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결국 구속된 사이비 언론단체 사칭 기자

김훤주 2012. 3. 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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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사이비 기자한테 징역 6개월이 선고됐습니다. 공갈죄로 기소된 모양인데요, 판결문을 보면 내용이 이렇습니다.

"한국신문기자연합회 소속 기자임을 사칭한 다음 은근한 압력으로 <아프리카 원시 문명 대탐험>이라는 책을 17명에게 팔아 398만원을 뜯어냈다." 이런 강매가 범죄라고 판결한 셈입니다.

보기도 들어놓았습니다. "2010년 11월 25일께 업체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남양주 시청을 출입하는 기자인데 공사는 잘 되고 있냐? 현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기사 처리를 잘해 주겠다. 이번에 한국신문기자연합회에서 아프리카 원시 문명을 탐험하고 취재한 책자가 나왔는데 한 번 봐라'는 취지로 말해 만약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공사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겁을 먹은 간부로부터 농협 계좌로 책값 19만9000원을 송금받았다."
 

한국신문기자연합회에서 팔아먹으려 했던 책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런 일이 경기도 남양주에서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경남 지역에서도 있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2009년 2월 19일치로 민병욱 기자가 쓴 기사입니다. 이 때 팔아먹은 책은 <문명의 신비, 마야·잉카 문명을 찾아서>였는데, 책값은 19만8000원이었습니다.

주로 학교에 책을 팔았는데, 당시 관계자는  "기자단체 이름을 말하면서 꼭 책을 사달라고 하는데, 말이 요청이지, 학교와 같은 관공서 처지에서는 '압력'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강매'라는 말씀입니다.
 


비슷한 일은 2011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2월 22일치로 민병욱 기자가 썼습니다. 장본인은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이고요, 팔아먹으려던 책은  <세계테마기행: 유럽편>이었는데 책값은 19만9000원이었습니다.

이들은 경남도의원들에게 팔려다가 들통이 났는데, 당시 한 도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1월 이 연맹에서 일한다는 사람이 연맹 화보가 나왔으니 구매해 달라는 전화를 했다." "활동을 지켜보고 있고, 지원할 게 있다면 지원하겠다고 했다." "단체 이름을 말하면서 꼭 책을 사달라는데,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민병욱 기자는 이 연맹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집단인지 꼼꼼히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기사 내용입니다. "연맹 홈페이지(http://www.pressclub.kr/)에는 2010년 7월 1일 창립했다고 나와 있다. 창립선언문이나 사업계획 등은 없고, 출판, 세미나 개최, 신문 발행, 정보교류 등을 한다고만 적혀 있다."

"또 홈페이지에서 미디어신문과 한국생활체육신문, 대한전우신문, 한반도신문을 발행한다고 했지만, 포털사이트에는 이들 뉴스나 사이트가 나오지 않았다. 회장 1명, 고문 12명, 자문위원 3명, 부회장 13명, 사무총장 등으로 조직도도 구성돼 있는데, 회장과 일부 고문, 부회장의 경우 이름과 소속사가 일치하지 않았다."

이어집니다. "오무 회장은 '워싱턴미주방송회장'이라 밝혔으나 워싱턴미주방송 관계자는 "우리는 사장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부분 줄임) 전남도민일보 부회장으로 돼 있는 설동희 부회장에 대해 전남도민일보 관계자는 "그런 이름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장광식 사무총장도 오데일리뉴스 소속이라 했지만, 포털에서 이 사이트는 검색되지 않았다."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이 팔아먹으려던 책. 경남도민일보 사진.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은 이런 기사가 나가자 저희 경남도민일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 신청을 했습니다. 저희 보도 내용이 틀렸다는 것이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단 한 글자도 고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틀린 구석이 없기 때문이지요. 언론중재위원회도 저희 손을 들어줬고 이 연맹은 그냥 맥없이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기사를 내리라는 요구도 있었으나 이 또한 저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직도 사이비 기자 사이비 언론단체가 설치고 있음과 이렇게 설치는 사이비 기자나 사이비 언론단체에 맥없이 휘둘리는 사람이나 단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기자임을 내세워 책을 파는 자체가 범죄 행위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음도 알 수 있습니다.

사이비 기자와 사이비 언론단체는 어쩌면 언제나 있을 수밖에 없을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하도 복잡하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어수룩한 구석이 늘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렇지 싶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폐해를 줄이려면 강매 요구를 당하는 당사자가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이비 기자나 사이비 언론단체로부터 이름도 알 수 없는 책을 사달라는 요구가 들어오면 언제든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저희들은 정확하게 취재해서 확실하게 보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안이 무거운지 가벼운지를 따져서 경찰 또는 검찰에게 수사를 해 달라고 요구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제 전화번호는 010-2926-3543이고요, 전자우편은 pole@idomin.com 입니다. 고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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