었습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디지털뉴스협회와 언론재단 뉴스저작권사업단 운영위원회 참석을 위해 마산역에서 KTX를 타고자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이었습니다. 부끄러운 변명이지만, 비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저의 게으름 때문에 너무 늦게 집에서 나서 차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급한 상황이었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우산을 ..

정말 불쾌했던 스승의 날에 대한 기억

중학생 아들녀석이 하나 있지만, 우리부부는 학년 중에 아이의 선생님에게 꽃 한송이 선물해본 적이 없다. 학년 중에 뭘 드리는 건 우리 애를 잘 봐달라는,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가성이 있다면 꽃이든, 돈이든 그건 뇌물이다. 굳이 선생님께 고마움을 표시하려면, 학년이 끝난 뒤에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작은 선물을 편지와 함께 드린 적은 있다. (관련 포스팅 : 졸업식 이런 상 보셨나요? )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항상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이 되면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한 느낌이 있다. 다른 아이들은 다들 선물을 갖고 갔는데, 우리 아이만 갖고 가지 않았다면 아이가 혹 상처받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학교에 간 ..

망울 터뜨린 귤꽃, 과연 귤향기가 날까?

오늘(19일) 아침 아파트 베란다의 화초에 물을 주고 있으니, 중2 아들녀석이 이렇게 묻더군요. "아버지는 왜 그렇게 식물을 좋아해요?" 순간 답이 궁했습니다. 뭐하고 답하는 게 좋을까? 잠시 궁리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좋지 않냐?" 아들녀석에겐 제가 식물을 아끼는 것으로 보인 모양이지만, 사실 저도 겨울 동안에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해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겨우내 말라 죽은 것처럼 있던 것들이 봄이 되자 하나씩 새싹을 틔워 올리는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요즘 다시 베란다에 나가 놀기를 즐깁니다. 얼마 전 그런 반가운 마음을 담아 '활짝 핀 꽃보다 꽃망울이 더 설렌다'는 포스트를 올리기도 했는데요. 당시 포스트에 실비단안개 님과 구르다보면 님이 꽃 이름에 대해 조언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래..

활짝 핀 꽃보다, 꽃망울이 더 설렌다

저는 원래 계절 중에서 초겨울을 좋아했습니다. 찬바람이 스산하게 느껴질 때쯤 묘한 향수가 되살아나는 그 느낌을 좋아했었죠. 그런데, 좋아하는 계절도 세월이 가면 바뀌나 봅니다. 요즘은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좋습니다. 특히 겨우내 화분에서 죽은 것처럼 말라있던 나뭇가지나, 흙 속에서 파란 싹이 올라올 때의 반가움은 마치 저를 소년 시절로 되돌려주는 것 같습니다. 올 봄에도 그랬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놓여 있던 화분에서 연두빛 새싹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이젠 꽃망울을 하나씩 맺고 있습니다. 바로 아래 나무는 2년 전 마산 팔용산에서 살짝 뽑아다 심은 이름도 모르는 거였는데, 겨우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다가 봄이 되자 이렇게 파란 잎과 가지가 불쑥불쑥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꽃망울까지 맺었습니다. 작..

어려운 시대일수록 인문학이 필요하다

얼마 전 대전민주언론시민연합에 강의차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대전민언련은 사무실을 '시민아카데미'라는 단체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시민아카데미'는 학부모를 위한 각종 강좌라든지, 일반 시민의 교양을 위한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을 꾸준히 하는 말 그대로 시민교육단체였습니다. 프로그램을 보니 상당히 유용한 게 많더군요. 우리 지역에도 그런 단체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산YMCA가 모처럼 돈(?)은 되지 않지만, 아주 유익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했네요. '수요인문학 강좌'라는 프로그램인데요. 이런 저런 실용적인 강좌가 넘쳐나는 시절에 기본을 생각해볼 수 있는 질 높은 강좌가 개설돼 반가운 마음입니다. 이런 강좌에 수강료를 5만 원씩 내고 과연 몇 명이나 신청할런지도 흥미롭지만, 강사들의 면..

여고생들에게 베스트가이드로 뽑혔습니다

제가 여고생들의 투표에 의해 '베스트 가이드'로 뽑혔습니다. 믿어지시나요? 오늘 출근해서 보니 마산 내서여고에서 우편물이 하나 와 있었습니다. 뜯어봤더니 내서여고 역사탐구부 '史랑'에서 온 회보 제4호였습니다. 내서여고 역사탐구부는 제가 2007년 여름 민간인학살 관련 답사 때 가이드를 했던 인연으로 가끔 연락을 취하거나 회보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회보를 받아 볼 때마다 톡톡 튀는 여고생 특유의 기획과 아이디어, 순발력에 감탄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좋은 기사까지 실려 있었습니다. 오늘도 반가운 마음에 회보를 펼쳤는데, "史랑, 2년을 돌아본다"는 제하의 머릿기사 설문조사에 제 사진과 이름이 보이는 겁니다. 봤더니 '史랑의 답사 중 베스트 가이드'를 묻는 설문에서 제가 당당히(?) 2위를 차지..

이적단체 수괴의 머리에 뿔은 없었다

지난 2002년 제10기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을 지냈던 김형주(31) 씨를 엊그제 만났다. 한총련은 공안검찰과 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된 단체다. 김형주 의장도 '이적단체의 수괴'라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찬양고무' '이적표현물 소지' '건조물 침입' 등 무시무시한 죄목과 함께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쓰고 기소됐다. 법원은 '이적단체 수괴'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고, 그는 2004년 6월 8일까지 2년 11일간 감옥살이를 했다. 나는 '이적단체의 수괴'답게 그의 머리에 붉은 뿔이 있는 지 궁금했다. 아무리 봐도 뿔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 뿔테 안경과 천진난만한 웃음이 순박해보이는 평범한 청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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