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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182

제비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비, 라고 하면 저는 풍성한 많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저처럼 40대 중반 이쪽저쪽으로, 농경 세대의 막내라면 누구에게나 새겨져 있는, 그런 원형질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비집이 먼저 생각납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제비집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지저분해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향 시골 집 대들보에 들어서는 제비집은 기를 쓰고 뜯어내셨습니다. 대들보에 제비집이 들어서면 대청마루가 통째로 더러워집니다. 그러나, 처마 밑에 들어서는 제비집은 몇 차례 뜯어내시다가 못 이기는 척 용납하시곤 했습니다. 축담만 더러워지고 그것은 물질이나 비질로 어느 정도는 감당할 수 있으셨기 때문이리라 저는 짐작합니다. 지금 가수 이름은 잊었지만, 제가 어릴 적 유행하던 "당신은 제비처럼 반짝이는 날개를..

도시 문명 못 벗어날수록 더 필요한 책

지금 소개하려는 책은 영국의 이름난 명상가 제임스 앨런이 쓴 것들입니다. 1864년 태어난 앨런은 집안이 망하는 바람에 열다섯 살 때부터 노동을 해야 했고 결국 입신에 성공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서른여덟 나이에 톨스토이한테서 영향을 받아 '돈을 벌고 소비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치는 행위가 경박하고 의미없는 삶'임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앨런은 10년 동안 묵상과 사색 속에 살았고 기독교 경전(BIBLE)은 물론 동양의 고전에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답니다. 시골로 옮겨가 명상과 사색을 합니다. 명상과 사색을 얻은 저작물의 로열티를 적으나마 수입으로 삼아 살다가 1912년 마흔여덟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책에 나오는 대목들입니다. "부처는 이렇게 말했다.'허영에 빠져서 인생에 진정한 도움이 되는 것..

MB가 시인이 아니라 아쉽다는 시인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와 같은 시인이 되지 못해 아쉬워하는 시인이 있습니다. 오인태 시인입니다. 저는 그이가 쓴 글을 읽고 웃다가 허리를 삘 뻔했습니다. 그이의 글은 경남작가회의가 이번에 펴낸 16호에 실려 있습니다. 경남작가회의 회장인 오인태는 등 시집을 이미 네 권이나 낸 우리나라 중견 시인입니다. 홈페이지도 http://www.sibab.pe.kr 라고, 하나 운영하고 있습지요. 머리에 올린 글 '마리 앙투아네트, 그리고'에서 오인태는, 이명박 대통령의 상상력과 수사(修辭)가 뛰어나다고 칭찬합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이명박이 시인이 되지 못했음을 한탄합니다. 글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후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화-프랑스혁명 직전 사람들이 남편인 루이 16세한데 '빵을 달라'고 요구했을 때 '빵이 없..

아이들 생일 선물이 전해준 두 울림

1. 아이들이 장만해 준 값비싼 생일 선물 10월 10일 아이들한테서 생일 선물을 받았습니다. 물건은, 택배로 왔습니다. 둘째 현지가 생일 선물이라고 건네주는데, 웬지 주저주저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싫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즐겁고 기꺼운 것만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포장을 뜯었더니, 뜯기 전 아주 짧은 순간 예상했던대로 옷가지였습니다. 꽤 비싼 물건이었습니다. 아주 얇게 저며 가벼운, 그러나 아주 따뜻할 것 같이 여겨지는, 오리털 제품이었습니다. 액면가가 무려 22만원이었습니다. 중3인 현지한테 실제로 얼마 줬는지 물었더니 웃으면서 "비밀"이라 했습니다. 나중에 며칠 뒤에 첫째 현석한테 전화해 물었더니 "50% 세일해서 11만원"이라 했습니다. 2. 얼마 안 되는 용돈 갖고..

권력은, '자본가 네트워크'로부터 나온다

마오쩌둥은 "모든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남겼다고 하지요. 이제 이런 말은 고쳐져야 할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마오가 그런 말을 했을 당시에조차 권력은 총구가 아닌 다른 데서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을 읽으면 드는 생각입니다. 1. 기준은 부(富)와 네트워크력 사람이 세계를 움직인다고 하면 대부분은 '과장' 아니면 '거짓'이라 여기기 십상입니다. 세계는 '근대국민국가들'로 짜여 있고 그런 국가들의 관계 속에서 세계가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개인은 그 개인이 들어 있는 집단 또는 계급을 대표할 따름이다, 따라서 집단 또는 계급의 이해가 무엇인지만 잘 알면 되지 개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은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과 관계망을 보여줍니다. 그 힘으로 제시되는 ..

