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블로거들이 후보자 합동인터뷰를 하는 이유

기록하는 사람 2010. 5. 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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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전국의 지역일간지 기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할 때였다. 두 시간짜리 강의였는데, 50분을 하고 10분간 휴식시간이었다. 강의를 듣던 기자들이 컴퓨터가 설치된 옆방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뭘 하는지 봤더니 검색창에 내 이름 석자를 쳐넣고 있었다. 도대체 자기들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자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던 게다.

요즘 사람들은 궁금한 게 있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으려 할 때 자연스레 인터넷을 연다. 그리곤 포털 검색창에 원하는 정보의 키워드를 친다. 관심있는 연예인의 근황이나 10년 전 헤어진 연인의 소식이 궁금할 때도 그렇게 한다.

마찬가지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우리동네 후보자가 누군지 궁금하거나, 오늘 길거리에서 명함을 받은 후보자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을 때도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된다. 만일 포털에서 그의 이름을 넣었는데도 아예 나타나지 않거나 정보가 빈약하다면 그야말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인물을 뜻하는 인터넷 속어) 취급을 받게 된다.

다음에서 문성현을 검색해봤다.

다음뷰 문성현 블로거인터뷰 검색 결과.


이런 모습은 인터넷 이용자 수가 국내에만 4000만 명에 육박하는 시대에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인터넷을 소홀히 여겨선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시대에 '블로그 시민저널리즘'을 추구하는
100인닷컴이 지방선거 국면에서 해야 할 역할이 뭘까?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후보자들에 대한 블로거 합동 인터뷰였다. 블로거들이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을 인터뷰하여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과 소신을 갖고 있는지, 정책과 공약은 뭔지를 기존의 신문·방송보다 소상히 취재해 궁금해하는 유권자에게 정보로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사람들은 특히 그냥 건조한 팩트만 전달하는 신문의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직접 만나본 사람이 전하는 후보자의 인상, 말투, 표정, 그리고 느낌까지 전하는 블로거의 글에 더 재미와 공감을 느낀다. 또한 요즘은 포털 검색에서도 뉴스보다 블로그의 글이 더 상위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일회성으로 지나가버리는 뉴스에 비해 블로그의 글은 훨씬 오랜 기간동안 끊임없이 검색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읽힌다는 강점도 있다.

네이버 검색에 나타난 블로거 인터뷰 글들.


그럼에도 아직 블로거는 기자에 비해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100인닷컴에 속한 블로거들은 나름대로 영향력을 가진 파워블로거로 구성돼 있지만, 아직은 개인블로거가 후보자를 인터뷰하자고 하면 거절당할 확율이 높다. 블로그의 영향력이 신문기자에게 못미친다는 말이 아니라,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잘 모르는 후보자나 그의 캠프 관계자들 인식이 그렇다는 것이다. '합동' 인터뷰 형식을 택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일단 경남에서 활동하는 100인닷컴 멤버 블로거들에게 의향을 물어봤다. 다들 좋다고 했다. 블로거는 기자들처럼 '전업'이 아닌지라 매일 할 수는 없고, 1주일에 한 두 번 정도로 할 경우 경남도지사 후보 셋, 통합 창원시장 후보 셋, 이렇게 여섯 명 정도는 투표일까지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우선 도지사와 창원시장 후보를 모두 릴레이 인터뷰한다는 계획을 잡고, 여력이 될 경우 경남도교육감 후보까지 해보자는 생각이다.

먼저 인터뷰 당일 아침 야권단일후보로 결정된 민주노동당 문성현 후보가 제일 먼저 성사됐다. 100인닷컴에 곧바로 예고기사가 올랐다. 장소는 후보의 선거캠프로 약속하고 미리 블로거들의 질문을 취합했다. 취합된 질문은 하루 전날 후보측에 전달됐고, 100인닷컴에도 공개됐다.


5월 3일 오후 4시, 창원시 중앙동 한국일보 빌딩 5층에 있는 문성현 후보 캠프에 여덟 명의 블로거들이 모였다. 두 시간 가량 질문과 답변이 오갔고, 재미있는 일화나 에피소드도 나왔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저녁 때 6시가 넘어 있었지만, 선거법을 확실히 준수하기 위해 블로거들끼리 밥을 먹었다. 물론 밥값은
100인닷컴이 부담했다.

이튿날부터 블로거들의 인터뷰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인터뷰 전문(全文)을 100인닷컴에 띄웠고, 이후 올라오는 각 블로거의 인터뷰 글을 메인페이지 우측 사이드바 상단에 배치했다. 이 글들은 투표일까지 계속하여 메인에 걸려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모두 여덟 건의 글이 올라왔고, 포털 검색에서도 상위에 배치되고 있다. 또한 다음뷰와 올블로그, 블로그코리아 등 메타블로그는 물론 경남도민일보 메타블로그인 갱상도블로그에도 노출됐다.

100인닷컴 메인페이지.


다음 인터뷰는 미래연합 경남도지사 후보인 이갑영 후보로 정해졌다. 5월 6일 오후 4시 창원시 용호동 이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다. 또한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와 무소속 김두관 후보도 날짜를 섭외 중이다. 만일 인터뷰를 거절하는 후보가 있으면 그 경위도 올릴 예정이다. 유권자인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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