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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126

베토벤 바이러스의 옥에 티, 그래도 고맙다

한 며칠동안 시립교향악단(시향)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속에 나오는 시립교향악단을 보면서 실제 현실 속의 시향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어제(6일)는 창원시립교향악단(상임지휘자 정치용)이 87회 정기연주회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창원시향은 드라마가 시작되기 한참 전인 5월부터 베토벤 시리즈를 해오고 있습니다. 어제는 그 다섯번째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번과 교향곡 제8번이 연주되었습니다. 공연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공연 직전 시향 관계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재미있는 말을 들었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 4회분에서 지휘자 강마에(김명민 분)가 오보에 연주자인 김갑용(이순재 분)에게 "리드에 참외씨 걸려있을 겁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부..

일본 홍콩 중국담배의 섬뜩한 경고

일본이나 홍콩에서 발매하는 담배는 유해성을 경고하는 문구가 우리나라와 차원이 다릅니다. 경고가 아니라 거의 '협박'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한국에서 발매하는 담배의 경우 대개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홍콩이나 일본 발매 담배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더 직접적입니다. 위에 "홍콩 정부의 경고"라는 제목과 함께 "흡연은 피부의 노화를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까지는 그래도 점잖습니다. 문제는 사진입니다. 젊은 여성의 거울에 비치는 얼굴이 할머니로 바뀌어 나타나는 겁니다. 또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적나라하게 찍어 폐 부위에 암이 발생한 모습을 표시한 후, 폐암 발병에 대한 겁을 주기도 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아래 왼쪽 사진인데..

체벌 충동 억제하신 선생님에 대한 기억

학생 체벌 문제가 논란이 되는 걸 보니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중학생일 때였습니다. 부산 문현동에 있는 성동중학교였는데, 몇 학년 때인지도 가물가물하네요. 몸집이 다소 뚱뚱하시고 인상도 푸근한 국어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성격이 너무 좋으셔서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심지어 찡그리는 모습도 보기 힘든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께서 딱 한 번 불같이 화를 내신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선생님의 말을 자꾸 무시하며 떠들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갑자기 가장 요란스레 떠들던 아이 세 명을 "너! 너! 그리고 또 너!"라고 지목하며 "뒤에 가서 빗자루 몽둥이 들고 이리 나와!"하고 외쳤습니다. 순간 교실은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졌습니다. 그 선생님이 이렇게 화를 내시..

맘마미아에서 아쉬웠던 두 가지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를 봤다. 역시 뮤지컬은 유쾌하고 재미있다. [사운드오브뮤직]이 그랬고 [그리스]도 그랬다. 물론 유쾌하지만은 않은 뮤지컬도 있다. 황지우 원작, 이윤택 연출의 [오월의 신부] 같은 작품이 그렇다. 몇 년 전 마산MBC홀에서 그 뮤지컬을 봤을 때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기억도 있다. 어쨌든 뮤지컬이든 뮤지컬영화든 극적 스토리도 있고 메시지도 있다. 거기에다 음악까지 있으니 어찌 재미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개인적으로 오페라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투란도트]를 약 2년 전에 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볼 때마다 너무 낭비적인 귀족오락이란 생각이 든다. 상투적이고 느린 스토리에다 쓸데없이 비싸고 화려한 의상에 호화스런 무대장치, 거기에다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해 돈으로 처바른 장..

마라톤대회서 유인물 나눠주는 중증장애인

아마도 마라톤은 신체가 건강한 사람들의 축제일 겁니다. 오늘 경남도민일보 주최 부마민주항쟁 기념 마라톤대회가 마산에서 열렸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주최라 현장에 나가봤습니다. 역시 대회장 곳곳은 활기가 넘쳤습니다. 먹거리장터에서는 아침을 거르고 나오신 분들이 오뎅국과 부침 등을 맛있게 먹고 있었고, 본부석 앞에는 무용도우미들의 화려한 율동에 맞춰 건각들이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정치인들도 모처럼 많은 대중들에게 인사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장애인이 힘겹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최근 많은 블로거들이 상황을 전한 바 있는 한나라당의 중증장애인 활동보조금 삭감에 대한 항의 유인물이었습니다. 신체 건강한 사람들의 축제 속에서 휠체..