오랜 관성을 단박에 깨는 상큼한 동시들

진주 출신 시인 김륭의 동시집 의 첫 느낌은, '상큼함'입니다. 형식도 내용도 상큼하고 사물과 사물 사이 또는 생각과 생각 사이를 잇는 상상력도 산뜻합니다. 낡음과 굳음, 느끼함 따위는 낄 여지가 보이지 않아 상큼하기까지 했습니다. 표제작 전문입니다. 우리 동네 구멍가게와 약국 사이를 어슬렁거리던 고양이, 쥐약을 먹었대요 쥐가 아니라 쥐약을 먹었대요 우리 아빠 구두약 먼저 먹고 뚜벅뚜벅 발소리나 내었으면 야단이라도 쳤을 텐데…… 구멍가게 빵을 훔쳐 먹던 놈은 쥐인데 억울한 누명 둘러쓰고 쫓겨 다니던 고양이, 집도 없이 떠돌다 많이 아팠나 보아요 약국에서 팔던 감기몸살약이거나 약삭빠른 쥐가 먹다 남긴 두통약인 줄 알았나 보아요 쓰레기통 속에 버려진 고양이, 구멍가게 꼬부랑 할머니랑 내가 헌 프라이팬에 담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10년 전 추억

노환균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 됐다는 소식에 옛날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까먹었겠지요. 그이에게도 올챙이 시절은 있어서, 10년 전 이맘때는 창원지방검찰청 공안부장으로 와 있었습니다. 그이는 그 때 검찰·법원·경찰 출입기자이던 저랑 출신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같다는 이유로 잘 대해줬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그래도 취재원과 기자 관계는 기본이 불가근불가원인지라 긴장감은 그이도 저도 유지하고 있었지요. 게다가 저는 1985년부터 줄곧 '국정' '빨갱이'였고, 그이는 국정(國定=국가 공인) 빨갱이 제조가 본업인 공안 검사였으니 아무리 친하다 해도 근본은 서로 '소 닭 보듯' 했을 따름입니다. 그해 가을, 저는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마산수출..

딸 자랑하고 싶은 아빠, 나는 팔불출

저는 팔불출입니다. 끊임없이 아들 딸 아내 자랑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제 아내랑 아들이랑 딸은 뛰어난 점이 많습니다. 감수성도 풍성하고요, 상상력도 꽤나 튼튼합니다. 물론 이렇게 자랑하고 싶어하는 까닭은 제가 그이들을 나름대로는 매우 사랑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쉽사리 자랑을 못 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데 대해 그이들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런 부담이, 그이들로 하여금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상대 허락을 받고 취재하거나 기사를 쓰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배운 탓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에는 제가 하고 싶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했지만, 한 반 년 전부터는 하고 싶어..

여름철 생삼 먹고 힘내라던 그 형님

1. 창원은 도심 한가운데 5일장이 섭니다. 창원 상남동은 2000년대 개발이 끝나면서 전국에서도 물 좋다고 알아주는 유흥가가 돼 버렸습니다. 상남 5일장은 80~90년대가 훨씬 크고 대단했습니다. 지금은 한 바퀴 둘러보는 데 30분이면 충분하지만 그 때는 한 시간은 잡아야 제대로 '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녁나절 한창 복작거릴 때도 겨우 어깨만 마주칠 정도밖에 안 되지만 그 때는 밀려드는 사람 때문에 떠밀려다닐 수밖에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며칠 전 상남장에 갔다가 생삼 파는 난전을 만났습니다. 제 눈에 띄기 전부터 거기 그렇게 있었을 테지만, 저는 새삼스러운 마음에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지키고 있었는데요, 멈추는 걸음이 거의 없었습니다. 옛날보다 졸아져 포장도 별나지 ..

각기 다른 두 시인에게서 느낀 따뜻함

경남 마산에 터전을 두고 활동하는 두 시인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시집을 냈다. 2001년 제10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배재운(51)이 첫 시집 을,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성선경(49)이 시선집 을 펴냈다. 공인되는 시력(詩歷)은 성선경이 많이 앞선다. 성선경은 이미 시집 다섯 권 을 펴냈다. 두 시인이 눈여겨 보고 나타내는 바는 사뭇 다르다. 성선경은 작품 제목을 보면 주로 자연이라 이르는 대상이 많고, 배재운은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가 많다. 두 시집의 표제작 '맨얼굴'과 '돌아갈 수 없는 숲' 전문을 견줘보면 이런 차이는 뚜렷해진다. 면도를 하고 거울 앞에 서면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작은 흉터나 잔주름은 더 또렷해지지만 그래도 말끔한 얼굴이 좋다 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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