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출입처에서 소소한 선물은 받아도 되나

기록하는 사람 2011. 9. 1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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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선물(?)'을 보내왔다. 택배 기사의 전화를 받고 곧바로 반송 처리한 것도 몇 개 있었고, 일방적으로 사무실이나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진 것들은 매번 그렇듯이 경남도민일보 기자회(회장 정봉화)를 통해 '아름다운 가게'에 기탁 처리됐다.

작년 추석과 지난 설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 내외도 선물을 보내왔다. 이번에는 사천 멸치 국물용, 평창 대관령 황태채, 여수 멸치 조림용 등 세 가지 수산물이었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어민들의 고통을 나누고자 우리 바다 수산물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보내준 이 추석 선물 역시 기자회를 통해 아름다운가게에 기탁됐다.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각계에 보낸 2011년 추석 선물.


그런데 추석을 쇠고 난 뒤, 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에 올라온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줌마' 기자 명절나기 비법…화끈한 '서비스'로 입지굳히기
출입처 선물 몰아드리고 명절 전후로 용돈도 듬뿍

바로 위 기사였는데, 여성의 시각에서 '아줌마 기자'의 명절 애환을 콩트처럼 재미있게 쓴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기사 중에 언급된 '출입처 선물'에 대한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다음은 '기자'인 올케 언니가 가져온 추석 선물들에 대한 시누이의 말이다. "참기름, 참치, 올리브유, 김, 멸치…앗! 스*이랑 수제햄 세트도 있네. 이거 비싼 건데."

그리곤 이렇게 말한다. "새언닌 출입처에서 이것저것 받은 거 갖다 주는 거잖아. 돈 주고 사오는 것도 아닌데 뭘…"

여기까지 읽었을 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출입처의 선물을 덥썩 받아오는 기자에 대한 문제제기성 글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선물을 받아온 당사자인 '아줌마 기자'가 당당히 털어놓은 명절 나기 비법(?)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출입처에서 들어오는 소소한 명절 선물들 챙겨놨다가 시댁에 갖다 드리기, 용돈 아끼지 않고 팍팍 드리기. 이때 용돈은 투 트랙으로 드려야 해. 어머니랑 같이 장을 못 보니 명절 전에 미리 50만원쯤 부쳐 드리고, 올라올 때 30만원쯤 봉투에 담아 드리고. 바빠서 평소에 시댁 일에 소홀하니 명절 때라도 잘 해 드려야지."

다 읽고 나니, 도대체 이 기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궁금해졌다. 기자에게 출입처란 정부부처나 법원, 경찰, 시청, 도청, 국회, 지방의회 같은 관공서나 기업을 뜻한다. 그런 출입처에서 기자에게 주는 선물은 엄밀히 말해 뇌물이다. 받지 않는 게 원칙이고, 어쩔 수 없이 받았다 하더라도 되돌려주거나, 여의치 못할 경우 사회복지시설에 기탁이라도 하는 게 차선이다.

그런데, 이건 뭐, 그런 뇌물성 명절 선물을 꼼꼼히 받아 챙겨서 시댁에 점수를 따라고 권장하는 것 같아 심히 불편했다.

<미디어오늘>은 "국내에서 유일한 미디어 비평 전문지"를 자임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언론을 바로세워야 한다"는 기치 아래 "정직한 감시자, 언론의 언론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묻고 싶다. <미디어오늘> 안경숙 기자는 출입처에서 주는 선물을 받는 게 기자윤리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참기름, 참치, 올리브유, 김, 멸치, 수제햄세트 등이 '소소한 선물'이라면 과연 제대로 된 선물은 뭘 말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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