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정동영이 겪었다는 천국 군대와 지옥 군대

김훤주 2011. 7. 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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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이라 하면,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선수한테 참담하게 패배했던 기억이 먼저 납니다. 정동영은 대선 참패 이후 미국에 나가 있으면서 여러 모로 고민하면서 생각을 고쳐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정동영이 2009년 국회의원으로 돌아왔으며 지금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있으면서 차기 대선 후보로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7월 9일 오후 1시 조금 넘어서 정동영 최고위원이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블로거들과 만나 간담회를 했습니다. 정동영 위원에게 트위터로 간담회를 제안하는 등 이 자리를 만드는 데 크게 구실을 한 블로거 거다란님을 비롯해 스무 명 가까운 사람이 모였습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여러 반성으로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2007년 대선에서 깨진 데 대한 반성, 이명박 선수가 대통령 되도록 만든 데 대한 반성,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세상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대한 반성,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대세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 일곱 달 앞에 일어난 미국 경제 붕괴를 전혀 생각도 못한 데 대한 반성 등이 줄을 이었습니다.

정동영 최고위원. 제게는 소탈해 보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블로거 누군가가 이번에 터져 나온 해병대 총기 사고에 대해 물었습니다. 둘째아들이 해병대 출신이니 특별한 감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 말입니다. 정동영 위원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떤 제도 개선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본인 군대 경험을 올리며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총기 사고로 희생된 장병 위문을 가겠다니까 둘째 아들이 따라나섰습니다. 함게 가면서 '야, 기수 열외라는 게 뭐냐?'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기수 열외 얘기하면 안 돼요.' 이랬습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바깥에서는 얘기하면 안 되기로 돼 있는 것입니다.

민주화 운동 관련으로 구속됐다가 군대에 끌려갔습니다. 74년부터 77년까지 32개월을 군대 생활을 했습니다. 그 때 당했던 구타와 가혹 행위를 30년이 넘어 한 세대 지난 지금까지도 바꾸지 못했구나, 반성을 했습니다. 그동안 여당을 10년 했기 때문에 반성했습니다.


절반은 지옥 같았고 나머지 절반은 무척 행복했습니다. 군대에서 때려 패는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식판에 기름기가 있다, 관물이 정돈되지 않았다, 마루에 먼지가 있다 등등. 오후 6시만 되면 집합을 시켜서 두드려 패는 것입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맞았습니다. 곡괭이 자루로 석 대는 적게 맞는 것이었습니다.


병장이 되고 나서 싹 바꿨습니다. 먼저 집합을 없앴습니다. 대신 축구를 했습니다. 1년 365일 축구를 했습니다. 그러고는 '나가서 사회에서 보자' 이랬습니다. 행정부대였기 때문에 글 쓰는 친구들도 있었고 몰래 문집도 만들었습니다. 구타로 군기 잡는 대신 서로 아끼는 인간 관계가 될 때 군대 생활이 이토록 달라질 수도 있구나, 느꼈습니다.

군대에서 내무반 생활 같이 했던 사람들이 모여 '소사원'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35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 김훤주 개인의 생각입니다만, 군대에서 원한 관계였다면 이런 모임이 이뤄지기 어렵고, 이뤄졌어도 금방 깨지겠지요.)

미국 해병대 문화도 1970년대 구타로 말미암은 사망 사고 이후 완전 바뀌었습니다. 폭행을 일절 금지하고 사적인 처벌(=린치 lynch)을 하면 감옥에 보내는 식으로 했습니다. 미국도 하는데 우리나라라고 하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겠습니까?"

트위터에 올리기 위해 간담회에 참여한 블로거 모습을 사진에 담는 정동영 최고위원.


정동영 위원의 이런 말이 제게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군대에서 폭력은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기는데 대해 각성을 하고 하는 찬물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더불어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요즘 해병대 총기 사고 관련 기사를 보면 지휘관들은 이런 폭력이 일어나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나옵니다. 그러면서 내무반에서 일어나는 구타 폭행에 대한 책임을 이들에게 묻기 어렵다는 얘기로 이어집니다.


저는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 폭력이 행사되고 있음을 장교들이 모를 리가 없다고 봅니다. 어떤 면에서는 병사들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그런 것이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먼저 정동영 위원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분히 그렇게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에 깐 위에서 대책을 세우는 한편으로 간부에 대한 처벌을 어쩌면 가혹할 정도로 해야 한다고 저는 여깁니다.

하사나 중위 같은 말단 간부를 구속하는 대신 적어도 대대장이나 연대장도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처벌하고 이명박 선수가 해병대 사령관 정도는 바로 파면을 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간부들이 내무반에서 일어나는 구타를 비롯한 가혹 행위를 적당하게 무마하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회 성원 대다수의 믿음도 제대로 얻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에 이런 기대를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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