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동아·조선일보가 친일족쇄 벗어나려면?

기록하는 사람 2009. 11. 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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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자 동아·조선일보가 발끈했다. 창업자이고 사장이었으며, 현 사주의 조상이기도 한 김성수와 방응모가 친일파로 수록됐기 때문이다.

두 신문이 들고 나온 논리는 마치 짜맞추기라도 한 듯 '대한민국 정통성 훼손'이다.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은 '대한민국 정통성 훼손 노린 좌파사관 친일사전'이었고,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정통성 다시 갉아먹은 친일사전 발간 대회'였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논리다. 그렇다면 지금도 과거 청산을 계속하고 있는 프랑스나 독일, 아르헨티나, 에스파냐(스페인)의 정통성은 벌써 사라지고 없는가?

사실은 그 반대다. 무릇 과거사 청산은 국가권력의 기반을 공고화하려는 작업이다. 서울대 정근식 교수(사회학)가 한 말이 있다.

지난 8일 숙명 아트센터 장소대관이 불허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숙명여대 앞에서 친일인명사전발간 국민보고대회를 알리는 펼침막을 들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과거 청산은 대한민국 정통성 강화하는 일

"이것(과거 청산)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이것이 사회구성원들간의 신뢰와 통합성을 제고시키고, 국가권력의 정치사회적 정당성을 강화하여 주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청산이 이루어진 사회나 국가는 그렇지 않은 사례들에 대하여 규범적 우월성을 향유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과거 청산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거나 갉아먹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강화해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보수, 오리지널 우파가 먼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것만 봐도 동아·조선일보는 '보수·우파신문'이라기보다는 전형적인 '기회주의 언론'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의 기회주의 논리 또한 허술하고 천박하기 짝이 없다. 진짜 머리 좋은 기회주의자는 부끄러운 과거를 재빨리 인정하고 사과해버림으로써 그 굴레에서 벗어난다. 이미 무덤 속에 있는 그들을 감옥에 보내자는 것도 아니고, 후손에게 연좌제를 적용하자는 것도 아닌데, 이토록 오버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낮은 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인정하고 사과해버리면 욕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머쓱하게 된다. 그 뒤에도 계속 욕을 하면 그 사람이 오히려 욕을 먹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아마도 동아·조선일보는 세월이 지나면 부끄러운 과거가 흐지부지 잊힐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큰 착각이다.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더 발전된 민주주의와 고양된 인권의식으로 무장된 세대에 의해 훨씬 엄격한 과거 청산작업이 이뤄진다는 게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증명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 친일에도 김성수·방응모 포함되면?

동아일보 김성수와 조선일보 방응모. @다음 백과

그래서 나는 사실 현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가 진행 중인 3기(일제 말기) 친일파 선정작업이 불만스럽기 짝이 없다. 이미 그물코가 너무 넓어져 웬만한 친일파들은 죄다 빠져나갔다는 소문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박정희와 장지연이 그랬다.

그렇게 넓어진 이명박 정부의 그물코에도 김성수·방응모가 빠져나가지 못해 친일파로 규정된다면, 그땐 동아·조선일보가 또 어떻게 나올지 심히 궁금하다. 두 신문은 그 때도 '대한민국 정통성' 운운하며 반민규명위를 좌파로 몰아세울까? 그런 기구의 선정작업을 최종 승인한 대통령에게는 뭐라고 할까?

박정희 치하에서 의문사를 당한 장준하 선생의 삼남 장호준 씨가 최근 친일문제 전문가인 정운현 씨를 통해 박지만 씨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그의 편지 중 박정희의 아들뿐 아니라 '동아·조선'이 명심해야 할 구절이 있다.
    
"역사는 결코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지우려 하면 할수록 더욱 번지게 되는 것이 역사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만 씨가 자신에게 수치스러운 또는 불리한 사실이라는 이유로 역사를 지우고자 한다면 역사는 지만 씨의 이와 같은 행동을 또 다른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이 글에 따르면 동아·조선일보와 그 사장들의 일제하 친일행적뿐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그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 채 친일청산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온 그들의 기사와 사설 역시 '또 다른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런 사주의 충실한 하수인이 되어 친일의 과오를 감추려 한 동아일보의 젊은 기자 우정열의 기사 또한 두고두고 치욕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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