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포클레인으로 확…' 주민에게 폭언한 업체 직원

김훤주 2010. 10. 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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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 마음 다치게 하면 작은 일도 커진다

폐기물을 불법으로 파묻은 것도 문제였지만, 진짜 문제는 사람 마음을 얻지 못한 데에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당연한 얘기일는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이런 당연한 사실을 아직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긴 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10월 5일 오후 2시 창원시 진해구 웅동1동 영길마을 오복빌라 앞 진해웅동공공하수처리시설 건설 공사 현장이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헤쳐졌습니다.

도로를 따라 하수처리시설로 이어지는 하수관을 묻었는데 거기에 폐아스콘이 들어가 있다고 주민들이 짚고 나섰기 때문이지요.

공사를 맡은 ㄷ건설이 임시 포장된 가로 2m 세로 3m남짓을 굴착기로 걷어내고 파자 폐아스콘이 이내 나타났습니다. 대략 가로 50cm 세로 50cm에 두께는 15cm 되는 크기로 약 10개 나왔습니다.
 


주민들은 "일부러 넣었다"고 주장했고 ㄷ건설은 "실수로 들어갔다"고 해명했습니다. 9월 19일 오후 8시즈음, 저녁 늦게 공사를 한 것이 탈이었습니다.

주민들은 그 날 뜯어낸 폐아스콘을 실어내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일부러 했다고 보는 반면, ㄷ건설은 어두운 데서 작업하다보니 실수로 떨어졌다고 얘기했던 것입니다.

진해구 관계자는 당시 "하수관 공사와 폐기물 공사를 저마다 다른 업체에 맡겼기에 업체가 일부러 집어넣었을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나머지 20m가량도 모두 뜯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업체 관계자는 난처해 하면서도 "마을 주민들이 정식 요구하면 뜯어내겠다"고 했습지요.

주민들은 사진 오른쪽 끝까지 이어지는 20m가량을 모두 뜯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현장에서 바로 논의했으나 결정을 못하고 이튿날인 6일 다시 모여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6일 회의에서는 한 주일 뒤에 정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주민들의 이런 반응은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지나치다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니 폐아스콘만 문제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2. 주민에게 폭언을 한 업체 직원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9월 27일 영길마을 청년회 강모 회장이 다른 일로 공사하는 현장 사진을 찍었으며 그 과정에서 업체 직원과 강 회장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말다툼이 심해지면서 업체 직원이 폭언을 했습니다. "포클레인으로 ×××를 쪼아서 파묻어 버릴라."

주민들은 사과를 요구했고 28일과 29일 업체쪽에서 사과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사과하는 자리가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합니다.

주민들 보기에는 업체쪽의 사과하는 자세가 뻣뻣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고, 해명으로 한 발언도 거슬렸습니다.
 마치 시혜를 하는 듯한 태도, 이를테면, 다아 주민들 편하게 하려고 하는 건데 이렇게 까다롭게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투…….

3. 무관심하고 주민을 소외시키는 행정도 문제

주민들은 진해구 공무원의 업무 처리에서도 소외를 느꼈습니다. 일단 진해구 환경위생과가 문제였습니다.

"영길마을은 진해구가 아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관할한다"고 틀린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건설'폐기물이 아니라 '산업'폐기물이라 했다지만, '파묻어도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들리도록도 말했습니다.

게다가 주민들이 여러 차례 독촉을 했을 때에는 현장에 나오지 않은 반면, 업체쪽에게서 말을 듣고 주민 신고 '처리'를 '보류'했답니다.

주민 박모씨는 7일 "사실 폐아스콘은 아무 것도 아니다"며 "폭언을 들은데다 업체와 구청이 모두 주민들을 무시하고 소외시켰다는 데서 오는 답답함과 억울함이 더 문제"라 했습니다.

물론 업체 관계자는 "여러 차례 사과하고 당사자를 찾아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나름대로 할 바는 하려 했겠지요. 그러면서 "앞으로 더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습니다.

환경위생과 관계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름대로 할 말은 있게 마련입니다. "문제 부분을 임시로 포장했기 때문에 와도 확인할 게 없어서 그랬고 나중에는 주민들이 오지 말라 해서 안 왔다"고 해명한 것입니다.

이런 내용으로 해서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 8일 진해구 환경위생과 이모 과장이 문제 현장을 바로 찾아가 6m정도를 더 파게 했답니다. 그랬더니 거기서도 폐아스콘이 나왔습니다.

어쨌든 주민들 말이 사실로 확인돼 버렸습니다. 분량이 많지 않고 크기도 작아서 일부러 집어넣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고는 하지만 말입니다. 

4. 업체와 공무원이 주민 마음을 샀다면 없었을 사건

직원이 폭언을 한 ㄷ건설은 이 때문에 경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다른 불이익도 받을 것입니다. 처음 대응을 잘못한 환경위생과 공무원도, 상급자 꾸중을 듣는다든지 하는 좋지 않은 일을 당했을 것입니다.

업체 직원들이 지역 주민들 말을 귀기울여 듣고 제대로 받아들였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욕을 바가지로 들었는데, 그런 일도 주민들을 공무원이 존중을 했더라면 없었을 일입니다.

사람 마음을 사는 일, 사람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사람이 자기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데에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이런 작은 사건에서도 여지없이 확인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단 마무리가 되기는 했습니다만, 어쩌면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창원시 진해구 웅동1동 영길마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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