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3)자 경남도민일보는 노동조합의 '파업특보'(4면)와 함께 배달되었다. 그리고 경남도민일보 1면에도 '언론노조 총파업 참여로 24일자 휴간합니다'라는 알림글을 실었다. 알림글대로 경남도민일보 노동조합원들은 전세버스를 한 대 빌려 23일 오전 8시30분 서울로 출발했다. 비록 하루이긴 하지만 '진짜 전면파업'을 단행한 것이다. 파업특보와 함께 배달된 23일자 경남도민일보. 언론노조 파업 출정식 현장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는 표세호 경남도민일보 지부장. @남석형
오늘 파업으로 내일(24일자 조간) 신문은 배달되지 않는다. 독자들에겐 정말 죄송한 일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나타난 독자들의 반응은 '이해하고 응원한다'는 코멘트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막상 내일 아침 신문이 오지 않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렵다.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신문을 하루 휴간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두렵고 부담스런 일이다. 광고 손실도 감수해야 하고, 신뢰도 하락도 염려해야 한다. 또한 평소 경남도민일보의 논조를 좋아하지 않는 지역의 기득권층이나 반대세력들이 또 어떤 험담을 할지도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이번 파업에 동의한 이유는 단순하다. 독자를 기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남도민일보는 그동안 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지속적으로 견지해왔다. 불법 경품을 앞세운 조중동의 독자 매수행위를 방조함으로써 약탈적 신문시장을 만들었고, 조중동과 매일경제에 4개의 방송을 허가해줌으로써 그렇잖아도 족벌·재벌언론이 독과점하고 있는 여론시장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아예 말살하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남도민일보의 입장은 이번에 총파업을 선언한 전국언론노조의 파업 이유와도 거의 일치한다. 언론노조 소속인 경남도민일보 지부(지부장 표세호)도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고, 이에 따른 파업 방침도 이미 본지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무릇 파업이란 말 그대로 '일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요즘은 실제 파업을 하지 않으면서 파업, 그것도 '총파업'을 한다고 말하는 '뻥 파업'이 일상화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그냥 '집회'를 열었는데, 그걸 '총파업'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야말로 '용어의 남발'이요, '말의 인플레'다. 이건 노조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이러다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아니, 이미 그런지도 모른다.
경남도민일보 만이라도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싶었다. 독자에게 정중히 이해를 구하고 딱 하루만이라도 그동안의 논조를 뒷받침하는 실천을 하겠다는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럼에도 독자님들께는 정말 송구스럽다. 파업을 이해해주고 응원까지 해준 독자님들께 보답하는 길은 더 알차고 더 유익한 콘텐츠를 생산해 드리는 것뿐이다. 파업에 참여한 우리 노동조합원 한 명, 한 명도 모두 똑 같은 마음일 것이다. 화끈하게 투쟁하고, 안전하게 돌아오기 바란다.
24일(수) 하루 경남도민일보를 휴간합니다.
전국언론노조가 언론공공성 복원과 조중동 방송 광고 직접영업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소속인 직원 대다수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리는 총파업 출정식에 참가합니다. 대신 언론노조의 파업 이유를 담은 <파업특보>가 22~23일자에 삽지 방식으로 함께 배달됩니다.
경남도민일보 노사공동위원회는 이번 언론노조의 총파업 취지에 뜻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999년 창간 이래 경남도민일보가 단체협약에서 정한 유급휴일을 제외하고 윤전기를 세우기는 처음입니다.
이 같은 결정은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 종합편성채널이 광고 직접영업에 나서게 되면 경남도민일보뿐만 아니라 지역 신문·방송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신문은 광고시장 축소와 독자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신문의 위기는 민주주의 위기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고 언론 다양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언론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언론이 무너지는 것은 지역민의 소통과 공론의 장이 파괴되는 것입니다. 이는 지방자치와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것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조중동 방송이 광고 직접영업을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중소 신문과 지역 언론이 약육강식의 약탈적 시장으로 내몰리는 것을 반대합니다. 정부와 국회가 조중동 방송이 광고 직접영업을 할 수 없도록 방송광고대행회사(미디어렙) 법을 제정하길 바랍니다.
매일 아침마다 새로운 소식이 담긴 신문을 기다리는 독자들께 죄송합니다. 전체 언론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진실보도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힘쓰겠습니다. 25일 신문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2011년 8월 23일 경남도민일보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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