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제보 확인하려다 룸살롱서 30만원 날렸다

김훤주 2010. 10.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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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밤 오랜만에 옛날에 같이 지냈던 선배를 창원 상남동에서 만나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10시 20분 즈음에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제보 전화였습니다. 경남의 한 기관장이 노동조합 임원 한 사람과 함께 ㅂ궁이라는 룸살롱으로 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제보가 사실로 확인될 수만 있다면 재미있는 기사거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고 지내는 '화류계' 인사한테 서둘러 전화를 걸어 ㅂ궁에 대해 물어 봤습니다. "중앙동에 있고, 화류계 인사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급 룸살롱"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최고급이라면, 제보의 신빙성이 높아지는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있던 술집과 ㅂ궁은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어슬렁어슬렁 걸어갔습니다.

걸어가면서 ㅂ궁에다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내가 합류를 해야 하는데, 거기에 혹시 ○○○ 사람들이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전화 받은 남자의 대답은 "모릅니다"였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물었는데, 이번에는 여자가 전화를 받아 "모르겠는데요" 이랬습니다. 하기야, 처지를 바꿔 제가 전화를 받아도 같은 대답을 했을 것 같았습니다.

가서 보니 ㅂ궁은 상가 건물 3층에 있었습니다. 이른바 '뻗치기'를 해야 하나 싶어서 입구가 어떻게 돼 있나 살폈습니다. 건물 가운데와 양 옆으로 세 군데가 있었습니다. 지하 주차장도 따로 있었습니다.

나가는 구멍이 여러 군데로 분산돼 있으니까 뻗치기를 할 수도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또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얼쩡거리는 노릇은 너무 표시가 나서 할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확인을 포기하기는 아까웠습니다. 제보한 데가 믿을만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만 그보다는 눈 앞에서 잘하면 확인을 할 수도 있는데 그냥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한 번 부딪혀 보자 하는 심정으로 룸살롱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어떤 남자가 안내를 했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봤더니 제 짐작과는 달리 장식이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았습니다. 남자는 제가 혼자여서 좀 이상하게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이 "혼자세요?" 이렇게 물었거든요.

혼자라고 했더니 조그만 방으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가면서 저는 물었습니다. ○○○ 사람들이 와 있는 방이 어디인지를요. 그 사람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방에 들어가 앉아 있으려니 조그만 여자가 한 명 들어왔습니다. 저한테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사람을 찾으러 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여자는 그렇게 해서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사람 이름으로도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손님에게는 무엇이든 일절 묻지를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명함을 제게 건넸습니다. 명함에는 그 여자 직책이 'P.D'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P.D'가 무슨 뜻인지 지금도 모릅니다만. 그러면서 이왕 오셨으니 술이나 드시라고 했습니다.

저는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낮아진다고 여기면서 가장 싼 게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여자는 30만원짜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20만원은 술값이고 10만원은 봉사료라 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가능성은 저에게 봉사하러 들어올 여자였습니다. P.D는 돌아가고 새로 여자가 왔습니다. 입은 매무새가 그리 야하지 않았고 보통 20대 아가씨들 하고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같은 물음을 그 여자에게 되풀이했습니다. 그 여자는 앞에 제가 물었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모른다고, 그렇게 해서는 찾을 수가 없다고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한 시간가량이 흘렀습니다. 양주 한 병을 따서 그 여자랑 서너 잔 정도 마셨지 싶습니다. 11시 30분즈음에 계산을 했습니다. 영수증에는 17만원과 13만원으로 구분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가가치세가 한 푼도 없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는 이런 제보가 들어오더라도 이렇게는 안 해야지 생각했습니다. 좀 무모했고, 무엇보다 한 자리에서 30만원을 날린 것이 아까웠습니다.

어쨌거나, 경남 지역 한 기관장이 노조 임원과 룸살롱으로 노닥거리러 간다는 제보 덕분에, 평소 하기 어려운 좋은 경험을 제가 한 번 누렸습니다.

물론 얻은 바도 있습니다. 이번에 창원에서 으뜸가는 룸살롱이 ㅂ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룸살롱에서는 손님 비밀을 제대로 확실하게 지켜준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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