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 중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대학 3학년인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대학 졸업까지만 지원하겠다고. 졸업 후엔 네가 어떻게 살든 네 선택이고 책임이라고. 결혼하든 말든 그것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결혼 비용 지원도 없다고. 결혼식 때 아버지 지인들에게 청첩장도 안 돌리겠다고. 굳이 대를 잇지 않아도 된다고. 대신 너에게 부모 부양 의무도 주지 않을 테니 네 마음대로 살라고. 다행히 녀석이 '그러겠다'고 쿨하게 답했다. 역시 내 아들."

그러자 페이스북 친구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모범적이다" "공감한다" "나도 그래야겠다" "나는 이미 그렇게 했다"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는 고등학교까지만 지원했다"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안 되더라는 고백도 있었다. "저도 그렇게 다짐받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끝도 없이 퍼주어야 하는 게 부모더군요. 결혼식, 집, 출산 등등." "고졸까지만 책임지기로 했다가 대입까지로 연장했다가 군 입대까지로 다시 연장, 대졸까지로 또 연장, 어학연수 서비스, 취업 때까지 지원금, 결국 빚내서 결혼식까지…. 나의 전철은 누구도 밟지 마시길."

하긴 나도 솔직히 어떻게 될진 알 수 없다. 지금 내 생각이 이렇더라도 미래에 어떤 상황이 닥칠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되어도 아들 결혼 때 청첩장 돌리기나 비용 지원만큼은 않을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지인의 부모상은 가급적 참석하지만, 그 자식의 결혼식은 아주 특별한 경우 아니면 가지 않는다. 경조사(慶弔事) 중 조사는 우리 부모세대와 이어진 풍습이라 내가 어쩔 수 없지만, 경사는 내 판단과 의지로 끊어낼 수 있는 폐습이라 보기 때문이다.

혹자는 축의금 문화도 예로부터 내려온 상호부조의 전통이니 괜찮지 않느냐 하겠지만, 고급호텔에서 터무니없이 비싼(그러나 맛도 실속도 없는) 뷔페를 먹으며 하는 호화결혼식에 전통 운운은 가당찮다.

작년부터는 추석 차례도 없애고, 아들녀석과 부모님 산소에 다녀왔다.사진은 아들과 조카가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절하는 모습.

흔히들 나 같은 베이비붐 세대를 일컬어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의 부양을 받지 않는 첫 세대'라고들 한다. 이 말이 아니어도 나는 결코 자식에게 부양 또는 간병 의무를 지우고 싶지 않다. 아울러 나 또한 대학 졸업 후까지 자식을 품고 사는 캥거루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60세가 되자마자 내가 사는 아파트를 맡겨 주택연금을 받을 것이다. 3년 후 63세부터 국민연금 수령도 시작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부부가 오래 산다면 자식에게 상속할 유일한 재산도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작년부터는 추석 차례도 없앴다. 대신 아들 녀석을 데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산소를 찾았다. 다행히 아들은 어릴 때 함께 살았던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정이 애틋한 놈이다. 거기서 아들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화장 후 평장(平葬)하라고. 그리고 제사는 지내지 말고, 어쩌다 아버지가 그리우면 오늘처럼 찾아오라고. 뭐, 안 와도 할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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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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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로 2018.10.01 2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대한 깨인 진보인이시니 아들이 남자데려와 결혼한데도 열린마음으로 흔쾌히 허럭하실 분인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