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인간의 편리와 자연의 재앙은 어떤 관계일까?

김훤주 2018. 9.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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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함께한 지가 올해로 여섯 해째다. 경남도민일보 문화사업 전담 법인 해딴에를 통해서다. 지역역사 알림이 기자단, 우리 고장 역사문화 탐방, 밀양 청소년희망탐방대, 토요동구밖교실 생태체험·역사탐방 등을 진행하다 보니 우리 어릴 적과 지금 아이들 모습이 절로 비교되는 경우가 많다.

미세먼지가 한창이면 아이들을 바깥에 데리고 나가기 조심스럽다. 아이들한테 해롭지나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가 작동되는 것이다

교육 당국은 미세먼지에 대응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등·하교할 때는 전용 마스크를 쓰게 했다. 또 수업 중에는 되도록 야외에 나가지 말도록 하여 체육 활동조차 운동장이 아닌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되도록 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우리 어릴 때는 달랐다. 대부분 학교에 실내체육관은 아예 없었다. 대강당은 성역이어서 대규모 행사 때나 개방되었지 우리 일상과는 무관했다. 요즘 미세먼지와 견줄 만한 것으로 황사가 있었지만 우리는 하늘이 누런 먼지로 가득해도 운동장에서 신나게 공 차고 고무줄 뛰기 하고 달음박질하며 놀았다.

더위도 마찬가지다. 올해 여름은 길면서도 강렬했다. 폭염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111년 만의 무더위' 같은 역대급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학생들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실내에서 주로 지내도록 안내를 받았다. 그러다 햇볕 내리쬐는 바깥으로 나가면 열 걸음도 못 옮기고 아이스크림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지친 표정을 짓곤 했다.

우리 어릴 적에는 교실이 바깥보다 더웠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달려 있지 않았다. 반면 학생 숫자는 60명은 기본이고 70명을 넘는 때도 있었다(국민학교 6학년 때와 중학교 2학년 때 내 번호는 76번과 72번이었다). 그래서 운동장에 나가 나무 밑에 있는 편이 오히려 나았다. 선생님들도 야외활동을 하지 말라거나 실내에서 지내라는 말씀을 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이렇다. 상대방은 더욱 강해지는데 인간은 맷집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황사로 사람이 죽었다는 얘기를 나는 들은 적이 없다. 미세먼지는 다르다. 초미세먼지로 말미암은 우리나라 조기 사망(2015)11924명이라는 집계가 있다.

폭염도 분명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옛날에는 30도만 넘어도 더위라 했는데 요즘은 40도에 육박하거나 넘어서야 제대로 더위 취급을 받는다.

문제는 이 둘이 연관되어 있다는 데 있지 싶다. 맷집이 약해도 더욱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생활환경이 바뀌었다. 넘치는 에너지와 발전된 기술 덕분이다. 그런데 이것이 상대방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야누스의 두 얼굴 같다.

자동차가 늘면서 걷지 않고도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탓에 미세먼지가 심해졌다. 시원한 에어컨 덕분에 나무그늘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 탓에 갈수록 기후가 더워진다.

이처럼 인간의 편리함과 자연의 재앙은 불가분의 관계인가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 번 해 보았다.

경남도민일보 828일자 데스크칼럼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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