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나라가 망하든 말든 관심 없는 책

김훤주 2010. 12. 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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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 대한민국 망한다>는 책은 사실 대한민국이 망하든 말든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원래 영원불멸이 아니고, 대한민국이 망해도 여기 우리가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상식 : 대한민국 망한다>는 석유와 자동차와 소농과 공동체를 핵심 낱말로 삼고 있습니다.

석유로 들여다본 대한민국

'석유'와 '자동차는 대한민국이 망하는 까닭을 푸는 핵심입니다. '소농'과 '공동체'는 대한민국이 망해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일러주는 핵심입니다.


석유는 이렇습니다. "아마도 석유가 들어간 물건들을 하나씩 밖으로 꺼내면 집 안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아니 집 자체가 석유로 만들었거나 석유가 들어간 건축 자재 투성이다.

속류 유물론자 식으로 말하자면 솔직히 사람 몸의 대부분도 석유에너지의 변형이다."(12쪽)


"한 끼 식사도 사실은 90%가 석유와 가스이다. 우리는 지금 석유를 먹고 살아가는, 호모 오일리쿠스(석유동물)인 셈이다. 논밭을 가는 데도 석유가 들어가고 비료도 농약도 석유이다.

가을걷이에도 석유가 들어가고 포장재도 짚으로 만든 가마니가 아니라 석유로 만든 제품이다. 운송에도, 보관에도 석유가 들어간다. 당연히 석유가 고갈되면 식량 생산이 급격하게 줄며, 곧바로 식량위기가 닥친다.


이런 석유고갈 사태를 겪은 북한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상관없는 먼 산 불구경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도 북한의 식량 자급률은 75% 안팎이다. 남한은 25% 안팎, 쌀을 제외하면 5% 정도다. 석유를 돈 주고도 못 사는 상황이 닥친다면 남한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15~16쪽)


자동차로 들여다본 대한민국

자동차는 이렇습니다. "1945년 해방 당시 한국의 자동차는 1만6000대 정도가 있었다. 이 가운데 1만 대 정도가 일본군용 차량이었다. 7000대에 지나지 않던 자동차 수는 1966년에는 5만여 대로 늘어났고 13년이 지난 1969년에는 10만 대로 늘어났다.

7년이 지나 1976년에 20만 대, 1980년에는 50만 대를 넘어섰다. 마침내 1985년에는 100만 대를 넘었고, 1988년 200만 대, 1992년 500만 대, 1997년 1000만 대를 돌파하게 되었다.


한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2010년 3월 현재 1748만 대로 주택 수와 비슷하고 날마다 1500대 정도 늘고 있다. 한국은 그야말로 사람 중심 사회가 아니라 자동차 중심 사회가 되고 말았다."(286~287쪽)


그이가 보기에 자동차는, "석유가 만든 각종의 석유화학 제품과 금속 제품으로 무장하고 석유를 주식(主食)으로 먹는 자동차는 자본주의의 주인"입니다. 

"사람은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 자동차가 움직이는 데 필요한 운전자, 자동차가 목숨을 유지하도록 보조하는 각종 직업에 종사하는 노예들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를 지배하는 생물은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다.

이런 자동차의 식량을 지배하는 이가 석유이다. 물론 자동차에 이어 선박과 비행기 또한 자본주의의 주인 자리에 올라 서 있게 된 지 오래이다."(50~51쪽)



자동차는 또 마구 집어삼킵니다. "자동차는 전용도로와 주차장을 요구한다. 거대한 중장비들이 주거지역과 농토를 갉아먹으며 끊임없이 비행장과 항구와 주차장과 도로를 만들고 도로 옆에 또 도로를 만드는 현실은 멈출 줄 모르는 석유 자본주의 문명의 괴물같은 폭식 본성을 보여준다."(52쪽)

"한국의 개발은 고속도로망의 확산으로 대표된다. 고속도로는 1969년 7월 경인고속도로의 개통과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전장이 개통되면서 시작되었다.

2009년 2월 현재 3447km나 된다. 한반도 남북 길이 1100km의 3배이고 지구 둘레의 4분의1에 해당한다. 고속도로 면적은 8151만 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33배나 된다."(211쪽)


에너지가 바닥나면 문명도 끝장난다

사회를 받쳐주는 석유 에너지는 얼마 안가 바닥나게 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동차라는 운송 수단이 사회 문명을 뒷받침하는데 또한 석유가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덧없이 사라진 옛 문명을 보기로 듭니다.

"수메르 문명은 울창하고도 풍요로운 숲과 나무를 에너지 자원으로 삼았다. 수메르인들은 벽돌과 석회를 만들고 집을 짓는 데 나무를 사용했다. 농기구와 공예품, 유리를 만들 때도, 수레바퀴와 배, 칼과 창과 방패를 만드는 데도 나무를 썼다. 음식을 만들 때도 나무가 들어갔다. 농사지을 땅도 나무를 베어 만들었다.

