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마산 내서 가로수는 아직도 불쌍하다

김훤주 2010. 10. 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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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낮에 내서에 다녀왔습니다. 내서는 갑작스레 팽창한 탓에 어지러운 구석도 있지만, 근본 광려천이 있고 또 가로수들도 옛 마산의 다른 지역들에 견주면 많은 편이어서 그럭저럭 괜찮다고 여기는 편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창원 용호동 일대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나름 멋을 부리고요, 내서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꽤 잘 어울리며 뽐을 내는 동네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번에 제보를 받아 기사를 썼던 삼풍대를 지나 내서읍 사무소 있는 쪽으로 들어가는데 이런 풍경이 눈에 걸렸습니다. 은행나무를 줄기만 남기고 나머지 다른 가지들은 죄다 절단해 놓은 것입니다.

건너편 은행나무는 가지랑 잎이 성해서 나중에 단풍이 멋지겠네요.


아파트 관리사무소라면 자기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나무들을 이렇게 덜 떨어지게 난도질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은 사적이니까요. 2009년 겨울 어느날 경기도 광명 어느 아파트에서 본, 망치 모양을 한 플라타너스 나무는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공공 기관이 이렇게 나무를 관리하고 다루는 꼴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2008년에는 시골 마을 자치단체가 이렇게 하는 경우를 몇 번 봤습니다만.

그동안 사람들 생각이 자라고 언로가 열리고 트여서 일반 백성들 의견을 공무원들이 무시할 수 없게 되면서 이처럼 폭력적인-그러나 관리하는 쪽에서 보자면 아주 편리한- 모습은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통합 창원시의 마산회원구 내서읍에서 이것을 봤습니다. 그것도 읍사무소가 바로 옆에 있는 그런 장소에서 말입니다. 정말 정신 사나운 장면입니다.

우리한테 은행은 단풍이나 생명이 아니고 장애물이다, 이렇게 선언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나무에 대한 애정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걸치적거리는 장애물로만 보고 있음을 나타내 줍니다.

나무도 나름 아름답게 자랄 권리가 있고 그게 결국은 인간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아예 생명체도 아닌 것으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그이들이 잘라낸 것은 은행나무 굵다란 가지만이 아닙니다. 그이들은 나뭇가지와 함께, 나무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이들 스스로의 눈까지 파내었습니다.

그이들이 잘라낸 것은 은행나무 굵다란 가지만이 아닙니다. 그이들이 잘라낸 것은, 얼마 안 있으면 곧바로 곱게 내려앉이 보는 이들 몸과 마음을 달뜨게 만들 바로 그 노란 단풍이었습니다.

지난해 찍은, 창녕 계성 어느 마을 들머리 은행. 내서 가로수 은행이 이 정도까지 되지는 않겠지만…….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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