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민간인학살 피해배상 판결문 전문을 보니...

기록하는 사람 2011. 7. 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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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보도연맹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1심 승소, 2심 패소, 대법원 승소로 결론이 났습니다. 지난 6월 30일 대법원 1부의 판결이었지만, 판결문 전문이 나온 것은 최근이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한국 현대사의 미해결 과제 중 하나인 민간인학살 사건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덕분에 울산 이외지역에서도 유사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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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송에서 가장 핵심은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언제로 볼 것이냐는 것이었는데, 이번 대법원 재판부는 아래와 같이 명쾌하게 이 논란을 정리했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전시 중에 경찰이나 군인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거의 알기 어려워 원고들로서는 사법기관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를 확정하기 곤란하였고, 따라서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할 것인 점, 전쟁이나 내란 등에 의하여 조성된 위난의 시기에 개인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조직을 통하여 집단적으로 자행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 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하여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07. 11. 27.까지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다.

지난 2009년 7월 피학살자들의 유해가 발굴된 진주시 문산면 상문리 현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진주유족회 강병현 회장. 그는 터져나오는 울음 때문에 인사말을 끝맺지 못했다.


여기에, 본질적으로 국가는 그 성립 요소인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 없이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더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여태까지 생사확인을 구하는 유족들에게 그 처형자명부 등을 3급 비밀로 지정함으로써 진상을 은폐한 피고가 이제 와서 뒤늦게 원고들이 위 집단 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여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은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역사적인 이번 판결문 전문을 첨부파일로 여기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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