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김열규가 풀어본 한국인과 도깨비의 정체

김훤주 2010. 6. 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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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한국인을 연결지어 생각해 본 적이 여태 한 번도 없었습니다. 도깨비는 한국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다고 여겨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남 고성에 돌아와 살고 있는 한국학자 김열규가 낸 <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을 훑어보니 도깨비는 한국인의 또 다른 표현이었습니다.

한국인의 못남과 잘남, 못된 구석과 좋은 구석, 좋은 심성과 나쁜 심성, 도움 되는 무의식과 해코지 되는 무의식 따위가 도깨비 여기에 다 녹아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1. "도깨비는 한국인의 자화상"

한국일보 사진.

"도깨비에게는 한국인의 욕망이 들끓고 있다. 알게 모르게 부글대고 있다. 도깨비는 가릴 것 없고 숨길 것 없는 한국인의 심성의 알맹이다.

무의식의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우리들 한국인의 자화상 같은 게 바로 도깨비다. 도깨비는 자신의 본래 모습보다 우리들 한국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한국인이 둔갑하면 도깨비가 될 테고 도깨비가 둔갑하면 영락없이 한국인이 될 것이다."

김열규. 1932년 생으로 지금은 고향 고성에서 살고 있습니다. 충남대·서강대·인제대·계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했습니다. 책을 보니 '한국학의 거장'이라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욕, 생애, 죽음, 웃음, 화, 돈 등등 한국인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내는 작업을 여태 하고 있답니다.

김열규 교수를 따르면 도깨비는 한국인입니다. 한국인에게 고유한 아바타라는 것입니다. 도깨비는 한국인의 놀이, 변덕, 방정, 심술, 장난, 말썽, 잘난 척, 탐욕, 색욕, 우월감, 열등감, 피해의식, 윤리의식, 정의감 따위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 한국인의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생활의 총체가 담겨 있는 백과사전이요 자서전이라 합니다. 도깨비를 알면 한국인이 통째로 다 보인다는 얘기입지요.

2. 도깨비가 조선시대에 많아진 까닭

김열규는 도깨비가 조선 시대 들어 다글다글했던 사정도 짚어봅니다. 고려 시대에는 도깨비가 그렇게 창궐하지 않았답니다. 여기서 김열규는 억압하는 조선 사회와 자유로웠던 고려 사회를 갈래지어 냅니다.

"보통 사람들을 마음 놓고 행동하지 못하게 하고, 덩달아서 속마음도 함부로 챙기지 못하게 하기로는 유교의 이념이나 불교의 가르침 모두 매한가지. 서민들을 마음 내키는 대로 못 하게 막았는데, 그것이 바로 서민들의 마음 속에 도깨비를 창궐하게 한 것이다."

도깨비는 남성입니다.
"도깨비는 빗자루며 공이 그리고 각종 몽둥이며 자루 따위로 대신할 신표로 삼았다. 그 따위들로 성차별은 더욱 격화되고 남권 의식은 더욱 세게 불이 붙었다. 그것들은 모두 전형적인 남근, 사내들의 고추를 상징하는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도깨비는 사내들의 부당한 피해의식이기도 하답니다. "도깨비 몽둥이나 작대기에는 으레 피가 얼룩져 있다. 그것도 하필이면 꼭 여성의 피다.

경도經度라고들 일러온 월경의 피다. 누구나 알다시피, '달의 것' 또는 '몸엣것' 등의 별스런 이름을 가진 이 피는 홀대를 받은 정도가 아니라 사뭇 무안한 천대며 박대를 받아왔다."

책에서 김열규는 한국인이 무의식이라는 뿔을 달면 도깨비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도깨비라는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인이라는 실체를 빤히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열규가 쓴 이 책을 읽고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쉽고 재미있기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심심풀이 땅콩 삼아 읽어도 좋을 그런 책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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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역사/문화 > 한국사 > 한국문화사
지은이 김열규 (사계절,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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