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전 직원 휴대전화 공개하는 신문사

기록하는 사람 2009. 12. 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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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해시대>라는 지역주간신문에 실린 재미있고 정겨운 광고들을 이 블로그에 소개한 바 있습니다.(신문에서 이런 정겨운 광고 보셨습니까?)

그런 광고 외에도 이 신문은 다른 신문에서 보기 힘든 여러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전국 각지의 향우들 소식을 거의 빠짐없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해 출신 향우들이 많이 사는 서울과 부산에는 주재기자까지 두고 향우들의 모임 소식을 소상히 다룹니다.

그냥 모임 소식뿐 아니라 어떤 향우가 어느 마라톤대회에 나가 2등을 했다는 이야기도 기사로 씁니다. 향우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다음 카페가 오프라인 모임을 열었다는 소식도 참석자들의 이름과 함께 톱 기사가 됩니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런 모임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취지에서 해당 지면의 상단에 지사장과 담당 기자의 휴대전화번호를 큼직하게 인쇄해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개의 신문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기자들의 이름과 편집국 전화번호 정도를 공개하고 있지만, 기자들의 개인휴대전화까지 이렇게 신문지면을 통해 공개하진 않습니다. 그건 개인정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 신문은 기자들의 휴대전화도 공공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든 알리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전화해달라는 뜻이겠죠.


사진에서 보듯 서울지사장과 주재기자의 이름, 휴대전화, 이메일을 큼직하게 안내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렇게 서울과 부산 주재기자의 휴대전화만이 아니라 전체 사원의 휴대전화를 다 공개해놓고 있더군요.


이 신문의 2면 크레딧 부분인데요. 맨 위 사장(발행, 편집인) 김광석의 휴대전화부터 시작하여 관리국장(광고), 관리부장(광고), 총무(장터광고), 그리고 독자관리부장, 독자관리주임, 편집부장, 편집인턴, 취재기자, 객원기자까기 모든 구성원의 휴대전화를 공개해놨습니다.

어제 배달되어온 신문에서는 또하나 재미있는 정정보도를 봤습니다.


대개 신문사들은 정정보도를 아주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정보도를 낼 때는 가급적 짧고 무미건조한 문장으로 내는 게 보통인데요. 이 신문의 정정보도는 아예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본지 지난주 15면에 보도했던 '백마축구클럽 창립 8주년' 기사와 관련해 잘못 보도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백마축구클럽 회원 여러분과 축구동호인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리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라는 표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내용을 보니 그야말로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은 맞더군요. 그래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정보도 옆에 있는 '읍면 대항 축구대회' 기사 한 번 읽어보십시오. 경기 진행상황을 진짜 실감나게 썼습니다.

"먼저 골문을 흔든 것은 남해읍. 전반 16분 김창우 선수(남해읍)가 수비를 제치며 가볍게 선제점을 뽑았다. 이어진 후반전에서도 시작한 지 불과 4분만에 김현주 선수(남해읍)가 추가득점을 성공해 남해읍팁으로 우승분위기가 흘렀다. 하지만 후반 13분경 김성화 선수(설천면)가 프리킥으로 만회골을 터뜨리며 설천팀에게도 희망이 다시 찾아왔다. 팽팽한 공방 속에 추가득점이 나지 않았고, 어느덧 시간은 끝날 무렵이 됐다. 그러던 중 종료 휘슬 1분을 남긴채 김은호 선수(설천팀)의 천금같은 동점골이 터졌다."

마치 월드컵 축구 중계를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읍면 대항 축구대회를 월드컵처럼 대접해주는 이런 지역신문을 지역민들이 어찌 구독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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