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잘 나간다는 유럽 다른 나라들에서는 역사 공부를 동네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동네→고장→지역→나라→세계 하는 식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우리 동네 논밭을 누가 만들었고 뒷동산 산판이 어떻게 가꾸어져 왔으며 주택과 거리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건설되었는지부터 배운다고 한다.
그런 기반을 쌓은 위에서 더 나아가 나라 또는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이는지를 폭넓게 알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오로지 세계적이고 전국적인 것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 입학 시험에 동네나 고장이나 지역에 대한 것들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밀양독립운동기념관에서 위패가 봉안된 독립운동가가 몇 분이나 되는지 세어 보는 미리벌중학교 학생들. 밀양은 정부 포상을 독립운동가만도 73명에 이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렇다. 창원에 사는 내가 서울 경복궁의 구조와 역사를 잘 알아도 삶이 풍부해지지는 않는다. 조선 왕조 찬양자가 되거나 서울바라기만 될 뿐이다.
미국 나이아가라폭포가 얼마나 크고 멋진지를 꿰어도 내 인생이 멋들어지게 바뀌지는 않는다. 어쩌면 미국에 주눅들거나 미국 대륙 예찬자나 될 뿐이다.
사천 선진리성을 찾아 살펴보는 사천 지역 어린이들.
그러나 지역은 그렇지 않다. 사천을 보기로 들자면 교과서에 나오지는 않지만 선진리왜성의 역사를 사천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 그 삶은 좀더 새로워질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거점이었고 사천성2차전투에서 조명연합군이 참패한 현장이다. 봄이 되면 해마다 벚꽃놀이를 하는데 그 시작은 당시 왜군이 대승한 기념으로 벌인 일제강점기 행사에 뿌리가 있다.
이런 사실을 알면 내년에 봄을 맞아 똑같이 벚꽃을 즐기더라도 그 느낌과 의미는 작지 않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지역 역사는 지역에서 그 의미를 찾고 그 실체도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지역 신문사도 해당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기업도 나서야 한다.
경남도민일보에서 펴낸 지역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역사 가이드북들.
경남도민일보는 그동안 지역 학생들을 위하여 가이드북을 만들고 현장탐방과 교실 강의를 진행해 왔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16년부터 올해까지 거제·사천·밀양·창원 네 군데에서 벌였다.
고맙게도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밀양시청·밀양교육지원청·사천시청·사천문화재단, 그리고 몇몇 뜻있는 기업들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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