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 부산의 부속지역이 아니다
지역에 살던 사람도 막상 서울에 가서 며칠만 있다 보면 지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이 곧 한국이며, 서울 외 지역은 통틀어 지방(변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 사람들의 눈에는 지방이면 그냥 다 지방이지, 부산이니 경남이 따로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설정이나, 이번 로스쿨 예비인가대학 선정을 5개 권역별로 한 것도 서울 관료들의 그런 오만과 편견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들의 시각에선 지방을 그렇게 구분해준 것도 큰 선심이다. 이런 서울 관료들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경남은 앞으로도 내내 '부산권역' 또는 '동남권'이라는 이름 속에 파묻혀 부산에 딸려 있는 시골지역 정도로만 취급당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법학교육위원회는 로스쿨 선정과정에서도 부산과 경남에서 신청한 대학을 한데 묶어 서열을 매겼을 것이다. 이 결과 부산대와 동아대가 각각 1·2위를 했을테고, 서열대로 2개 대학을 선정한 교육부는 경남의 반발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부산·경남은 서울의 몇 개 동(洞)을 합쳐 만든 구(區) 하나쯤으로밖에 보이지 않을테니 당연하다. 또한 그들의 눈으로 볼 때 부산은 경남의 중심(Center)이다.
경남도청. 부산에서 거창, 함양까지의 거리는 서울에서 강원도 춘천까지보다 멀고, 충북 청주보다도 멀다. 그러나 서울 사람들은 이런 걸 모른다.
서울 관료들의 오만과 편견그들 관료는 부산에서 경남 거창·함양까지의 거리가, 서울에서 강원도 춘천이나 원주, 충북 청주까지보다 멀다는 걸 알지 못한다. 그들은 서울이 수도권을 거느리고 있듯, 경남도 부산에 종속된 지역으로 생각하며, 경북도청이나 충남도청처럼 경남도청도 아직 부산에 있는 걸로 착각한다.
대구의 직할시 승격은 1981년, 광주는 1986년, 대전은 1989년이지만, 부산이 경남에서 분가한 것은 그보다 훨씬 앞선 1963년이라는 것도 서울의 관료들에겐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저 지방일 뿐인 것이다. 1925년까지 부산부(府)를 포함한 경남도청이 진주에 있었으며, 부산이 경남의 수부도시였던 기간은 불과 38년으로, 분리 이후의 세월(45년)보다 훨씬 짧다는 것도 그들에겐 알 바 아니다.
그러다보니 어처구니 없게도 지난 2005년 서울에 있는 <시사저널>이라는 잡지에서 경남과 부산, 울산 3개 광역자치단체의 여론주도층 500명을 상대로 정치인·언론인·기업인·시민운동가 등의 영향력을 여론조사 방식으로 조사한 적이 있다. 이런 조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인지를 서울에 있는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경남 사람들은 부산시장이나 울산시장의 이름이 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부산과 울산시민들도 경남도지사가 누군지 모른다. 경남 사람들은 울산에 어떤 신문, 방송사가 있는지도 모르고, 거기에 어떤 시민단체나 시민운동가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경남, 부산, 울산을 한덩어리로 묶어 이런 식의 조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서울에 사는 무식한 인간들의 뇌 구조다.
김태호 도지사는 왜 꿀먹은 벙어리인가
지난 2005년 신항의 명칭을 빼앗기면 신항에서 나오는 모든 지방세도 부산에 빼앗기는 듯 여론을 호도하던 김태호 경남도지사도 이번 로스쿨 파동이나 '5+2' 광역경제권,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폐지 등에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그의 침묵에는 정치적 실리 계산이 숨어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즉 신항 명칭문제는 제기하면 할수록 노무현 정권을 타격하는 효과와 함께 한나라당 정치인이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었지만, 이번 사안은 다르다는 것이다.
더욱이 로스쿨 파동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워 '1 광역시도, 1 로스쿨' 원칙으로 교육부를 압박하고 나선 바람에 뒤늦게 가세했다간 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만 될 뿐이라는 계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가 경남의 로스쿨 탈락 배경을 "아직도 경남을 부산에 딸린 자치단체로 보는 생각"이라고 지적한 것은 타당하다.
이명박 정부의 '5+2 플랜'에서도 계속하여 이런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서울 관료들의 제국주의적 시각을 깨부수기 위한 '경남 독립운동'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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