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신문사 사칭 책판매 상술, 속지 마세요

기록하는 사람 2011. 7. 2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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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맛쇼>라는 영화가 있다. 아직 보진 못했지만, TV에 소개되는 맛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돈 거래 실태를 폭로한 영화라고 한다. 관련기사의 댓글과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방송만 그런 게 아니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2001년 9월 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은 스포츠신문들이 맛집 소개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100만~300만 원씩 돈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런데 기사에 언급된 <스포츠조선>이나 <스포츠서울> 관계자의 해명이 더 가관이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신문사도 수익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시작하게 된 것"이며 "비즈니스 마인드가 없이는 경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반성은커녕 그게 잘못된 일이라는 인식조차 없다. 이건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고 없고를 떠나 독자를 속이고 우롱하는 범죄행위다.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혹은 기사를 빼주는 대가로 받는 돈은 뇌물이다.

더 화가 나는 건, 정직한 정보를 제공하려 애쓰는 신문들까지 덤터기를 씌운다는 사실이다. <경남도민일보>도 매주 목요일자 18면에 '경남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좋은 정보는 나눠야 한다는 지극히 순수한 이유다. 정당하게 음식값도 지불하고 취재한다.

그런데, 이 따위 방송과 스포츠신문들의 사이비 행각 때문에 독자들의 신뢰 추락은 둘째 치고, 취재를 위해 음식점을 섭외하는 것부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음식점주들이 지레 돈이나 광고를 요구할까 겁을 먹고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밀어낸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여기서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신문에 나온 맛집을 상대로 신문사와 기자를 사칭해 팔아먹은 책.


최근에는 더 황당하고도 열받는 일을 내가 직접 겪었다. 나는 우리 신문에 소개된 맛집을 즐겨찾는 편이다. 일부러 내 신분도 밝히지 않는다. 엊그제 들렀던 맛집에서는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는 바람에 주인이 내 신분을 알게 됐다. 문제의 이야기는 주인이 <경남도민일보>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던 중 나왔다.


"국장님, 경남도민일보가 너무 고마워서 책도 한 권 샀습니다."

"책이라뇨?"

"기자들이 낸 책이라고 전화가 와서…."

뭔가 이상했다. 그 책을 좀 보자고 했다. 택배 상자도 함께 가져왔다. 택배 상자에는 '한국기자연대'라는 단체명이 인쇄돼 있었고, 택배 운송장의 보낸이 이름은 '도민', 주소는 '한국기자클럽'이었다. 책 발행처는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 책 제목은 <세계테마기행 유럽편 Ⅰ, Ⅱ>였다.

상자에는 '한국기자연대', 보낸 이는 '도민', 주소는 '한국기자클럽', 책을 펴낸 곳은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이었다.


전화를 한 사람은 경남도민일보를 사칭했다고 한다. "신문에 나온 뒤 효과는 좀 있느냐?" "올 가을쯤엔 사진도 좀 잘 찍어서 한 번 더 더 크게 광고를 하자." "우리 기자들이 낸 책이 있는데, 한 권 사주시면 좋겠다."


책값은 15만 원. 맛집 주인은 경남도민일보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서슴없이 돈을 송금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명백한 사기이자, 경남도민일보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이 집뿐만 아니었다. 우리 신문에 소개된 다른 맛집들도 대부분 이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도민일보 기자들이 만든 책'이라며 구매를 부추긴다고 했다. 주인이 "생각해보겠다"며 결정을 미루면, "오늘이 마감인데 좀 도와달라"는 수법으로 재촉한다고도 했다.

아! 어찌 이런 일이…. 알고보니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은 '언론단체 앞세운 책 강매 주의보'라는 제목으로 우리 신문 사회면에도 보도됐던 바로 그 단체였다.

가뜩이나 '찌라시 신문·사이비 방송'이 판을 치며 언론의 신뢰성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술까지 횡행하니 정말 미치겠다. 검찰과 경찰은 이런 것도 단속 않고 뭐하나. 이거야 말로 '민생침해 범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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