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권정생·이오덕 노래를 아이들이 좋아할까

김훤주 2010. 6. 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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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노래

이런 노랫말을 아이들이 좋아할까 싶지 않습니다. 요즘 아이들 정서랑 환경이랑 맞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지요. 자연물이 가공되지 않은 채 날로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데도 음반과 악보가 나왔습니다. 나름 팔리는 시장이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어쩌자고 저렇게
키만 컸나?
싱겁다는 것은 바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지.

아니란다. 나는                                               


하늘 위에 살고 싶은 나무
내 키가 크다는 것은
낮은 곳에서 보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너무
여위었는걸.
어디, 우리 느티 같이
살찌고 오래 살아 보렴.
살이 찌면 무엇 하게.
불룩한 뱃속은 썩어
박쥐들의 집 아닌가?
오래 살아 무엇 하게.

아무래도 생각 부족이야.
센 바람이 오면 순식간에
넘어질 걸 짐작 못하는
바보 아닌가?

바보라도 좋아.
바보라도 좋아.
죽을 때까지 하늘 위에서
노래처럼 나는 살고 싶어.

이오덕(1925~2003) 선생이 쓴 동시 '포플러3'입니다. 작곡과 노래를 더불어 하는 시인 백창우(50)는 이것을 '노래처럼 살고 싶어'라는 노래로 만들어 이오덕과 이오덕 선생이 가르친 아이들 작품과 함께 음반과 악보책으로 내놓았습니다.

고향 집 우리 집
초가삼간 집

돌탱자나무가
담 넘겨다 보고 있는 집

꿀밤나무 뒷산이
버티고 지켜주는 집

얘기 잘하는
종구네 할아버지네랑
나란히 동무한 집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소나무 같은 집

권정생(1937~2007) 선생이 쓴 동시 '우리집'을, 마찬가지 백창우가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우리 집'이라는 노래로 만들어 권정생 선생의 다른 것들과 함께 음반과 악보책으로 내놓았습니다.

올 봄 새끼 한 배 키우고
내내 비워 둔 가을 까치집
잎 떨군 감나무 가지들이
꼬옥 감싸고 있다.

맨날 쓸고 닦지 않아도 되는
나무 꼭대기 까치네 집
바람 맞아도 그만
비를 맞아도 그만
까치들 어디 가서 돌아오지 않는데

무슨 보물단지 안은 듯
잎 떨군 감나무 가지들이
꼬옥 감싸고 있다.

임길택(1952~1997) 시인의 시 '가을 까치집'이랍니다. 이것을 백창우는 '나무 꼭대기 까치네 집'이라는 노래로 만들어 임길택과 임길택이 가르친 아이들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음반과 악보책으로 엮었습니다.

이처럼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 창고'에는 권정생 노래 상자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우리 집>, 이오덕 노래 상자 <노래처럼 살고 싶어>, 임길택 노래 상자 <나무 꼭대기 까치네 집>이 들어 있습니다. 이들 노래 상자에는 저마다 CD 음반 두 장과 120쪽짜리 악보 책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2. 이런 슬픈 노래에 아이들이 빨려드는 까닭은?

도서출판 대표 윤구병은 책 들머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 곁에 이 노래들이 있어!'라는 글을 썼습니다. 여기서 윤구병은 자기가 변산공동체에 있을 때 에피소드를 통해 백창우와 백창우의 노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막 기타를 떠안기면서 노래하라고 했지. 둘러앉은 애와 어른들 부추겨서 손뼉 여러 차례 치게 하고……. 그렇게 해서 즉석 음악회가 열렸는데, 밝고 명랑한 노래는 다 어디 갔는지, 입에서 나오는 노랫소리가 칙칙하고 슬퍼.

'어, 이래서는 안 되는데. 분위기 확 깨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어쩔 줄 몰라하면서 아이들 표정을 유심히 살폈어. 그런데, 어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엉머구리 끓듯 하던 애들이 삽시간에 얌전해지더니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는 거야. 어둡고 서러운 소리들이 아이들 귓전을 때리자마자 그 노래에 깊이 빠져드는 걸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어.

나중에야 무릎을 쳤어. 그래 아이들이 반드시 밝고 명랑한 노래만 좋아한다는 건 어른들 지레짐작에 지나지 않구나, 아이들은 슬픈 노래도, 어둡고 단조로운 목소리도 거기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실리면 단박에 그 가락에 넋과 몸을 실어버리는구나, 백창우 아저씨가 우리 아이들 마음을 이렇게 깊이 헤아리고,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니까 아이들이 백창우 아저씨 노래에 이렇게 하염없이 빠져드는구나, 하는 일깨움이 가슴을 쳤어."

마음이 통하면 그만이고 사랑이 느껴지면 그만이지, 거기에 무슨 특별한 가락이나 성향이 전제되지는 않는다는 얘기쯤이 되겠습니다.

3. 이오덕·권정생과 임길택의 한살이

이오덕 선생은 <우리 글 바로 쓰기>, <시정신과 유희 정신>, <개구리 울던 마을>, <무엇을 어떻게 쓸까>,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등을 펴냈습니다. 글쓰기 교육과 어린이 문학, 우리말 살리기의 표상이었습니다.

권정생 선생은 자기 책 인세를 북녘 어린이와 다른 가난한 나라 어린이를 위해 써 달라고 유언했습니다. 평생 교회 종지기로 없이 살았지요. <강아지똥>, <오소리네 집 꽃밭>, <몽실언니>, <점득이네>, <초가집이 있던 마을>, <우리들의 하느님> 등을 냈습니다.

임길택 시인은 이들보다 훨씬 덜 알려져 있습니다. 가난한 탄광·산골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1990년부터는 경남 거창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시집 <탄광마을 아이들>, <할아버지 요강>, <산골 아이>, <똥 누고 가는 새>와 동화집 <산골 마을 아이들>, <느릅골 아이들>, <수경이> 등을 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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