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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언론 522

나쁜 뉴스의 나라, 좋은 기사란 무엇일까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가 쓴 (한빛비즈, 1만 3000원)를 읽었다. '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라는 책의 부제처럼 현직 기자들보다는 뉴스 소비자인 시민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래서일까? 출판사는 서점 매대 홍보를 위한 띠지에도 '찌라시부터 대안언론까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현명한 시민으로 살아남기' "의심하는 대중만이 미디어에 속지 않는다."라는 홍보문안을 쓰고 있다. 실제로 책은 한국 기자들이 왜 기레기가 될 수밖에 없는지, 그들이 쓴 기사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소비해야 할 것인지를 착실히 풀어쓰고 있다. 기자인 나로서는 한국 언론의 여러 문제점을 어느 정도나마 알고 있는 편이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갖고 있는 쪽이라 아주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그래도 언론 소비자인 시민의 입장..

약자엔 군림하고 강자에겐 비굴한 기자와 정치인

월간 피플파워 4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제가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사회부 경찰서 출입을 명받았습니다. 한 선배는 일단 경찰서에 들어가지 말고, 사나흘 걸리더라도 그 경찰서를 '조지는' 기사를 찾아 신문에 한 방 터뜨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기사가 신문에 나온 날, 경찰서장실을 발로 차고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새로 온 출입기자'라며 인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선배가 시킨 대로 하진 않았지만, 당시에는 그게 초짜기자를 훈련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경찰 고위직에 기죽거나 주눅 들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는 지시였습니다. 또한 "너는 초짜이고 나이도 어리지만, 신문사를 대표하여 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말도 자주 했습니다. 그래..

인용보도에 출처표기 안하는 비겁한 한국언론

아래 글은 2002년 5월에 쓴 글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 2007)라는 책에도 들어 있는 글이다. 이 글은 당시 에 실리기도 했다. 십수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남의 기사를 베껴 쓰거나 인용보도를 하면서도 출처 표기에 인색한 한국언론의 못된 관행이 답답해 다시 한 번 올린다. 우리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은 이런 못된 관행에 물들지 않기를 바라면서…. ‘모언론’ ‘모일간지’ ‘한 시사주간지’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표현들이다. 상대매체의 이름을 우리 매체에 실을 수 없다는 속 좁은 관행 중 하나다. 상대언론에 대해서는 비판도, 칭찬도 하지 않겠다는 ‘침묵의 카르텔’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특히 자기보다 작은 매체의 보도를 인용할 땐 더 심하다. 아예 ‘모언론’..

국정교과서 광고 실은 한겨레를 위한 변명

지난 2007년 내가 편집국 자치행정부장을 하고 있을 때였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우리 신문에 이런 제안을 해왔다. 500만 원을 취재협찬금으로 줄 테니 자신들의 주문대로 특집기획기사를 신문에 실어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다른 신문들에도 그렇게 하여 기사가 실렸으니 ○○일보 몇 일자 몇 면을 참고하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황당했다. 이건 국가기관의 ‘언론 매수’였다. 고민 끝에 그들이 주문한 기획기사 대신 이 사실을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 결국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참여정부가 일관되게 지켜온 ‘건전한 대언론관계 형성’ 원칙에 역행한 것으로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런 식의 언론 매수 행위가 비일비재하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지난 3..

지역신문의 활로는 신문 바깥에 있다

1. 지난날과 오늘날의 입체적 연결 지역 신문이 지역 역사를 다룰 때는 '화려찬란했던 지난날'에서 얘기가 멈추는 경향이 큽니다. 그 화려찬란했던 지난날을 지금 여기로 불러낼 때는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날을 지난날 그대로 둔다 해도 나름대로 새롭게 인과관계를 따져서 구성까지 새롭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입체적으로 알아야 하고 나름대로 펼칠 수 있는 상상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경남에는 최치원 관련 유적이 많습니다. 최치원은 뛰어났지만 중국에서는 외국인이라 꺾였고 모국 신라서는 신분이 육두품밖에 안돼 자빠졌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외롭고 고달팠습니다. 최치원이 아직도 지리산이나 가야산에 신선이 돼서 살아 있고 놀라운 초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시골 할매 할배들의 믿음은 어쩌면 최치원..

