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소각 않고 생활쓰레기 묻은 진해매립장

김훤주 2011. 1. 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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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6일 창원시 진해구 덕산동 덕산매립장을 찾았습니다. 생활쓰레기를 소각하지 않은 채로 직매립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가서 보니까 과연 그랬습니다. 대부분이 불에 타는 것들이었고 불에 타지 않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매립장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부피를 줄이기 위해 소각을 한 다음 매립하는데도 여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각 잔재물은 두 무더기만 눈에 띄었고 나머지는 곳곳에 널린 생활폐기물뿐이었습니다. 심지어 '타는 쓰레기 전용 봉투'에 그대로 들어 있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타는 쓰레기인 폐비닐이 대부분이었고 전자 제품 포장재로 쓰인 듯한 폐스티로폼도 있었으며 공공근로 등을 통해 '재활용 마대'에 담아 놓은 쓰레기도 적지 않았습니다.


고무 통, 플라스틱, 나무 문짝, 폐나무, 폐페인트, 보온단열재로 쓰이다가 버려진 것들 등이 곳곳에 널려 있었고 재활용품으로 분류되는 페트 병도 많았습니다.

장롱이나 책상·걸상 같이 대형폐기물로 분류돼 버려졌음직한 것들이 조금 떨어진 데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이것을 겉으로 볼 때 매립을 한 것은 아니고 임시로 쌓아둔 것 같이 보였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이튿날인 12월 27일 창원시 본청과 환경미화과와 진해구 환경미화과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제각각 말이 달랐습니다.

창원시 본청 환경미화과 관계자는 "직매립은 하지 않고 있다. 옛 창원·마산·진해 모두 하루 처리 용량이 제각각 200·100·50t인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폐기물은 전량 소각한 다음 잔재물을 매립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본청 환경미화과 관계자는 "진해 소각장에서 모두 다 처리하지 못할 경우 용량에 여유가 있는 마산이나 창원의 소각장에서 처리한다. 통합된 뒤에는 쓰레기 처리도 통합해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창원시 진해구청 덕산매립장 관계자는 "매립장으로 들어오는 생활폐기물 가운데 소각되는 것도 있고 매립되는 것도 있다. 대부분이 소각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해구청 환경미화과 청소 업무 관계자는 그 까닭을 "진해 소각장에서 다 처리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바로 옆에 있는 매립장으로 가져가 묻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이 관계자는 "종량제 봉투에 담기지 않은 채 버려지는 불법 쓰레기는 구청에서 거둬들여 모두 매립장으로 보낸다"고 했습니다. 소각장으로 가져가 태우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창원시 본청 관계자는 '진해 소각장이 용량이 작아 진해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 일부를 창원이나 마산의 소각장에서 태워 묻는다'고 했으나 진해구청 관계자는 '진해 소각장 용량이 작아 진해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를 다 태우지 못했을 때는 진해 매립장에 그대로 묻는다'고 다르게 얘기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짐작해 보건대 진해구청에서 보고를 똑바로 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가장 큽니다. 진해구청은 보고를 엉터리로 했고 이에 대해 창원시 본청은 현장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불법은 아닙니다. 다만 매립장을 더짓기 어려우니까 사용 연한을 늘리는 효과를 보기 위해 되도록 소각으로 덩치를 줄인 다음 묻는다는 것이다.(소각하면 덩치가 평균 15%로 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생활쓰레기를 태우면 직매립할 때보다 6배 넘게 더 오래 매립장을 쓸 수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소각 않고 직매립을 하면 6분의1밖에 매립장을 쓰지 못합니다.

게다가 침출수와 악취 문제도 있습니다. 생활쓰레기를 내다버릴 때 음식물쓰레기를 담지 못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완벽하게 지켜지지는 않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태우지 않고 그냥 묻으면 침출수가 생겨 토양도 오염되고 썩는 냄새 따위로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잘못을 창원시 진해구 환경미화과 관계자는 저지른 것입니다. 이런 공무원을 창원시는 어떻게 조치할지 궁금해집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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