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할 일

기록하는 사람 2008. 2. 2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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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귀향은 신선한 '사건'이다. 지역에서 말깨나 하고, 글깨나 쓰고, 돈깨나 있다면 모두들 서울에 편입되기 위해 안달인 세상에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전까지 8명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퇴임 후 단 한 명도 자기 고향으로 돌아간 이는 없었다.
살아있는 전두환(경남 합천), 노태우(대구), 김영삼(경남 거제), 김대중(전남 신안) 전 대통령도 하나같이 서울에 살고 있다.

그들이 왜 서울을 떠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서울을 벗어나면 주류에서 멀어진다는 피해의식이 적지 않은 듯 하다.

그래서인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23·24일 주말 인터넷 다음블로거뉴스나 올블로그 등 주요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블로그의 집합체)의 주요 키워드는 '이명박'이 아니라 온통 '노무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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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주말, 인터넷은 '이명박'보다 '노무현'이 더 인기였다.


노무현 정권 5년의 평가와 감상을 비롯, 귀향을 앞둔 봉하마을 분위기와 귀향 이후의 예상되는 활동 등에 대한 각종 글이 쏟아져 각각 수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글들은 트랙백(Trackback:블로그의 글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기능)과 댓글을 통해 퍼져 나갔다.

한 블로거는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이 블로거로 활동하기 바란다"는 바람을 올렸다. 곧 이 글에는 "이미 노무현 홈페이지(
http://www.knowhow.or.kr/)가 개설됐다"는 댓글이 달렸다.

들어가 봤더니 오는 26일 정식 오픈한다는 안내창과 함께 기본적인 메뉴와 내용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블로그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정치인의 홈페이지에 가까웠다. 그의 재임시절 각종 업적을 홍보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이런 구성에서 퇴임 후 블로거로서의 활동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해보였다. 홈페이지 관리·운영도 아마 비서진이 대신할 게 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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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설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인홈페이지.


최근 <참여정부 5년 정책홍보백서>라는 책이 나왔고, 주말에는 <참여정부 국정운영백서>(전 8권+다큐멘터리 CD) 한 질이 편집국에 도착했다. 자기들의 업적을 자기들이 기록한 것이어서 일방적인 자화자찬만 가득하다. 기록의 의미는 있겠지만 대중에게 읽힐 만한 책은 아니다. 국정홍보처가 발행한 정책홍보백서에는 지역신문의 지면을 돈으로 매수하려다 경남도민일보에 들통나 대국민사과문까지 발표했던 자신들의 대표적인 '뻘짓'도 쏙 빠져 있었다.<
경남도민일보 2007년 4월18·19·20·21일자 1·3면 보도>

귀향한 노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그런 홈페이지나 홍보기록물과는 차별되는 '진솔한 글쓰기'여야 할 것이다.

어차피 귀향 행사는 고향사람들과 지지자들이 마련한 것이니 요란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우선 언론과 거리를 두는 게 좋겠다. 그리고 지난 5년을 조용히 되돌아보면서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성찰은 글쓰기를 통한 방법이 가장 좋을 것이다.

아직 나이가 있으니 '회고록'은 좀 이르다. 오히려 <내가 후회스러웠던 열 가지>, <가장 힘들었던 결단의 순간들>, <노무현과 조중동>, 이런 제목으로 단행본 작업을 하는 게 좋겠다. 회고록은 그런 걸 모두 정리한 이후에 써도 늦지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온갖 추한 언행으로 언론의 가십거리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자기 자랑만 늘어놓은 수준 이하의 회고록으로 망신을 당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단행본을 전작 형식으로 쓰려면 지겹고도 힘들다. 그래서 블로깅이 필요하다. 누리꾼들과 글을 통해 소통하고 피드백하는 재미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축적된 내용을 분류하고 재정리해 책으로 내면 된다. 그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지미 카터의 회고록 못지 않은 걸작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여보, 나 좀 도와줘>(새터, 2002)에서 보여준 그의 만만찮은 필력을 알기에 하는 말이다.

2008/02/22 - [지역에서 본 세상] - 노무현 정권은 정말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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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지음 | 새터 펴냄
노무현의 고백 에세이집. 고졸 출신의 인권 변호사, 우리 나라 최대 재벌의 회장을 혼쭐나게 한 청문회 스타, 그리고 선거에 낙선하고도 민주당 최연소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정열의 사내, 노무현이 고해성사를 하듯 털어 놓는 마흔 아홉 살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항상 화제를 불러일으켜 왔던 그의 화려한 삶 속에 숨어 있는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옅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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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진주에서 일어난 한 시국사건이 전국 언론에 의해 완벽하게 왜곡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것을 계기로 지역신문 기자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진주신문>과 <경남매일>을 거쳐 6200명의 시민주주가 만든 <경남도민일보>에서 자치행정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역현대사와 언론개혁에 관심이 많아 <토호세력의 뿌리>(2005, 도서출판 불휘)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2007, 커뮤니케이션북스)라는 책을 썼다. 지금의 꿈은 당장 데스크 자리를 벗고 현장기자로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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