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낙동강 관련한 좋은 글귀 어디 없나요?

김훤주 2010. 5. 27. 12:38
반응형

지율 스님이 찍은 낙동강 사진을 경남 일대에 순회 전시하는 일이 나름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남낙사모(지율스님 낙동강 생태 예술 사진 경남 지역 순회 전시 추진 모임)가 5월 6일 꾸려진 덕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5월 8일(토) 마산 내서 삼풍대 전시에서 21일(금) 진해 대장동 성흥사 들머리 쉼터 전시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섯 차례 자리를 펼쳤습니다.

물론, 이런 일들은 경남 낙사모 회원 여러분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더욱이 낙동강 사진 순회 전시회는 참여한 이들이 여러 관점에서 갖가지 글을 써서 사진과 함께 블로그와 카페에 올리셔서 파급 효과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관련 글

1. 낙동강 사진전, 강물은 흘러야 합니다~ http://blog.daum.net/090418nana/224 
2. 사찰입구, 장사는 괜찮고 낙동강 사진전은 안되고 http://blog.daum.net/mylovemay/15533556
3. 부처님오신날 절에서 거부한 지율스님 낙동강사진전 http://go.idomin.com/606
4. 창원 정우상가 전시회 - 5월 20일 오후 http://cafe.daum.net/gnnaksamo/BBAu/8
5. 봉하마을 '지율스님 낙동강 사진전' 풍경 http://kisilee.tistory.com/902
6. 낙동강 사진전 그래도 할 만 했습니다. http://blog.daum.net/090418nana/221 
7. 낙동강 사진 정우상가 전시회, 이게 안습입니까? http://blog.daum.net/mylovemay/15533550
8. 여성의 다리에 자꾸만 눈이 갔습니다 http://hbjunsa.idomin.com/entry/지율스님-사진전서-여성의-다리에-눈이-갔습니다
9. 낙동강 사진전 첫 전시회는 험난했습니다. http://blog.daum.net/090418nana/219 
10. 잡상인 취급받은 지율스님 4대강 사진전 첫날 http://go.idomin.com/596

경남 낙사모 대표로서 어쨌든 순회 전시를 책임지는 처지가 되다 보니 어떤 경우는 전시 현장에 있어도 사진 찍는 것조차 어려울 때도 있을 정도인데다 다른 이들이 좋은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셔서 제가 따로 글과 사진을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여태 대여섯 차례 순회 전시를 하면서 듣고 보고 느끼고 하면서 배운 바를 좀 정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리 글을 쓰게 됐습니다.

첫째, 순회 전시를 혼자서 하면 무척 힘이 들고 최소 두 명은 함께해야 좋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5월 14일 오후 2시 창원 용호동 용지못에 코팅한 사진을 들고 갔습니다. 경남낙사모 다른 분들이랑 오후 4시에 같은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전시하기로 했기에 가는 길에 먼저 한 번 펴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용지못에서 둘레 난간에 사진을 죽 늘어 거는 데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혼자서 하다 보니 줄을 팽팽하게 치지 못하는 등 여러 어설픈 구석도 많았습니다.

4시 즈음해 정우상가 앞에 자리를 펴는 데는 그보다 훨씬 덜 걸렸습니다. 당연하게도 여러 사람이 함께하니까 그렇게 된 것입니다.

둘째, 미리 답사를 할수록 좋다는 점을 알았습니다. 무슨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하느냐 하실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장소마다 사정이 다릅니다. 어떤 데는 난간이 있고 어떤 데는 나무가 있고 어떤 데는 가로등이 있습니다. 어떤 데는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미리 지형을 파악해야 걸맞은 전시 방법을 골라잡을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셋째, 다양한 전시 방법을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형도 문제지만 날씨도 문제입니다. 아주 더우면 그늘이 있는 데를 골라야 하고 바람이 많이 불면 그 영향을 적게 받는 전시 방법을 골라잡아야 할 것입니다.

가장 성공적이었던 진해 성흥사 들머리 쉼터 전시 풍경. 실비단안개 사진.


