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왜 문제냐면…

기록하는 사람 2009. 4. 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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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후 시기에는 특히 좌익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부자들이었을까요? 가난한 사람들이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부자들 중 좌익 사상을 가진 사람이 많았답니다. 인문학자이자 서평가인 강유원 박사(철학)는 영화 < 할매꽃 >을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상대마을, 중대마을, 하대마을이 있는데, 상대나 중대는 부자동네여서 일제 때 좌익들이 많아 해방사상을 많이 갖고 들어왔으나, 상대와 중대에 품팔아먹고 살던 하대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못사는데도 불구하고 수구우익이 되었다는 겁니다.

강유원 박사는 이에 대해 "(진정한) 앎이라는 것은 세상을 어떻게 달리 보게 만들고, 거기서 출발해서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까지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합니다.

강유원 박사가 마산YMCA 인문학강좌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김주완


그런데, 요즘의 배움이란 그저 돈이 되고, 권세를 얻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렸지요.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억울하면 모두가 억울하지 않은 평등 세상을 만들자'고 해야 하는데, '출세를 해서 남을 억누를 생각을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도대체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이 명예로운 삶인 줄을 모르면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강 박사는 설명합니다. 보고 배운 게 출세밖에 없다는 거죠. 요즘 30대 중반, 40대부터 60대까지 한국의 남자들은 돈 벌고 권세 좀 잡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술집 가서 여자들 주무르고 성접대 받는 게 권세라고 배워왔다는 겁니다.




이번에 청와대 행정관들이 성접대 받은 일도 그렇다고 합니다. 그건 성욕이 아니라 그게 권력의 행사, 즉 내가 너의 몸뚱아리를 내 손안에 쥐고 있다는 권력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강유원 박사는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배웠다…, 많이 배우면 똑똑해지고, 훌륭한 사람이 되었어요. 그러니까 배운 사람이 우리사회에 뭔가 기여하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많이 배운 사람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고, 그냥 권세를 누리게 되었어요. 이제는 거꾸로 권세를 가진 자들이 부도 축적하여 배움도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어요. 그렇게 터닝포인트를 돌았거든요.

이제는 많이 배워서 유식해지고  그것이 그 사람에게 교양이 되고, 우리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돈이 많은 사람들이 학벌을 장악하고, 그렇게 장악한 학벌을 가지고 사회를 계급적인 차단막을 쳐서 못올라오게 만드는 시대가 되어 버렸어요."


바로 인문학이 푸대접을 받고, 돈 벌고 권세 잡기 위한 지식만 득세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것에 근거해서 세상을 똑바로 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편견없이 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네가 나와 생각이 다르지만 난 너를 용서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내 삶이 편해집니다."


강유원 박사는 돈이 학벌과 배움을 장악하는 일례로 고려대학교가 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을 대거 입학시킨 사실을 거론합니다. 외고 학생의 대거 입학은 등록금투쟁이라는 게 없어지는 걸 의미한다고 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그건 동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지난 8일 마산ymca 수요인문학교실에서 있었던 강유원 박사의 강의 중 일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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