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노무현의 노사모와 김정길의 길벗

김훤주 2011. 7.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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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이런저런 정당을 떠나 정치인을 중심으로 삼는 모임의 원조쯤 될 것입니다.

노사모에서 저는 전체적으로 노무현 개인의 캐릭터가 전체를 압도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노무현을 따르고 사랑하는 정도가 보통 사람 생각에 비춰볼 때 좀 지나친 측면이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길벗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길벗은 정치인 김정길의 팬 클럽입니다. '김정길의 벗들' 정도가 되겠지요. 6월 24일 김정길 김대중 정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이 부산민주공원에서 블로거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길벗이 전국에 2만 명 정도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놀랐습니다. 김정길은 그다지 크게 알려져 있지 않은 정치인인데도 이토록 커다란 팬 클럽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과 친구인 그이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되고는 정치를 더 이상 않으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다가 노무현 서거 이후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섰다가 45% 수준 득표하고 떨어졌을 뿐입니다.


길벗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줄곧 깨지는 선거만 한 정치인 김정길을 지지하는 모임입니다. 그런데 회원이 2만명이나 되는 조직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놀라웠습니다.

김정길 선수는 6월 24일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사모'라 하면 노무현을 사랑하는, 좀 수직적인 느낌이 들지 않나요? 그에 견주면 '길벗'은 아주 수평적입니다.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고 함께 길을 가는 벗이라는 뜻이지요. 나는 길벗이 좋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열광적인 측면이 있다 할 수 있는 노사모도 나름 매력이 있지만 길벗이 갖는 매력도 고등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노무현처럼 폭발적인 계기도 없고 보도 매체의 커다란 주목을 받은 적도 없는 사람을 이처럼 많은 사람이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지난 6월 12일 전라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김정길 선수의 <김정길의 희망> 출판기념회에 모인 1만2000명 넘는 사람들 대부분도 길벗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장 보기에 화려하고 빛나지는 않더라도, 자기네가 아끼는 사람을 위해 그렇게 많이 모인 것이지요.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자리가 됐던 김정길 출판기념회가 전라도 광주에서 있었다니까 길벗 회원이 호남에 대다수가 있는 줄로 알았는데요, 실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영남에도 많고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이나 강원도에도 많다고 합니다. 개인 이익을 위해 김영삼을 따라 신한국당(지금은 한나라당이지요)으로 가지 않고 '지역주의 타파'라는 원칙을 지킨 데 대한 성원이 전국에 골고루 있는 셈입니다.

저는 노무현처럼 겉으로 확 드러나는 매력이 있어서 사람을 빨아당기는 사람도 아니고, 남이 알아주든 않든 원칙을 지키려고 떨어지는 선거만을 해 온 사람인데도 이렇게 그이를 나름 인정하는 사람이 전국에 2만 명이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건강성을 나타내는 척도로 여겨도 크게 틀리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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