넷째 순회 전시를 우리가 몸소 해야 한다(또는 할 수밖에 없다)고 고정 관념처럼 여길 필요는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누가 이런 수고를 사서 하겠느냐고 하는 순간에 전시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자원 봉사 단체 '꽃들에게 희망을'을 열심히 하고 있는 설미정 선수(봉사단체 잔치에 '망해야 한다는 방명록 http://100in.tistory.com/1388)가 말해줬습니다. 마을 도서관을 운영하는 경남정보사회연구소나 경남여성회 같은 데에 전시 요청을 해보라고 말입니다.

봄밤 이김춘택님도 말씀해 줬습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에 전시 요청 공문을 보내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대규모 노조 조직에서는 받아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확실하게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면서요.

다섯째 사진만 전시하면 너무 밋밋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너무 많은 것들을 곁들이면 오히려 산만해져 눈길과 관심이 흩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습디만.

이는 실비단안개님과 달그리메님이 주로 말씀했습니다. 사진만 죽 늘어놓으면 전시 자체에 굴곡이나 요철이 없어서 재미를 느끼게 하기 어렵기에 재미난 요소를 집어넣어야 좋다는 얘기셨습니다.

그래서 '강물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은 통해야 합니다. 낙동강 사진 순회 전시회' 대형 포스터도 두 장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너비 3m 짜리 펼침막도 하나 장만했습니다.

성흥사 들머리 쉼터 전시 당시 포스터. 달그리메 사진.


사람도 충분하지는 않고 경험도 많이 모자라는 처지에 크게 욕심내면 오히려 일이 안 될 것 같아서, 많이 하지도 못했고 아기자기 꾸미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방명록이랑 모금함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하게는 녹색평론에서 펴낸 3000원짜리 책 <낙동강 Before & After> 100권을 사서 함께 팔고도 있습니다. <낙동강 Before & After>는, 녹색평론에서 단 한 푼도 이문을 남기지 않고 전액을 지율 스님 지원금으로 쓴다고 합니다.

아울러 낙동강을 더욱 깊게 알고 사랑하게 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되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4대강 살리기의 본질과 핵심을 잘 짚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생명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교재이기도 합니다.

여섯째,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는데요,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는 좋은 글귀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낙동강 자체에 대한 것, 아니면 강 일반이나 습지, 또는 자연 생태를 대상을 삼은 글귀들이겠습니다.

전시된 사진을 죽 훑어보면서 가다가, 거기에 의미와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좋은 또는 아름다운 글귀가 나란히 놓여 있으면, 보시는 이들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아직 이것은 전혀 실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글 읽으시는 여러 분들께 부탁 말씀 올립니다. 낙동강 사진 순회 전시회를 더욱 뜻깊게 할 수 있는 좋은 글귀가 있으시면 댓글로 좀 남겨 주십시오. 그러면 참 좋고 고맙겠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제가 아는 것이 요런 정도밖에 안 돼 민망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보기 삼아 적어놓겠습니다.

"자연이 파업을 할 줄은 모릅니다만 앙갚음을 할 줄은 안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생태계 기능을 당장 멈추지는 못하지만 인간이 끼친 해코지가 쌓여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면 해코지 받은 만큼을 고스란히 돌려준다는 얘기입니다."(<습지와 인간> 103쪽)

아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 진해 성흥사 들머리 쉼터 전시 풍경. 실비단안개 사진.


"토끼풀 가는 모가지에 꽃을 맺는 냇가에 서면/ 대지국민학교 나갈 종소리 낭랑하게 퍼져 오고/ 여름 내내 우리는/ 선생님 몰래 멱을 감았다/ 돌틈 사이로 메기 잡는/ 병우가 냇물 깊은 곳으로 자맥질하면/ 꼭순이는/ 검정고무신 넘치도록 피라미를 잡았다/ 수박서리 하러 갔던 홍경이가 멱살 잡혀 돌아오면/ 오후 수업 시작종은 사분의 삼박자로 이어졌다/ 종소리에 놀라 우리는/ 물새궁둥이를 흔들며 교실로 달려갔다."(성기각, '토평천' 부분)

"옛 사람은 산에 가면 유산(遊山)이라 하고 물에서 노닐면 관수(觀水)·관해(觀海)라 했습니다. 관(觀)은 견(見)과 달리 눈여겨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거울을 보듯 내면을 관찰하고 추스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조용한 물을 바라보며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낮은 데로 흐르면서 앞이 막혀도 답답해하지 않고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성품을 길렀습니다."(시인 우무석)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