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으려면?

기록하는 사람 2012. 12. 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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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 쓴 책을 소개하는 기사가 경남도민일보 지면에 대문짝 만하게 나오면 볼썽 사납겠죠? 그래서 그냥 귀퉁이에 책이 나왔다는 소식만 간단하게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서평 담당하는 후배기자가 신문지면용이 아닌 인터넷용으로 책 소개 글을 SNS에 올렸네요. 우리끼리의 깔대기이긴 하지만, 같은 고민을 안고 전국의 풀뿌리 언론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지역언론 종사자들께 정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동우 기자의 양해를 얻어 이 블로그에 옮겨놓습니다.


아뿔싸. 이젠 ‘살아가기’도 아니고 ‘살아남기’다

5년 전 지역언론의 교범인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를 펴냈던 경남도민일보 김주완(현 편집국장)은 이번엔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살아가기>에서 “나는 경남도민일보가 하는 데까지 해본 후, 도저히 희망이 없으면 장렬한 전사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을 만큼 강한 생존 의지를 피력한 그였으나, 현실은 별반 달라진 게 없거나 더욱 악화된 모양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나눌 수 있는 파이는 그대로인데 인터넷매체 등 언론은 우훅죽순 생겨나고 이명박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또 하나의 거대언론인 조선․중앙․동아․매경 ‘종합편성채널’까지 탄생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지역신문발전기금 고갈 등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지역언론 홀대는 새 정부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새 책 <살아남기>에는 ‘의외로’ 이런 현실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희망이 가득하다. 김주완 자신은 여전히 “턱없이 모자란다”고 했으나 <살아남기>는 ‘지역언론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보여주는 희망과 도전의 보고서라 할 만하다.

김주완을 비롯한 경남도민일보 구성원들은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을 수 있는 떡을 기다리지 않았다. 공공저널리즘과 수익사업의 접목, 지역 스토리텔링 사업, 사회적 기업 창립, 독자밀착광고, 인터넷뉴스 부분적 유료화, 지역신문 킬러콘텐츠 등 수많은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또 끊임없이 실천했다.

1999년 창간 후 매해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경남도민일보가 2011년 첫 3억 원 흑자를 기록하고 부채 청산, 임금 인상 등을 이루어낸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주최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2년 연속 대상과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 제목이 암시하는 바, 여기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사업, 지역인물 스토리텔링, 블로거 지역공동체 구축 등이 큰 힘이 되었다. 김주완은 성과의 99.9%를 “대표이사(구주모 사장)의 지도력과 전 구성원이 합심한 결과”로 돌렸으나,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서울의 번듯한 언론들에 비해 뭔가 낙후되고 뒤떨어져 있는 것 같은 지역언론 현실에서 이런 ‘창조적인’ 고민과 시도를 해낼 수 있었던 중심엔 김주완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더욱 놀라운 건 언론으로서 정도를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낸 성과라는 사실이다. 보수언론이나 진보언론이나 언론으로서 자존과 균형감을 갈수록 잃어가는 시대, ‘눈 딱감고’ 돈 몇 푼을 위해 타협의 길을 택할 수 있음에도 김주완과 경남도민일보는 그러지 않았다. 5년 전, 아니 기자가 된 이후부터 김주완의 신조는 신문은 진보와 보수 그 어디로부터도 독립적이어야 하며 공정한 잣대로 시시비비를 확실히 가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는 물론이고, 진보 쪽도 ‘진보답지 않은’ 행태를 보이면 가차 없었다. 심지어 경남도민일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010년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비리 의혹으로 난타당했을 때 김주완은 신문 1면에 “권력 감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라며 장문의 반성문을 실었다. “지역언론의 감시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사전에 예방하거나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통렬히 자아비판했다.

김주완의 5년 후(?) 또 다른 책이 기다려지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김주완은 <살아남기>에서 성공 사례뿐 아니라 앞으로 계획도 살짝 풀어놓았다. 지역인물 스토리텔링 확대, 지역관광 스토리텔링, 경남 인문지리지 ‘경남의 재발견’ 기획, 축하광고 시장 개척, 지역 포털사이트 구축 등등 그의 고민은 끝이 없다. 

그때 책 제목은 무엇이 될까? 지역언론 기자로 살아남은 비결? 아니다. 나는 감히 ‘대한민국 최고의 언론 기자로 살아가기’를 추천하고자 한다. 김주완과 경남도민일보 구성원들은 그걸 해낼 충분한 의지와 능력이 있다.

글 고동우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 10점
김주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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