수메르 문명의 역사는 끊임없이 나무와 숲을 학살한, 그리고 애석하게도 나무와 숲을 복원 못한 지속불가능한 문명 건설의 역사였다."(18쪽)


"숲이 사라지자 토양이 침식되면서 농지는 소금기 많은 땅으로 바뀌었고, 한때 울창했던 삼림은 사막으로 변해갔다. 이윽고 사람들은 수메르라는 도시 자체를 포기하고 새로운 숲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수메르의 문자 점토판도 수메르의 조각상도 그 많은 예술품도 쓸모없이 버려지고 말았다.


(이런 역사는) 메소포타미아 전 지역, 이집트, 그리스 도시 국가들, 로마, 앙코르와트, 마야 문명에까지 그대로 이어져 똑같이 반복된다.

로마의 멸망 또한 밑바닥에는 에너지원인 나무가 있었다. 로마 말년에는 로마 해군을 지탱하던 군선의 재목이 없어 머나먼 아프리카에서까지 수입해야만 했고, 결국은 유럽의 풍부한 숲 속에서 성장한 게르만 족에게 멸망당하고 만다."(19~20쪽)

무시무시하지 않습니까? 이 대목을 읽을 때 저는 무척 겁이 났습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지나가면서 북한을 대한민국의 미래로 꼽았습니다.

북한처럼 될 개연성이 높다는 말씀입니다. 아울러 쿠바처럼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없애지는 않았습니다.


남한의 미래는 북한이다

"석유가 없는 상태에서 심각한 식량위기 사태를 경험한 두 나라가 있다. 북한과 쿠바이다. 

1990년대 초 소비에트연방의 붕괴와 함께 북한과 쿠바에는 값싼 석유 공급이 한 순간에 끊기고 말았다. 두 나라의 현재는 전혀 정반대이다. 


쿠바는 지속가능한 유기농으로 전환, 식량 자급자족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탈석유의 생태순환형 대안 농업사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나라에 많은 의료진을 파견할 만큼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비된 보건 의료 체제를 갖춘 나라이기도 하다. 인구는 라틴아메리카의 2%뿐인데도 과학자는 라틴 아메리카 전체의 11%를 차지할 정도다."(212~213쪽 )


"성공한 원천 가운데 첫 번째는 소농과 지역공동체의 존재였다. 국영농장 임금노동자와 달리 소농들과 소농들의 협동조합은 국가가 아무 것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주체성을 발휘했다.

소농과 협동조합은 비료와 농약, 석유 등을 국가가 제공할 수 없는 준전시 상황을 맞아 누가 던져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재빨리 자기 땅에 걸맞은 생태 순환의 유기농업을 실천해 나갔다. 


특히 바리오라는 도시 이웃공동체, 마을공동체야말로 특별시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소농들처럼 도시의 바리오 이웃공동체들도 국가가 식량 등 기초생필품을 공급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쿠바 유기농의 대명사처럼 이야기되는 도시농업을 일구어 나갔다."(216~217쪽)


"1990년 43%에 지나지 않던 쿠바의 식량 자급률은 1994년 97%로 높아져 혁명 이후 처음으로 자급자족 체제를 갖추게 됐다. 전체 농업 생산량은 1994년부터 특별시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1997년부터는 석유농업 시절의 생산량을 초과했다.


육류 위주 식단이 채식 위주로 바뀌면서 병원 출입 환자수도 30%나 줄어들었고 영아사망률도 세계 2위로 낮아진 것 또한 변화 가운데 하나였다.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으로부터 단 한 푼도 지원받지 않고 이룩한, 아니 지원받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가능한 성과였던 것이다."(219쪽)


박승옥은 이어 "우리 미래를 보기 위해 애써 먼 나라를 견학하거나 비싼 경비를 들여 전문가를 찾을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합니다. "남한의 미래는 바로 지척에 있는 북한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230쪽)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개성공단 한 공장 여성노동자들 작업 모습. 2007년 3월.


"에너지-식량위기의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북한과 쿠바의 차이는 다름아닌 국가로부터 자율성을 갖고 있는 소농과 자치공동체의 존재 유무였다."(231쪽) 


"북한에는 인민들 스스로의 지역 자치공동체가 없었다. 당과 수령의 지시와 명령을 기다리는 수동의 객체들만 존재했다. 북한이란 전체주의 왕조 체제는 인민 대중들이 주체사상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자주성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었다.

최악의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해 굶어죽지 않기 위해 스스로 나설 수도 없었다. 국가와 당, 수령의 지원과 지시 명령을 기다리다 굶어죽는 사태는 이렇게 해서 발생했다."(231~232쪽)


소농과 공동체로 내다보는 대한민국


그이는 공동체를 바탕으로 소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낯선 얘기이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전혀 터무니없는 일은 아닙니다.

