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과 문화] (1) 황강과 합천댐
2018년 올해로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출범한 지 10년이 된다. 2008년 경남에서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를 치른 성과다.
람사르협약은 정식 명칭이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람사르협약은 습지가 생태적으로는 물론 역사·문화적으로도 소중함을 확인하면서 그 보전과 현명한 활용을 향하여 진화하고 있다.
이에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은 2018년 한 해 동안 경남에 있는 하천들과 그 역사·문화를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5월부터 9월까지 경남도민일보에 10차례 연재된다.
합천댐 상류 거창 쪽 개울 모습.
황강은 길이 111㎞, 유역면적 1332㎢에 이른다. 낙동강이 경남에 접어들면서 처음으로 맞아들이는 큰 지류다. 거창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남으로 흘러 합천군에 들고 여기서부터 동으로 방향을 틀어 창녕군이 마주보이는 청덕면 적포리에서 낙동강과 합해진다.
황강이 골짜기 개울 수준을 벗어나 강폭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하천 모습을 갖추는 것은 지금 합천댐이 조성되어 있는 언저리에 접어들면서부터다.
나무와 모래톱과 강물이 어우러지는 황강 모습.
합천댐은 1972년 발표된 4대 강 유역 종합개발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 착공과 완공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과 1989년에 있었다. 높이 96m 길이 472m에 총저수량은 7억 9000만t이다.
본댐과 그 아래에 보조댐(조정지댐)이 있는데 홍수 조절이 가장 큰 기능이고 농업·생활용수 공급과 수력 발전도 하고 있다.
합천댐은 그 자체로서 한 번 둘러볼 만한 풍경을 갖추고 있다. 둘레에는 허굴산·악견산·금성산·황매산·오도산 등 그럴듯한 명산이 즐비하고 팔만대장경으로 이름난 가야산 해인사도 멀지 않다. 이런 관광 명소를 찾는 이들에게 합천댐은 이왕 온 김에 한 번 눈에 담아도 나쁘지 않은 탐방 대상이 되어 있다.
합천댐 본댐. 뱃놀이도 할 수 있고 낚시도 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 어촌계도 있다.
합천과 황강은 합천댐 건설 이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먼저 수몰과 이주를 꼽을 수 있다. 마을 여럿이 물에 잠기게 되면서 1714가구 6825명이 떠나야 하게 되었다.
1417가구는 자유 이주로 다른 터전을 선택해 멀리 떠나갔고 297가구는 집단 이주로 합천댐 주위에 남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합천댐 상류에 있는 가옥과 상가와 재실과 정자들은 원래는 없던 것들이었다.
두 번째는 홍수가 사라지게 되었다. 합천댐은 완공 이후 지금까지 수문을 제대로 연 적이 없다고 한다. 물을 가두어 두고 필요에 따라 조절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특히 여름철에 비가 갑작스레 많이 쏟아지면 황강은 쉽사리 홍수가 지곤 했다. 골짜기가 좁다 보니 상류 산악지대에 내린 비가 한꺼번에 몰려 내려오기 일쑤였다.
합천댐 보조댐. 둘레에 데크로드가 조성되어 있다.
합천 출신들은 50대 이상은 물론이고 40대만 되어도 황강에 소나 돼지 같은 가축, 수박과 호박 같은 농산물, 장롱 등 가구들이 둥둥 떠내려가던 옛날 홍수 기억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황강은 주변 유역보다 하천바닥(=하상河床)이 높은 대표적인 천정천(天井川)이다. 그래서 홍수가 지면 범람으로 넘쳐나기가 더욱 쉬웠다. 합천댐이 생긴 뒤에 거의 사라진 일이다.
홍수가 없어진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농경지와 주택지가 상습 수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덕분에 황강 유역은 살기 좋은 땅이 되었다. 좋은 측면이 있으면 나쁜 측면도 있는 법. 주변 습지가 메마르게 된 것이다.
황강과 낙동강의 합류지점 모습. 가까운 데가 황강이고 멀리가 낙동강이다.
합천읍 가까운 정양늪은 아천천이 황강으로 흘러드는 언저리다. 공원으로 꾸며져 있어 외지 사람들도 곧잘 찾는데 그대로 두면 물이 말라붙기 때문에 일부러 1.5m 높이 보를 만들어 수량 확보를 하고 있다.
그보다 상류 황계천과 황강이 합류하는 지점 박실지는 같은 이유로 거의 메말라 버렸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10명 넘게 어업권을 갖고 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고기잡이가 어림도 없는 일이 되었다.
홍수와 범람이 사라지면서 강변 경관도 바뀌었다. 합천댐에서 물은 내려오지 않지만 주변 산악에서 모래와 흙은 쏟아져 들어온다. 그런 때문에 토사가 꾸준히 쌓이게 되었다.
보조댐 아래 상류에서는 하천 유역이 이렇게 두툼하게 토사가 쌓여 높아져 있다. 멀리 미루나무가 보인다.
물론 물이 통 내려오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물이 흐르는 자리는 오히려 물살이 빨라져서 더욱 깊이 파이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자리는 다릿발이 번쩍 들릴 정도로 모래가 쓸려나가고 다른 데는 두툼하게 높아지게 되었다.
행정 차원에서는 이런 데를 홍수가 졌을 때 물이 머무를 수 있는 유수지(遊水池)라 하는데 지금 보면 두툼하게 쌓인 위에 갖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사람들 바라보는 경관은 좋지만 아무래도 저수(貯水)는 예전만 못하게 되었다.
합천댐에서 가두어졌다가 흘러나오는 물은 하천을 그냥 흐르는 물보다 차갑다. 햇볕을 그만큼 적게 받기 때문이다. 농사에는 안개로 피해를 입히고 냉해도 끼치는 원인이다.
황강 하류 풍경. 낙동강 본류에서 4대강사업으로 모래톱이 사라졌지만 여기는 온전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거리가 되었다. 해마다 7월 말이면 합천읍 함벽루가 마주 보이는 황강에서 수중마라톤대회가 열린다. 참가해 본 이는 알겠지만 한여름인데도 오래 담그고 있기 어렵다. 너무 차가워 조금만 있어도 발이 시려 오기 때문이다. 황강 수중 마라톤대회가 인기가 높은 까닭이다.
보조댐 아래 황강 래프팅도 덕분에 새로운 명물이 되었다. 합천의 황강 래프팅은 산청의 경호강 래프팅과 다르다. 경호강 래프팅이 빠른 물살을 즐기는 것이라면 황강 래프팅은 유유자적하는 물놀이에 가깝다.
노를 저어가면서 스릴을 누린다기보다는 배를 타고 천천히 흐르거나 머물면서 담소를 즐기는 것이다. 물 위에서 가볍게 '치맥'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합천댐이 물을 안정적으로 일정하게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주관 :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수행 :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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