시외버스터미널에 대한 의문 두가지

나는 운전면허도 없고, 차도 없어 멀리 갈 때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그런데, 마산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할 때마다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우선 승차권에 영수증이 함께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엊그제 다녀온 함양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파는 승차권은 영수증이 함께 붙어 있다. 그걸 떼면 된다. 하지만 마산 시외버스터미널의 경우 표를 파는 곳에서 영수증을 달라고 하면, 사진 오른쪽과 같이 따로 인쇄해놓은 종이쪼가리 한 장을 준다. '승차권 영수증'이라고 되어 있고, '마산버스터미날(주)'의 붉은 도장이 찍혀 있다. 하지만 전산처리된 영수증이 아니라 구간과 요금, 발행일을 승객이 직접 써넣어야 한다. 내가 갖는 의문은, 이처럼 전산처리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을 경우..

일흔 여섯 할아버지가 낸 첫 시집

올해 일흔 여섯 되신 한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그 분이 얼마 전 첫 시집을 내셨습니다. 제목은 할아버지가 낸 시집답게(?) 『해질녘의 사색』(도서출판 경남)입니다. 시집이 나온 지 얼마 안돼 그 할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주완아, 알다시피 내가 차도 없고 해서 그러는데, 누구 이 근처에 있는 기자더러 나에게 좀 다녀가라 하면 안 되겠나. 내가 뭘 보내고 싶은 게 있는데." 그렇게 해서 후배를 통해 전해받은 책이 이 시집이었습니다. 그 땐 솔직히 책을 받았지만, 표지와 목차만 슥~ 훑어본 후 "어르신이 참 대단하셔..."라고 생각하곤 그냥 책상 위에 두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저희 신문에 난 어르신의 성함을 보고 이 시집이 떠올랐습니다. 어르신은 이순항(李順恒)이며, 현재 경남불교신도회 회장입니다..

나도 꽁초를 버리지만, 이건 좀...

저도 종종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려왔습니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한 것 같네요. 차가 없다보니 시외버스를 이용할 일이 많습니다. 서부경남으로 갈 땐 진주에서 갈아탈 일도 많은데요. 진주 가좌동 개양오거리에 있는 시외버스 간이정류장입니다. 이곳은 인근에 경상대학교가 있어서인지 이용객이 아주 많습니다. 흡연자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피게 되는데, 사실 버릴 데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냥 길에 버리거나, 이런 데 끼워놓거나, 남은 불똥을 털어버린 후 꽁초를 호주머니에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은 간이정류장 매표소 옆에 있는 LG텔레콤 대리점 옆 골목입니다. 깨진 간판 사이 틈새에 각종 쓰레기와 함께 담배꽁초가 가득합니다. 어차피 흡연을 완전히 금지할 수 없다면, 한켠에 흡연구역을 만들어 재떨이라도 ..

말과 글이 이토록 무력해진 적이 있었을까

솔직히 요즘 나는 패배주의에 빠진 것 같다. 아니 허무주의인 것도 같다. 아무리 해도 안 된다. 무슨 짓을 해도 필요없다. 100만 국민이 일어나서 촛불집회를 했지만, 끄떡없이 할 짓을 다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 그냥 할 말이 없다. 말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말과 글이라는 게 이토록 무력하게 느껴진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여론도 필요없고, 지지율도 필요없고, 단식도, 파업도, 점거농성도, 아니 할복이나 분신도 필요없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시사 관련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연재하고 있는 골프장 관련 글이나, 이왕 시작한 블로거 지역공동체 구축사업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내일 내가 칼럼을 쓸 차례인데,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루종일 3층 복도와 ..

'건국 60년' 정면비판한 함세웅 신부

오늘은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에서 해방된 제63주년 광복절이며, 올해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지 9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아침에 느즈막히 눈을 떴더니 동사무소에서 방송을 하고 있더군요. "오늘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아직까지 태극기를 달지 않은 가정에서는 모두 태극기를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이윽고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도 세대별 스피커를 통해 똑 같은 방송을 하더군요. 짜증이 났습니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건국 60주년'을 동사무소에서 버젓이 방송하고 있다니요. 몇 일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희망세상] 8월호가 배달돼왔습니다.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가 책머리에 '8.15 광복절 단상 - 대한민국 90년을 기리며(1919~2008)'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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