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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역 언론사 간에 자율적인 통폐합을 적극 권장한다. (2) 정치기사를 전면배제하는 것이 지역언론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누가 한 말일까? 지역언론의 활로를 걱정하는 토론회 장에서 나온 말이라면 찬반은 있겠지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과 관련된 국가기관의 장이 이런 말을 했다면 엄청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1980년 12.12 군사반란 세력이 불법적으로 감행했던 '언론통폐합'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는 시대에…. 또한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지역언론더러 정치기사를 싣지 말라니.
위의 말은 권성 언론중재위원장이 경남지역 언론사 대표이사와 편집국장 등 14명 앞에서 한 인사말 중 핵심 내용이다. 지난 17일(금) 오후 2시 경남도청 신관 3층에서 열렸던 경남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략)…일본의 경우 지역일간지가 중앙일간지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사세나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그 이유는 각 현에 있었던 다수의 지방지를 하나로 통폐합하는 일현일지(一懸一紙) 체제가 구축되어…(중략)…우리 지역언론도 일본의 지역언론이 시사하는 점에 눈길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첫 번째로 지역 언론사 간에 자율적인 통폐합을 적극 권장합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통폐합이 아니라 언론사 간에 자율적인 사업 양도, 합병 등의 방법으로 통폐합을 추진한다면, 현재 지역 언론사들이 겪고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이 상당 부분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정치기사의 전면배제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앙신문, TV, 라디오 매체가 집중적으로 다루는 정치기사를 지역에서도 보도한다면 그 신속성과 영향력 면에서 경쟁하기 어려우며, 지역사회의 갈등만 부추길 뿐입니다. 따라서 정치기사를 가급적이면 전면배제하는 것이 지역언론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후략)…"
언론중재위원장이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지역언론 활성화'가 언론중재위의 기능도 아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는 "언론 등의 보도 또는 매개로 인한 분쟁의 조정·중재 및 침해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언론중재위원회를 둔다"고 되어 있다. 말 그대로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보도로 인한 분쟁을 중재하는 기구'다.
따라서 언론중재위가 언론사와 간담회를 한다면 '언론보도에 따른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공정보도를 당부한다든지, '공정한 중재'를 다짐하는 정도의 내용이면 족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월권적 발언을 한 것일까?
게다가 권성 위원장은 인사말을 마친 후, 곧바로 간담회장을 떠나버렸다. 그래서 본인에게 직접 이 발언의 배경을 물어볼 기회도 스스로 차단해버렸다.
토론시간에 내가 이 문제를 제기했고, 참석한 언론사 관계자 두어 명도 '위원장 인사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언론통폐합 발언은 언론중재위 간담회에 맞지 않는 말이다. 다른 지역 간담회에 가서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던 임종금 기자가 기록해둔 내 발언은 다음과 같다.
김주완 편집국장 : 확인해 볼 부분이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기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권성 위원장 인사말에 언론사간 통폐합 권유를 하시고, 정치기사 전면 배제를 권고하셨다. 좀 뜬금없다. 위원장님이 지역언론에 대해서 얼마나 깊은 이해를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언론중재위라면 공정보도 등을 논하는 자린데, 정치기사를 하지 마라, 언론통폐합을 해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많은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왔다고 했으나, 본인의 일방적인 말씀만 하시고 나서 자리를 떴다. 들어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온 것이 아니냐. 자리를 뜬 것도 특정 언론사에 갔다고 했다. 답변 바란다.
이에 대해 언론중재위 오광건 사무총장은 "언론통폐합이라는 건 언론중재위에서 추진할 권한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며 "위원장님의 말씀은 개인적으로 지역언론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일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특정한 신문사를 방문하러 간 것도 "열악한 지역신문의 실태를 알기위해 경남도민신문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 위원장의 이 발언을 우리 경남도민일보에서 어떻게 보도할까 고민했다. '언론중재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쟁점화할 것이냐, 아니면 그냥 '순수한 발언'으로 보고 넘어갈 것이냐는 두 가지였다. 기자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권성 위원장은 41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치면 72세다. 또한 그가 그런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언론중재위원장이 언론관련 정책을 입안,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다.
결론은 '과거 1도 1사 언론통폐합 시대를 살아온 나이드신 어른의 노파심'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다만 이런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는 있을 것 같아 블로그에 적어둔다.
다만 황당하고도 놀라웠던 것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간신문사 대표조차 '언론통폐합' 발언에 동조하며 "자율에만 맡겨두면 안 되고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행정지시를 내리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사이비 신문이나 사이비 기자에 대해서는 사정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척결해야 한다고 보지만, 정부가 나서서 언론사간 통폐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인은 생전 처음 봤기 때문이다.