이미 많은 공동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점들이 소농이 없음에서 말미암은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도 곁들입니다. 노동의 노예, 돈의 노예(297쪽), 채무 노예, 아파트 노예(300쪽), 국가주의와 기업주의의 노예(305쪽), 살갗은 노란데도 생각은 백인처럼 하는 '누런 피부 흰 가면의 노예'(309쪽)…….('흰 가면'에서는 알제리의 혁명가 프란츠 파농이 떠오르네요)


공동체는 이런 것입니다. 직거래 생협, 의료/교육/주택 공제조합, 생산 협동조합 등등.(348쪽) 공동체를 만들 토양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합니다. "공동체란 결핍의 공동체이다. 모자란 게 없는 개인들은 공동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347쪽) 

그래서 삶이 통째 망가지게 됐음을 절감하면 공동체를 스스로 만들게 되고 그래서 지금 수많은 공동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랍니다.


덧붙입니다. "상부상조의 마을공동체, 협동조합과 다양한 공제조합, 생협, 대동계 등이야말로 위기를 헤쳐나갈 자유인들의 연합체이다. 자유로운 노동과 노동공동체를 토대로 민주주의는 꽃을 피울 수 있다.

인민들 스스로의 강력한 자치공동체가 존재하지 않는 국가는 아주 손쉽게 파시즘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히틀러의 독일과 소비에트연방, 북한의 역사를 조금만 살펴도 충분히 알 수 있다."(232쪽)


"인도에는 2억3900만 협동조합 조합원이 있고, 싱가포르는 인구의 절반인 160만 명,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20%에 이르는 550만 명, 콜롬비아는 인구의 8%인 330만 명이 조합원이다.

케냐에서는 인구 20%인 590만 명이 협동조합 조합원이고 전체 3300만 명 가운데 2000만 명이 직간접으로 협동조합을 통해 생계를 꾸린다. 코스타리카 협동조합 조합원은는 전체의 10%이고, 아르헨티나에는 1만7941 협동조합과 910만 조합원이 있다."(335쪽)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열쇠는 소농 귀향에 있다


소농 귀향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참신합니다.
 

"비정규직 수백만 명이 소농으로 농촌으로 간다면 경제의 근본 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노동력 부족 사태와 함께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힘 관계에 변화가 온다. 최저임금을 비롯한 수많은 근로조건 개선 과제가 빠르게 해결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에너지-식량의 자립 자치 지역 공동체는 농사만이 아니라 지역먹을거리 체계(Local Food)와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 농촌의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협동조합을 비롯한 수많은 일자리들이 있다. 

당장 초중고 400만 명, 대학생 250만 명, 공무원 200만 명, 군인 60만 명, 전국 병원의 약 30만 입원 환자까지 약 1000만 명의 공공급식만 제대로 지역 먹을거리 체계의 생태 순환 유기농 농산물 직거래로 바꿔도 탈석유의 소농 공동체는 살아날 수 있다.

자식들에게, 환자들에게 독성화학물질 투성이 수입농산품이나 병든 석유농산물을 먹이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345~346쪽)


자유롭게, 휘둘리지 말고 살자

박승옥은 <상식 : 대한민국 망한다>를 두고 "정의롭지 못한 행운의 풍요를 누리면서 불편하게 쓴 일종의 비망록"(26쪽)이라 했습니다.

이런 글은 읽다보면 감정이 가팔라지고 주장이 세어져서 부담스럽게 마련인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멀리까지도 보고 가까이도 놓치지 않는 시야가 담백함을 만들어준 것 같았습니다. 우주에서 보면 사람은 바늘 끄트머리보다 더 작은 존재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존재가 지금 여기 존재하는 자체가 엄청난 기적이라는 것입니다. 이 기적과 같은 일생을, 어찌 노예로 살 수 있겠는가 하는 얘기입니다. 또 어떻게 산다 한들, 그것이 우주에서 보면 별것이겠느냐는 얘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늘 변한다. 일부 환경운동가들이 구호로 내거는 것처럼 지구는 죽이고 살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냥 끊임없이 변할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이 지구도 태양이나 달, 보이는 별들이나 또는보이지는 않지만 별들 사이에 있는 많은 행성들처럼 수십억 년 전에 태어났다. 아마도 사람의 수명으로는 헤아리기도 어려운 수십억 년이 지난 뒤 언젠가는 사라져 다른 존재로 변할 것이다. 물론 사람도 사라질 것이다."(16~17쪽)


"21세기는 붕괴의 시대가 될 것이다. 머지 않아 지난 200년간 서구에서 비롯된 자본주의 산업사회, 지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극단의 풍요를 구가하던 산업 문명의 붕괴를 생생하게 체험하고 목격하게 될 것이다.

노예로 죽을 것인가, 자유인으로 살 것인가. 선택은 순전히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이런 두서없는 남의 글이나 남이 쓴 책은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좋다. 자유롭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걸어나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웃들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즐겁게 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이것이 지상에 태어난 최고의 보람이 아니겠는가."(376쪽) 


돈, 아파트, 국가, 기업 이런 따위에 휘둘릴 까닭이 무엇 있느냐는 되물음입니다. 이것이 바로 살 길 그리고 사는 길이라는 밝힘입니다.

2009년 1월, 이번에 이 책을 펴낸 박승옥이 <녹색평론>에 쓴 글을 읽고, 2014년에는 농사 지으러 가야지 마음먹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김훤주
상식 : 대한민국 망한다 - 10점
박승옥 지음/해밀(박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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