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신문에서 이런 정겨운 광고 보셨나요?

기록하는 사람 2009. 11. 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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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역신문의 살 길을 '세세하고 소소한 지역밀착보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영어식으로 말하자면 '하이퍼로컬'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신문 경제면이나 문화면, 스포츠, 연예면에 들어가는 지역과 무관한 기사들도 모두 없애버리고 그야말로 자질구레한 우리동네 소식으로 채워야 한다고 본다. 전국적인 정치뉴스도 '칼럼'을 통해 이야기하는 정도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렇게 신문을 꾸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꿈꾼다.

오늘 '블로거's경남'에 올라온 '창원 봉림동의 비닐하우스 속 작은 음악회' 소식이나 실비단안개 님이 전해 준 진해의 한 공원에 핀 춘추벚꽃 이야기, 그리고 우리 동네의 한 식당에서 깍두기 김치를 담으려고 샀던 무우가 썩었더라는 이야기 등 수많은 블로거들이 전해준 소식들이 신문 지면을 가득 채우는 날을 꿈꾸는 것이다.

남해읍 동산마을 출신 인물의 해군 준장 진급을 축하하는 마을 향우회원들의 광고.


그런 신문은 광고도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일단 광고 단가의 거품을 최대한 빼고, 10~20만 원쯤이면 누구나 광고를 실을 수 있는 가격으로 낮춰야 한다. 귀퉁이에 조그많게 들어가는 의견광고 크기가 아니라, 적어도 5단 통광고의 절반 내지는 1/4정도 크기로 말이다.

따라서 대기업이나 정부 및 자치단체광고, 그리고 중소기업 광고와 시민단체 광고, 일반 시민의 광고단가를 달리 하여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여 지금까지는 신문에서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개념의 개인광고가 넘쳐나야 한다. 동창회나 향우회는 물론 각종 단체의 행사도 펼침막(플래카드) 제작 비용정도면 신문에 광고로 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그런 신문이 있다. 바로 경남 남해군에서 나오는 <남해시대>라는 주간지역신문이다. 광고 하나 하나가 해당 지역주민들에게는 '뉴스'이자 '정보'이며, 기록되어야 할 지역의 '역사'다.

고등학교 동창회 기수별 체육대회도 어김없이 신문에 광고로 실린다.


연안통발자율공동체 단합대회를 알리는 광고.


마을회관 준공식도 '섬호마을 주민일동'이라는 명의로 실렸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이런 청첩장 광고도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커플은 좀 더 용감하다. 둘의 사진을 실었다. '남해읍 흥안상회 큰 딸 윤혜 시집 가는 날'이라는 카피가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여기도 또 있다. 남해시대 신문의 청첩장 광고는 이제 뿌리를 내린 것 같다.

딸을 결혼시킨 후 신부측의 부모가 실은 인사 광고다. 10~20만 원이면 일일이 편지로 보내는 것보다 싸게 먹힐 수도 있다.


부음광고는 아니고 급작스런 초상을 치른 후 찾아주신 조문객들에게 드리는 인사 광고다.


주간신문의 특성상 급작스런 부고를 신문에 싣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처럼 장례를 치른 후 인사를 올리는 광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 양산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한 박희태 의원 당선을 축하하는 광고다. 서울에  사는 남해군 향우회가 실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김두관 행자부장관 임명과 박홍수 농림부장관 임명 때도 비슷한 축하광고가 지면을 뒤덮을 정도였다.


이건 서울에 사는 남해 중학교와 제일고등학교 동문회가 실은 광고다.


당선자 본인은 당선사례광고를 할 수 없지만, 이렇게 제3자가 하는 건 선거법으로도 막지 못한다.


헉! 한나라당 남해군당협의회도 당원대회를 알리는 광고를 실었다.

부산에 있는 차면마을 향우회 광고다.


초등학교 후배들의 서울나들이를 환영하고 동문회 정기총회를 알리는 광고다.


서울에 사는 향우가 한가위를 맞아 고향 사람들에게 드리는 인사 광고도 있다.


이건 정말 다른 곳에선 보기 드문 광고였다. "지난 9월 22일 밤 사이에 남해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우리 연합회 소속 막내둥이 박계동 회원이 운영하는 가두리양식장에 누군가가 침범하여 그물을 고정시키고 있는 두꺼운 줄을 모조리 절단해버린 범행을 저질렀습니다....박계동 회원은 평소 착실하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회원입니다."


이런 광고가 실리는 신문은 나와 동갑내기인 김광석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남해시대>이고 베를리너 판형으로 매주 24면과 추가로 <시대장터> 4면을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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