누가 한 말일까? 지역언론의 활로를 걱정하는 토론회 장에서 나온 말이라면 찬반은 있겠지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과 관련된 국가기관의 장이 이런 말을 했다면 엄청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1980년 12.12 군사반란 세력이 불법적으로 감행했던 '언론통폐합'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는 시대에…. 또한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지역언론더러 정치기사를 싣지 말라니.
위의 말은 권성 언론중재위원장이 경남지역 언론사 대표이사와 편집국장 등 14명 앞에서 한 인사말 중 핵심 내용이다. 지난 17일(금) 오후 2시 경남도청 신관 3층에서 열렸던 경남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략)…일본의 경우 지역일간지가 중앙일간지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사세나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그 이유는 각 현에 있었던 다수의 지방지를 하나로 통폐합하는 일현일지(一懸一紙) 체제가 구축되어…(중략)…우리 지역언론도 일본의 지역언론이 시사하는 점에 눈길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2012년 2월 17일 열린 언론중재위 경남지역 간담회. @임종금 기자
그 첫 번째로 지역 언론사 간에 자율적인 통폐합을 적극 권장합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통폐합이 아니라 언론사 간에 자율적인 사업 양도, 합병 등의 방법으로 통폐합을 추진한다면, 현재 지역 언론사들이 겪고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이 상당 부분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정치기사의 전면배제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앙신문, TV, 라디오 매체가 집중적으로 다루는 정치기사를 지역에서도 보도한다면 그 신속성과 영향력 면에서 경쟁하기 어려우며, 지역사회의 갈등만 부추길 뿐입니다. 따라서 정치기사를 가급적이면 전면배제하는 것이 지역언론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후략)…"
언론중재위원장이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지역언론 활성화'가 언론중재위의 기능도 아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는 "언론 등의 보도 또는 매개로 인한 분쟁의 조정·중재 및 침해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언론중재위원회를 둔다"고 되어 있다. 말 그대로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보도로 인한 분쟁을 중재하는 기구'다.
따라서 언론중재위가 언론사와 간담회를 한다면 '언론보도에 따른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공정보도를 당부한다든지, '공정한 중재'를 다짐하는 정도의 내용이면 족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월권적 발언을 한 것일까?
게다가 권성 위원장은 인사말을 마친 후, 곧바로 간담회장을 떠나버렸다. 그래서 본인에게 직접 이 발언의 배경을 물어볼 기회도 스스로 차단해버렸다.
토론시간에 내가 이 문제를 제기했고, 참석한 언론사 관계자 두어 명도 '위원장 인사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언론통폐합 발언은 언론중재위 간담회에 맞지 않는 말이다. 다른 지역 간담회에 가서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던 임종금 기자가 기록해둔 내 발언은 다음과 같다.
김주완 편집국장 : 확인해 볼 부분이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기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권성 위원장 인사말에 언론사간 통폐합 권유를 하시고, 정치기사 전면 배제를 권고하셨다. 좀 뜬금없다. 위원장님이 지역언론에 대해서 얼마나 깊은 이해를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언론중재위라면 공정보도 등을 논하는 자린데, 정치기사를 하지 마라, 언론통폐합을 해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많은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왔다고 했으나, 본인의 일방적인 말씀만 하시고 나서 자리를 떴다. 들어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온 것이 아니냐. 자리를 뜬 것도 특정 언론사에 갔다고 했다. 답변 바란다.
이에 대해 언론중재위 오광건 사무총장은 "언론통폐합이라는 건 언론중재위에서 추진할 권한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며 "위원장님의 말씀은 개인적으로 지역언론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일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특정한 신문사를 방문하러 간 것도 "열악한 지역신문의 실태를 알기위해 경남도민신문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 위원장의 이 발언을 우리 경남도민일보에서 어떻게 보도할까 고민했다. '언론중재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쟁점화할 것이냐, 아니면 그냥 '순수한 발언'으로 보고 넘어갈 것이냐는 두 가지였다. 기자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권성 위원장은 41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치면 72세다. 또한 그가 그런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언론중재위원장이 언론관련 정책을 입안,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다.
결론은 '과거 1도 1사 언론통폐합 시대를 살아온 나이드신 어른의 노파심'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다만 이런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는 있을 것 같아 블로그에 적어둔다.
다만 황당하고도 놀라웠던 것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간신문사 대표조차 '언론통폐합' 발언에 동조하며 "자율에만 맡겨두면 안 되고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행정지시를 내리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사이비 신문이나 사이비 기자에 대해서는 사정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척결해야 한다고 보지만, 정부가 나서서 언론사간 통폐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인은 생전 처음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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