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내부 비리 고발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김훤주 2011. 1. 1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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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이 많아져야 합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나 자기가 듣고 본 일이 불법이거나 양심에 어긋나는 것인데도 그대로 참는 대신 용기있게 나서서 밝히는 사람이 많아져야 합니다.

지금은 아직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못해 자기가 맡은 일을 계속할 때는 못한다 해도, 이처럼 그만두고 나서는 곧바로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발하고 나서면 적어도 같은 잘못이나 비리가 같은 공간에서 되풀이되지는 않습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창원시 관계자는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했습니다.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창원시 진해구에서 일했던 계약직 청소 직원 박성길(56)씨.

진해덕산매립장에서 박성길씨가 생활쓰레기를 직매립하면 안 되는 까닭을 말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지난 12일 진해 덕산매립장에 폐가구류도 불법으로 파묻혀 있다고 밝혔습니다. 덕산매립장은 지금 소각 안한 쓰레기를 직매립하는 바람에 말썽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덕산매립장 담당 공무원이었던 이모씨는 "원칙적으로는 못하게 돼 있지만 잘게 부숴 복토재와 섞어 썼다"며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안나지만 일부는 소각하고 대부분은 묻었다"고 확인해 줬습니다.

관련 규정인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14조 별표 5 '폐기물의 수집·운반·보관·처리에 관한 구체적 기준 및 방법'에는 폐가구류의 경우 "해체·압축·파쇄·절단 등을 한 후 매립하되, 그 잔재물 중 가연성 폐기물은 소각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를 두고 환경부 관계자는 "폐가구 가운데 타지 않는 부분은 부피를 줄여 매립하고 나머지 타는 부분은 모두 태우라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경남도 관계자도 이를 한 번 더 확인해 줬지만 끝에다 "그래도 처벌 규정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살짝 빌리자면, 느낌이 "묘합니다."

또 박씨는 그동안 자기 손을 거쳐 직매립된 쓰레기가 하루 15㎥정도씩 1년 5개월 동안 5100㎥에 이르며 같은 기간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나온 쓰레기 5㎥가량, 대형폐기물 10㎥가량이 직매립되는 장면도 날마다 목격했다고 얘기했습니다.

박씨 주장을 따르면 박씨 손을 거쳐 직매립된 쓰레기에다 박씨가 눈으로 본 직매립 쓰레기를 합하면 1만㎥를 웃돕니다. 이를 소각해 매립하면 부피를 평균 85%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계산해 보면 1500㎥입니다.

이 생활쓰레기들을 직매립하는 대신 소각한 뒤 매립하면 부피를 85%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날 창원시 진해구 덕산매립장과 석동 한 찻집에서 박씨를 만났습니다.

- 비난받을 수 있는데도 매립장 실태를 고발하고 나선 까닭은?

"타는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지 않으면 과태료를 문다. 시민들이 이렇게 지켜도 담당 공무원들이 소각 않고 바로 매립하는 것을 날마다 봤다. 언젠가는 지역사회를 위해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공공·불법 쓰레기 배출량은?

"공공·불법 쓰레기 수거를 맡아 했는데, 덕산매립장에 하루 세 번은 갔다. 신고가 들어와 급한 출동이 있는 날은 네 번 갔는데 그러면 20㎥다. 공간을 크게 차지하는 폐스티로폼이나 폐플라스틱류, 폐전자제품이 아무 처리 없이 그대로 묻힌다."

-소각 않고 직매립한 쓰레기가 더 있다고 했는데.

"가구 등 대형 폐기물을 분류하고 남은 것들을 5t짜리 청소차로 하루 두 번, 동성산업이 위탁받은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5t짜리 하루 한 번꼴로 내다버렸다."

-창원시 본청에서는 2010년 7월 통합 이후 진해·창원·마산 소각장을 연계해 모두 소각한다고 하는데?

"거짓말이다. 한 번도 그렇게 안 했다. 통합 이후에도 바뀐 것은 없다. 매립장 말고 소각장으로 간 적은 한 번도 없다."

-옛 진해시가 폐가구를 불법으로 묻었다고 했는데?

"2010년 3~4월 폐가구를 파쇄해 최소 1000t 묻었다. 폐가구는 화공 처리를 한 것이라 직매립하면 토양이 오염되고 침출수 때문에도 안 된다. 그런데도 태풍 때 생긴 나무 쓰레기라며 매립했다. 그러나 태풍으로 생긴 나무는 전체의 10%도 안 된다. 당장 파내 소각해야 한다."

진해 쓰레기 행정의 문제점을 적어놓은 메모를 펼쳐보이는 박성길씨.


-그밖에 다른 문제점은?

"침출수 처리 공간에 스며든 빗물이나 바닷물은 처리 과정 없이 배출된다. 매립장에서 재활용품 선별도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2009년 이재복 시장 시절 신흥동 해군아파트 철거하면서 생긴 흙을 많이 반입했는데 이또한 적합하지 않다. 폐가구류를 산더미로 쌓아놓은 것도 문제고 복토도 제대로 안 된다."

-해결책은 무엇이라 보는지?

"지금 소각 않고 매립돼 있는 것도 선별·소각해야 한다. 앞으로는 지정된 것 말고는 직매립하면 안 된다. 매립장의 재활용품 선별 작업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담담 공무원의 역량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에 왜 그만뒀는지?

"계약 기간이 끝나 그만뒀다. 창원시나 진해구에서 보복 차원에서 그만두게 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도 이를테면 잘리게 되니까 공무원들 애 좀 먹여야겠다 생각해서 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은 문제 많았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심지어는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나도 현장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청소차 안 타도 먹고 살 일은 쌔고 쌨다."

불법 매립된 폐가구류를 다시 파내어 소각 처리를 할지 여부를 창원시는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다시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매립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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