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최소 규정도 안지키는 낙동강 공사현장 왜?

김훤주 2010. 12. 1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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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정부 낙동강 살리기 사업 19공구 공사 현장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

낙동강 바닥을 걷어내는 준설 작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데 제방 바깥 둔치에 준설토를 쌓아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방 바깥 둔치의 높이가 제방 안쪽 농경지보다 높거나 같다는 데 있습니다.  물 속 준설이다보니 존설토는 물을 머금게 마련이고, 이것이 둔치로 스며들었다가 농경지 쪽으로 흘러나갔다고 농민들은 여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10월부터 농경지에서 물이 솟아나는 사태가 벌어져 농민들이 겨울 농사를 위한 비닐하우스 설치 따위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수박 따위를 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이번에는 침사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채 공사를 벌여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침사지란 준설토가 머금은 물이 충분히 빠질 수 있도록 하는 연못처럼 만들어 두는 장소를 이릅니다.

12월 8일 찾아가 본 성산마을 들머리 골재 채취장(준설 현장 적치장) 침사지는 환경영향평가서에 나와 있는 다단계 저류형이 아니고 ㄹ자가 두 개 겹친 형태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ㄹ자를 두 개 겹쳐 놓고 침사지라 했습니다. 흐르는 물의 색깔이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다단계 저류형은 이를테면 커다란 웅덩이가 잇달아 여러 개 있어서 단계를 거쳐 가면서 물이 빠져 고이도록 합니다. 그런데 여기 침사지라고 있는 것은 마치 그냥 크게 굽이진 도랑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강바닥에서 걷어올린 준설토에서 골재만 남기고 물을 빼내는 침사지의 기능을 다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구조인데다 끄트머리가 아닌 중간에 배수로가 뚫려 있어 실은 절반만 활용되는 실정이었습니다.

주민 박동우씨가 흙탕물이 낙동강으로 나가는 배수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배수로 너머에 오탁방지막이 보입니다.


게다가 도중에 침사지로 흘러들도록 하는 배수로 하나는 사실상 그동안 쌓인 준설토로 막혀 있었으며 막힌 너머에 있는 침사지의 고인 물은 또다른 방향으로 해서 낙동강으로 흘러들게 돼 있었습니다.

주민 얘기를 들어보니 여기 침사지가 엉터리로 돼 있기는 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준설토가 계속 여기 침사지로 흘러내려 막히는 문제는 계속 있었다고 합니다.

주민 박동우씨는 "배수로가 전에는 ㄹ자가 여럿 이어져 있었는데 상류쪽에서부터 준설해 오면서 계속 그 위에 쌓는 바람에 지금은 이렇게 줄었다"며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침출수를 낙동강으로 보내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보내는 침사지 물줄기. 농경지 침수 문제가 제기되니까 이렇게 물길을 팠다고 박동우씨는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 19공구 준설 현장 침사지는, 애당초 준설이 진행되면 될수록 제 노릇을 못하도록 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ㄹ자로 꼬불꼬불 이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는 침사지 자체도 문제지만, 준설을 하면 할수록 그렇게 퍼낸 모래랑 자갈을 그 위에다 쌓을 수밖에 없도록 돼 있는 계획 자체가 더 큰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기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묵인 또는 방조가 있었다고 짐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조적으로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도록 돼 있음은 19공구 시공을 맡고 있는 금호건설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처음부터 다단계 저류형 침사지를 만들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굽이쳐 흐르게 돼 있는 지금 침사지를 두고서는 "며칠만 준설해도 침사지에 준설토가 2m 넘게 쌓이기 때문에 바닥이 높아져 침출수가 가라앉지 않고 바로 빠져나간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날마다 침사지 바닥을 긁어내면 되겠지만 결국은 돈 때문에 못한다, 그래서 침출수가 흘러나가는 바깥쪽 낙동강에 오탁방지막을 쳐 놓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준설토를 쌓아놓는 공사 현장. 상류쪽에서부터 이렇게 침사지를 준설토로 덮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당황스러웠던 까닭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의 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불법이 저질러지게 돼 있는 침사지는 문제를 삼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탁도(濁度)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공사 중지 명령 기준인 50NTU를 넘느냐 마느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계속 흙탕물이 흘러내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침사지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탁도는 날마다 측정하지 않는 줄 알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나 주민들 문제 제기가 있을 때에나 그것도 마지못해 불려나와 할 뿐입니다. 이날도 그랬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이날 "오탁방지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탁도를 측정했는데 50NTU를 조금 넘었다, 그래서 준설을 중단하고 침사지 바닥을 파내는 공사를 한 다음 재개하도록 시켰다"고 말했을 뿐이랍니다.

이명박 정부 낙동강 살리기 사업 현장은 이처럼 최소한으로 지키도록 돼 있는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는, 불법이 판치는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흙탕물이 그대로 흘러내리는 하류 4km 지점에는 100만 창원시민이 먹는물을 만드는, 함안 칠서정수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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