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대권 도전 의사 밝힌 김정길의 미덕은?

김훤주 2011. 7. 11. 07:00
반응형

1. 40년 인생을 지역주의에 맞섰다

부산대학교 총작생회장이던 1971년 박정희와 김대중이 맞붙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산 일대에 '호남인이여, 단결하라!'는 전단이 뿌려졌습니다. 누가 했는지, 속셈이 뻔하지 않습니까? '아, 이 새끼들 봐라. 여기가 어디라고 전라도 새끼들이 설쳐?'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정권 차원에서 일으킨 사단입니다.

그 때부터 저는 지역주의 이거 안 되겠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여태까지 흔들리지 않고 한 눈 팔지 않고 지역주의 타파·척결을 위해 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1990년 3당 합당 때도 그래서 현역 국회의원이면서도 김영삼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쪽팔리잖아요?

저는 협상과 타협을 좋아하지만 아울러 원칙과 정의에도 충실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덜 알아줍니다. 그래도 그만이지만 내가 할 일 내가 하면 그로써 족합니다만……. 90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간판 달고 나가서 다 떨어졌습니다.

박정희와 김대중의 대통령 선거 포스터.



2. 바보 노무현보다 더 원칙에 충실하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에서 두 번 떨어지고 나서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찾아왔습니다. '꼭 (국회의원) 당선이 되고 싶다, 부산에서는 절대 안 된다, 그래서 서울로 옮기고 싶다. 어떻게 명분 있게 옮겨가는 수가 없겠느냐?' 이랬습니다.

부산민주공원에서 자기와 관련 있는 1971년 연표 앞에 선 김정길.


제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내가 내 지역구(영도구)를 포기하고 당신 지역구(동구)로 가서 출마하고 당신은 서울로 가서 출마해라. 그러면 명분이 서지 않겠느냐.' 그래서 노무현이 서울에 갈 수 있었지요.

노무현이 서울 종로에 나갔다가 처음에는 떨어지고 두 번째 됐어. 그랬다가 다시 부산에 와서 떨어졌는데 그 때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노무현은 당선이 되고 싶어 서울에 갔다가 돌아왔고, 나는 초지일관 부산을 지켰는데도 안 알아주더라고. 하하.


원칙을 지키는 데는 김두관도 나만은 못합니다. 김두관이 처음에는 민주당으로 나왔다가 지난해 지방 선거에서는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나갔거든. 그런데 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주위 사람들이 다들 민주당 꼬리표 떼고 무소속으로 나가면 당선될 것이라 했는데도 그러지 않았어.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에서 1대1로 맞붙어 45% 득표를 했으니, 아마 무소속으로 나갔으면 김두관처럼 당선이 될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지역주의가 뭐고, 3당합당이 뭔가요. 비호남이 뭉쳐 호남을 왕따시키는 것이잖아요. 그 상징이 민주당인데 어떻게 민주당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나간다는 말입니까? 아무리 당선되고 싶어도 그렇지…….

사람들이 알아주든 말든, 내 할 일 내가 하면 되고 또 내가 해야 되고…… 평가는 역사가 하겠지요. 내가 따먹을 까치밥이 하나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정권 탈환이 목적이고 (대통령이) 꼭 되고 싶다는 생각 안 해요. 거름이 되든 가지가 되든 기둥이 되든 열매가 되든 꽃이 되든 (정권 탈환을 위해) 국민이 판단하는대로 하면 됩니다.

3.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부럽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부럽습니다. '센반공' 출신인 이 사람은 어떻게 된 모양인지 당선 취임 당시 지지율보다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때 지지율이 80%대로 더 높았습니다. 저는 룰라가 한 쪽으로 쏠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가와 성장 둘 다를 이룩한 점도 있지만요.

그래서 생각한 슬로건이 '부자에게 명예를 빈자에게 존엄을'입니다. 부자에게는 사회적으로 명예롭게 해 주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사람답게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를테면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면서 '이 나쁜 도둑놈들!' 이러면 낼 세금도 더 안 내게 됩니다. '나라를 풍요롭게 만든 이들'이라 하면서 '내는 세금은 여러 분들 명예에 걸맞게 쓰겠다' 이렇게 해야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할 때 골고루 두루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4. 낮은 인지도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인지도가 낮아서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되고 나서 정치를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절 나서지 않아 인지도는 낮습니다.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도 노무현 대통령이 갑자기 세상을 뜨지 않았으면 나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쨌든, 인지도는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내년 총선만 잘 치르면 됩니다. 김영삼 3당합당으로 보수화됐던 부산시민이 야성을 되찾고 있습니다. 물로 치자면 99도까지 온도가 높아졌습니다. 1도만 더 높아지면 100도가 돼서 끓어오를 것입니다. 지금 이 비등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내가 중심이 돼서 부산에서 5~6명 국회의원 당선을 시키고 울산·경남에서 3~4명 더하고 해서 10개 이상 의석을 얻음으로써 교두보를 확보하면 전국에서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구를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고 부산 지역 한나라당 후보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상징성 있는 인물과 맞붙을 용의도 있습니다.

밥집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는 김정길 선수.


▷2011년 6월 24일 부산민주공원에서 있었던 블로거 간담회에서 김정길 선수가 했던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름대로 재구성해 봤습니다. 대차는 없겠습니다만, 순서가 많이 바뀌기는 했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