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토목 공사로 말미암아 낙동강이 온통 흙탕물이 되고 말았다. 시뻘건 황톳물이 그대로 흘러내리는 것이다.
물론 흙탕물이라 해도 정수를 하면 마시는 데는 별로 지장이 없을지도 모른다. 걸러내는 대로 다 걸러질 것이고 다만 투입되는 약품이나 물품 따위가 많이 들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낙동강 흙탕물이 뜻하는 바는 작지 않다. 바로 낙동강이 망가지고 있다는 표상이기도 하고 결국에는 낙동강이 통째로 바뀌고 말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낙동강이 망가지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우리 사는 모습도 크든 작든 망가질 수밖에 없다. 낙동강에 적지 않게 기대고 사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낙동강 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가 5월 30일 공개한 낙동강과 금호강 합류 지점 모습.
1. 한 번 오르고는 빠지지 않는 채소값
며칠 전 점심 때 들른 밥집에서 주인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주인은 올 3월 채소값이 올랐는데 여태 빠지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예전에는 채소 값이 올랐다가도 채소가 많이 나는 때가 되면 값이 절로 떨어졌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였다.
주인은 원인을 낙동강에서 찾았다. 잦은 비를 채소값이 비싸진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낙동강 살리기를 한답시고 정부가 낙동강 본류를 비롯해 밀양강·함안천·남강·황강 같은 지류들 해당 구간 둔치 농토에 대해서 경작을 '금지'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동네 반찬 가게에서 달래 무침을 3000원어치 샀는데 간장 종지에 담아도 충분할 분량밖에 안 돼 물었더니가 '4대강인가 무엇인가 하는 것 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사람도있다.
이 모두가 낙동강을 따라 펼쳐진 길고 넓은 둔치에서 지어온 농사들을 올해부터 할 수 없게 만든 탓이다. 이는 올 한 해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는 내내 그렇게 되는 것이다.
2.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모래 채취업자
낙동강이 망가지면 덩달아 망가지는 사람살이는 이밖에도 많고 또 많다. 하나만 더 들어 보겠다. 얼마 전 대구에서 70대 모래 채취업자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오랜 세월 낙동강에서 모래를 퍼내는 일로 살아온 사람이었는데 더 이상 낙동강에서 모래를 얻지 못하게 돼 사업이 망하게 되자 세상을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금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토목 공사는 강바닥을 긁어내는 데 많은 예산과 인력을 들이고있다. 이렇게 해서 강물 위로 솟아올라 있는 모래톱이 사라지고 강바닥이 깊어지면 모래 채취를 더는 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더 이상 집을 짓지 않고 살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로 지어야 하는 새 집도 있고 고쳐 지어야 하는 헌 집도있다.
집을 짓는 데에는 모래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낙동강에서 모래를 얻지 못하면 바다로 가는 수밖에 없다. 바닷모래를 퍼내거나 끌어낸 다음 소금기를 빼서 쓰는 것이다. 같은 단체가 같은 날 공개한, 낙동강과 합천 황강 합류 모습. 오른쪽 황강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3. 남해 바다까지 생태계가 망가진다
이렇게 바다에서 모래를 얻으려면 바다 생태계가 크게 교란될 수밖에 없다. 바닷모래 채취가 쟁점이 됐던 경남 통영 일대 어민들이 목숨을 걸고 반대 시위를 벌이는 까닭이 이것과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낙동강이 망가지면 우리 바다도 함께 망가질 수밖에 없고 같은 이치로 바다를 일터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어민들도 삶이 망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파업은 할 줄 모르지만 보복은 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자연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으로부터 무슨 해코지를 당해도, 자연이 당장 생태계의 순환을 멈추지는 못하지만 그 순환이 삐거덕거리면서 나쁜 재난을 안겨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꼬집음이다.
4. 그러나 그것은 전체의 8.3%일 뿐
낙동강의 둔치 농작물 경작이나 모래 채취는, 어쩌면 낙동강이 망가지면서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밖에 안 된다. 빙산冰山은 얼음산, 일각一角은 한모퉁이를 뜻하는 한자말이다.
얼음은 비중이 0.917이다. 물 위로 드러나는 부분은 8.3%뿐이고 나머지 대부분 91.7%는 물 아래 숨어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래서, 우리는 낙동강을 망가뜨리는 이명박 정부가 더욱 두렵다.
김훤주
※ 6월 17일치 <경남도민일보>에 실은 글을 조금 가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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