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해태제과의 이런 작명은 거의 사기 수준

김훤주 2010. 10. 1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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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점심 시간 조금 못 미쳐 과자를 샀습니다. 그 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 보통은 점심 때까지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습니다만 이날은 이상하게도 속이 쓰릴 정도로 배고픔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요즘 과자라면 대부분 미국서 사들인 밀가루를 재료 삼고 또 좋지 않은 기름으로 튀겨 만들기에 즐겨 손을 대지는 않습니다만 그 날은 쓰린 속을 달래려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게 진열대를 둘러보는데, "5가지 우리쌀로 만든 땅콩 그래"라는 과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이런 과자가 있다니 참 다행이다 여기면서 냉큼 집어들었습니다.

값은 1200원이었습니다. 조금 비싸다 싶었지만, 온통 미국산 밀가루로 범벅이 되지는 않은 과자로 쓰린 속을 다스릴 수 있다는 데 견주면 비싼 따위야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지요.


가져와서 자동차에 앉아 물과 함께 야금야금 뜯어먹으면서 과자 포장지를 보게 됐습니다. 현미 멥쌀 흑미 찹쌀 발아현미가 들어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군, 다섯 가지군, 여겼습니다. 그러면서 포장지를 옆으로 돌려봤습니다. 조그만 글씨로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고객만족실:수신자요금부담(080-233-6677)", 다음에 원재료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밀가루(밀, 수입산), 백설탕, 쇼트닝(팜유류, 말레이시아안), 땅콩 코팅 분태(땅콩, 설탕, 물엿, 합성착향료(땅콩향)), 곡류가공품, 전란액(계란), 물엿, 과·채가공품(코코넛), 오미분말(멥쌀, 현미, 흑미 찹쌀, 발아현미), 당류가공품(우유), 땅콩버터, 바닐린, 산도조절제, 유화제(대두), 합성착향료(땅콩향), 정제소금.

그렇지 수입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았을 리는 없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눈길을 이어가다 보니 땅콩(수입산) 5%, 오미분말(국산) 1%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떤지 모르지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고작 1%를 집어넣어 놓고 그것을 과자 이름 앞에 이토록 크게 내세우다니, 사람을 이렇게 속여 먹는구나 싶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다섯 가지 우리 쌀' 각각이 1%씩인 게 아니고 모두 뭉뚱그려 1%라니 오히려 우습지 않습니까?

서양식 과자니까 밀가루를 압도적으로 많이 쓰는 것은 이해를 한다 해도, 제각각으로 나누면 하나하나가 0.2%밖에 안 되는 성분을 넣어놓고 그것을 빌미삼아 작명을 했다니 속임수로밖에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땅콩(수입산)이 5%고 오미분말(국산)이 1%라 한다면, 뒤집어 생각해 보면 미국산 수입 밀가루가 90%을 훌쩍 넘는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도 이름은 이렇습니다.


"5가지 우리쌀로 만든 땅콩 그래"라는 이름을 보면서, 그 다섯 가지 우리쌀 비율이 0.2%씩뿐이고 합해도 1%밖에 안 된다는 것을 짐작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는 몇몇한테 물어봤더니 같은 얘기가 나왔습니다.

식품위생법 따위 관련 법령이 이런 작명을 허용하고 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런 뻥튀기(나아가 엉터리) 작명을 허용하는 법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바꿔야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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