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김태호 지사님, 뭘 믿고 이러십니까?

기록하는 사람 2008. 2. 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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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경남은 어떻게 될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경남도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아니면 오히려 힘들어지게 될까.

득이 된다면, 그 혜택을 누릴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떤 계층일까. 또한, 피해를 보게 될 지역과 사람들은 어디에 사는 누구일까.

낙동강 물 못 먹게 된다는데

잘 흐르고 있는 낙동강을 파헤치고 둑을 쌓아 물을 가두면 썩게 된다는 데 사실일까. 그렇게 되면 낙동강 물을 식수로 먹는 경남도민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운하를 만들어 강바닥을 깊게 하여 많은 물을 가두게 되면, 우포늪 같은 습지는 말라 없어지거나, 장마철 같은 때에는 범람하게 된다는 데, 그렇다면 정말 큰일 아닌가.

평소 행정기관에서 내놓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보도자료'라는 걸 보면,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된다는 걸 잘도 산출해 낸다. 그렇게 돈으로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경부운하에 대해서는 왜 득실을 따져 제시하지 않고 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김태호 경남도지사는 이명박 정권의 경부운하 건설을 기정사실화한 채 이것을 경남의 개발프로젝트와 연계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김태호 지사가 헬기를 타고 경부운하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경남도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런 의구심에 대한 답을 내놓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김 지사의 언행을 보면 이런 의구심 따위는 아예 무시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1월 초 김 지사는 득실을 따져보기도 전에 "남해안 프로젝트를 한반도 대운하와 연계하라"고 지시했고, 곧이어 태스크포스란 걸 만들었다. 여기서 하는 일도 운하가 경남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도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건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무조건 운하 건설을 기정사실로 해놓고, 운하 터미널 인근에 동남권 신공항을 유치하느니, 무슨 산업단지와 클러스터를 조성하느니 하는 계획만 이야기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식수원 오염이나 우포늪을 비롯한 68개 습지가 사라져버릴 우려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귀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무릇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다. 득이 있으면, 그로 인한 실도 분명히 있다. 그걸 면밀하게 따져서 실보다 득이 월등하게 많으면 추진할 명분이 생기겠지만, 반대라면 김태호 지사가 앞장서서 저지투쟁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김 지사가 2005년 12월 23일 3만여 명의 경남도민을 마산공설운동장에 모아 놓고 '신항명칭 무효 경남도민 총궐기대회'를 열어 참여정부 화형식을 했던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정치인이 열린우리당 정권을 타격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얻겠다는 의도도 뻔히 엿보였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경남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2005년 12월 23일 오후 마산종합운동장에서 진해신항쟁취 범도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신항 명칭 무효 경남도민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도민들이 화형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김 지사는 경남의 이익을 심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는 눈과 귀를 막은 채 오로지 '고(Go)!'만 외치고 있다.

내가 볼 땐 이 또한 그가 한나라당 정치인이기 때문인듯하다. 만일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가 낙동강을 파헤쳐 운하를 만들겠다고 했었어도 이랬을까.

결국, 폐지로 결론이 난 해양수산부 폐지 문제도 그렇다. 통일부도 살아났고, 여성부도 살아났다. 같은 한나라당 정권에서 추진하는 거라서 그런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다가 이렇게 돼버렸다.

"경남의 강한 이미지는 청정해역 '바다'에서 비롯된다. 해양수산부 폐지는 남해안을 거점으로 구상하고 있는 경남의 미래 퇴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그나마 경남도의회 김윤근 의원이 도의회 단상에서 했던 말이다. 그러나 김태호 도지사는 끝까지 침묵만 지켰다.

그들의 물음에 분명히 대답해야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르총회가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다. 그때 경남을 찾은 160여 개 나라의 대표들이 "운하가 건설되면 우포늪과 주남저수지가 사라진다는 데, 정말 그렇습니까?"라고 물으면 김태호 지사는 뭐라 할까. "잘 모르겠습니다"고 할까, "그런 말도 있지만, 설마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라고 얼버무릴까. 아니면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며 "그렇지 않다" 또는 "바로 그 문제 때문에 내가 앞장서서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라고 당당히 대답할 수 있을까.

어차피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은 경남도민에게는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김 지사가 '고(Go)!'를 외치는 것도 그런 배경을 믿어서인 것 같다.

하지만, 람사르총회에 오는 외국의 환경전문가들은 한나라당 당원이 아니다. 김 지사는 그들의 물음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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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진주에서 일어난 한 시국사건이 전국 언론에 의해 완벽하게 왜곡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것을 계기로 지역신문 기자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진주신문>과 <경남매일>을 거쳐 6200명의 시민주주가 만든 <경남도민일보>에서 자치행정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역현대사와 언론개혁에 관심이 많아 <토호세력의 뿌리>(2005, 도서출판 불휘)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2007, 커뮤니케이션북스)라는 책을 썼다. 지금의 꿈은 당장 데스크 자리를 벗고 현장기자로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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