지역자연환경과 지역언론의 역할

올해 7월인가에, 대구 북구에 있는 지역 주간 신문 구성원들한테 강의할 때 썼던 교안입니다. 제가 30년도 넘게 전이기는 하지만 대구에 조금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강북'은 제가 처음 마주하는 낱말이었습니다. 강북이라 하면 서울에 있는 지역 개념으로만 여겼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금호강 북쪽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옛적 칠곡군이었던 지역이 강북이라 일컬어지고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옆길로 좀 새고 말았는데요, 강의에서 할 말을 모두 옮겨적자니 너무 길 것 같아 요점을 정리하는 식으로 교안을 짰더랬습니다. 기자와 대표는 물론 영업직 사원 그리고 이사까지 모두 강의를 들으셨는데요, 죄다 진지해서 제가 좀 놀랐습니다. 경험이나 지식은 많지 않지만 패기와 열정은 무척 대단한 신문사였습니다. --------------..

지역신문에는 왜 지방자치 전문기자가 없나

“변화와 창조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이루어진다. 중심부는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일 뿐 창조 공간이 못 된다.” 요즘 내가 종종 인용하는 신영복 선생의 말이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에서도 변방이 창조 공간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에 머물고 있는 ‘2할 자치’에선 가능성조차 없다. 세금뿐 아니다. 온 나라 각 지역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 코 묻은 돈까지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 편의점이 싹쓸이해가는 시대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가, 동네서점과 동네식당도 대형서점과 프랜차이즈가 장악했다. 병에 걸려도 서울로 간다. 2014년 지역 환자 266만 명이 약 2조 8000억 원을 수도권 원정진료에 사용했다. 10년 전 1조 1000억 원과 비교해 2.6배나 늘었다. 시장·군수,..

인터넷신문 현행 3명으로도 충분하다

인터넷신문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 워낙 많기도 하지만(2014년 말 기준 5950개), 그로 인한 민폐·관폐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홍보실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하루 방문자 100~200명밖에 안 되는 인터넷신문들도 광고 달라고 찾아와서 아주 미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1000명이든 5000명 이상이든 기준을 만들어 그 이하이면 광고 집행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표를 얻어야 할 단체장 입장에선 아무리 작은 신문사라도 악의를 품고 해코지를 하려 달려들면 골치가 아프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지역의 작은 인터넷신문들은 대개 기존 언론에서 퇴직한 기자가 기자직 유지용으로 만들어 운영한다. 상시 취재-편집 인력 3명 이상이 등록 요건이지..

언론노조와 기자협회에 드리는 부탁

[바심마당]연감 강매, 이것만이라도 해결해보자 김영인 아시아투데이 전 논설위원이 쓴 (지식공방)라는 책을 봤다. 제목 그대로 기자들이 받아먹거나 뜯어먹는 추악한 촌지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지방 출장과 해외 취재를 빙자한 호화 술판과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인간이길 포기한 기자(棄者)의 적나라한 맨살을 드러낸다. 기자의 이런 고백이나 고발은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김 전 위원이 일선에서 일하던 시절과 지금의 언론 환경은 많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촌지’에 관한 한 그때보다 훨씬 맑아졌다고 본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언론계의 구습이 있다. ‘연감 강매’다. 출입처 취재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가장 광범위한 피해자를 양산한다. 구습이라 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사기나 공갈이다..

사진만 잘 찍어선 안 된다는 사진기자 박수현

사진기자 박수현. 현재 국제신문 사진부장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를 잘 모른다. 2~3년 사이 그의 사진 강좌를 두 번 들어본 게 고작이다. 알고 보니 그는 글도 되고 사진도 되는 기자였다. 과거 사진기자는 사진만 잘 찍으면 되는 시절이 있었다. 그땐 사진이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무엇보다 카메라가 워낙 비쌌다. 그래서 사진을 업으로 삼는 이가 아니면 카메라를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국민이 DSLR을 갖고 다니는 시대다. 그만큼 고급카메라가 많이 보급됐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질이 이미 DSLR급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생산력을 가진 펜(pen) 기자도 디지털 기술을 알아야 하고, 기술자는 콘텐츠 생산력을 가져야 하는 시대다. 또한 기자라면 사진, 영상, SNS 활용까지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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