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는 사원윤리강령과 기자실천요강에서 취재원으로부터 1만 원 이상의 선물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면 인사이동이나 승진 때 의례적으로 들어오는 축하화분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한국사회의 오랜 관행으로 보내오는 화분을 일일이 돌려보내는 것도 너무 야박한 일이다. 더구나 꽃집 업주들에게도 그건 도리가 아니다.
그래서 경남도민일보는 이런 경우 신문사로 배달되어 온 화분을 '개인 소유'가 아닌 구성원 전체가 '공용'으로 받은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그 화분은 공동소유가 된다. 대개 화분 한 개의 가격이 5만~10만 원 사이이고, 신문사 전체 구성원이 86명 정도 되니까, 그걸 86분의 1로 나누면 1만 원에 훨씬 모자라는 선물에 해당돼 기자실천요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지나친 합리화이고 자의적인 해석이라 볼 소지도 있지만, 나름 궁리 끝에 나온 처리방안이다. 이 기준에 의거하여 가끔 편집국에 배달되어 오는 사과 한 상자, 수박 몇 덩이, 딸기, 떡 등 먹을 거리 선물도 그렇게 해석해 구성원 모두가 나눠 먹는다. 물론 나눠 먹을 수 없는 1만 원 이상의 선물이나 상품권 등은 기자실천요강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고, 돌려주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아름다운가게 또는 복지시설에 기탁하고 있다.
어쨌든 이런 기준에 의해 '공동소유'가 된 축하화분은 개인이 집에 들고 가선 안 된다. 그러면 '개인이 받은 선물'이 되는 것이므로 기자실천요강 위반이다. 이 때문에 경남도민일보 사장이든, 편집국장이든, 기자든 축하화분을 받으면 일단 사무실 전체의 '환경미화'에 쓴다. 그러나 너무 많을 경우엔 사내 경매를 하거나 꽃집에 헐값으로 되팔아 우리사주조합에 기금으로 기탁하기도 한다.
이번에 구주모 대표이사 취임축하 난(蘭)의 경우, 좀 많아서 일부는 사내 경매를 하여 사주조합 기금으로 기탁했다. 편집국장 축하 난은 경매할 정도로까지는 많지 않아 편집국 전체 환경미화에 썼다.
이어 7월 1일자로 인사이동이 있었고, 부국장 1명과 부장 1명, 차장 4명의 승진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도 축하화분이 들어오고 있다. 아무래도 너무 많으면 또다시 경매를 하든,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을 하든 다시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어제 봤더니 아주 화려한 꽃바구니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리본에는 '승진을 축하합니다'라는 글귀와 아울러 '사랑합니다. ○○○'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라는 이름을 보니 이번에 차장 승진을 한 기자의 아내가 보낸 것이었다.
아내가 남편의 승진을 축하하며 사무실로 보낸 꽃바구니 선물.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 이런 경우에는 '공동 소유'가 될 수 없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일 남편이 출근하면 이걸 보고 어떻게 처리할 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꽃이 시들 때까진 자기 자리에 올려두고 있지 않을까? 얼레리 꼴레리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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