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공립대안학교의 학부모 연수 참석해보니

기록하는 사람 2011. 1. 1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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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에 대한 저의 교육철학은 그냥 '방치'하는 겁니다. 아니, 방치라고 하니 어감이 좀 안좋네요. '자유방임' 정도로 바꾸는 게 좋겠네요.

물론 아들녀석이 영 엇나가면 바로잡아주긴 해야 겠죠. 하지만 그럴 때도 가급적 대화를 통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녀석이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을 다니는 동안 거의 학교와는 담을 쌓고 지내왔습니다. 입학식 때 한 번, 졸업식 때 한 번 정도 외에는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학교에 가볼 일이 없었죠.

그러던 제가 녀석이 아직 입학도 하지 않은 고등학교의 1박 2일짜리 학부모 연수에 참석했습니다. 연수일정은 정말 빡빡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수많은 연수회나 수련회에 참석해보기도 하고, 제가 직접 그걸 주관해보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강행군으로 이어진 연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연수계획과 일정을 한 번 보시죠.

선생님들이 릴레이식으로 동료교사를 서로 소개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2011년 태봉고 학부모 연수회계획(안)

1.목적
*학부모 상호간의 원활한 정보교환 및 의사소통을 통한 친목도모
*학교교육철학 및 교육과정 이해
2.추진계획
 가.일시:2011.01.15.(토) ~ 2011.01.16.(일) [ 1박2일]
 나.장소: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태봉리68번지(태봉고등학교)
 다.주요내용
  *학교철학 이해
  *학부모 의 역할
  *학부모 간의 정보교환
  *2011학년도 교육과정 설명
 라.학부모연수계획(안)
    일정시간표     내  용            세부사항
  12:30~13:00    연수접수        연수대장접수,연수비수령,명찰지급
  13:00~13:30    연수일정소개      다목적실입실 및 연수일정 소개
  13:30~14:00    교직원 소개      인사 및 개인별 간략한소개
  14:00~14:40    교육과정소개      교무부장선생님
  14:40~15:00    학부모회 소개     학부모회장
  15:00~15:15    휴식시간             
  15:15~16:00    레크레이션       조정희 선생님
  16:00~17:00    교장샘 특강      학교철학 및 학교바로알기(2기학부모)
        "         1학년 평가회      지난시간 평가회 (1기학부모)--요가실에서"
                *전학과선생님 참석         
  17:00~18:00    저녘식사        뷔페식(출장뷔페)
  18:00~20:30    신입 학부모소개    자기소개 및 교육철학발표(가족당5분)
  20:30~21:30    분임조별 토의     선,후배간 질의응답
  21:30~22:00    학부모임원선출     회장,총무,학년대표,1학년학운위원
  22:00~27:00    뒷풀이         선,후배 학부모간 화합의장

학부모들의 소개 및 교육철학 발표 시간.


실제 위에 적힌대로였습니다. 공식적인 휴식시간은 한 번뿐이었고, 저녁식사 시간이 한 시간 있었고, 예정된 10시를 훌쩍 넘긴 밤 11시까지 논스톱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일정에 없는 것도 있었습니다. 뇌운동과 뇌체조, 명상도 있었는데 레크레이션과 함께 이 학교 선생님들이 모두 진행했습니다. 워낙 재주와 능력, 그리고 의욕까지 넘치는 선생님들이라 3~4시간동안 휴식도 없이 앉아 있었지만, 그 의욕과 열정에 눌려 바깥에 들락거리는 것도 미안했습니다.

밤 11시 넘어 시작된 뒤풀이.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학부모들도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강행군을 하고도 빠지는 사람이 거의 없이 밤 11시부터 이어진 뒤풀이에서 새벽까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아시다시피 태봉고는 경남도교육청이 설립한 공립대안학교입니다. 이른바 '대안학교'는 학부모 참여가 높다는 이야길 얼핏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1년 중 대략 10여 차례 학부모들이 이렇게 학교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더군요.

태봉고 여태전 선생의 열정적인 강의 모습.


교무부장 선생님의 교육과정 소개도 큰 도움이 되었고, 교장 선생님의 특강도 감동적이었습니다. 또 다양한 학부모님들의 교육철학 발표도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저의 교육철학은 '방임'입니다. 제 소개 차례에서도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됩니다. 이번 연수에서 알게 된 선생님들의 높은 열정, 그리고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의식에 제가 따라갈 수 있을지 말입니다.

게다가 제 아내는 이런 자리에 혼자 가는 걸 아주 싫어합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맡겨버리고 모른체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큰 일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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