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이 찍은 낙동강 사진을 경남 일대에 순회 전시하는 일이 나름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남낙사모(지율스님 낙동강 생태 예술 사진 경남 지역 순회 전시 추진 모임)가 5월 6일 꾸려진 덕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5월 8일(토) 마산 내서 삼풍대 전시에서 21일(금) 진해 대장동 성흥사 들머리 쉼터 전시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섯 차례 자리를 펼쳤습니다.

물론, 이런 일들은 경남 낙사모 회원 여러분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더욱이 낙동강 사진 순회 전시회는 참여한 이들이 여러 관점에서 갖가지 글을 써서 사진과 함께 블로그와 카페에 올리셔서 파급 효과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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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낙사모 대표로서 어쨌든 순회 전시를 책임지는 처지가 되다 보니 어떤 경우는 전시 현장에 있어도 사진 찍는 것조차 어려울 때도 있을 정도인데다 다른 이들이 좋은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셔서 제가 따로 글과 사진을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여태 대여섯 차례 순회 전시를 하면서 듣고 보고 느끼고 하면서 배운 바를 좀 정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리 글을 쓰게 됐습니다.

첫째, 순회 전시를 혼자서 하면 무척 힘이 들고 최소 두 명은 함께해야 좋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5월 14일 오후 2시 창원 용호동 용지못에 코팅한 사진을 들고 갔습니다. 경남낙사모 다른 분들이랑 오후 4시에 같은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전시하기로 했기에 가는 길에 먼저 한 번 펴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용지못에서 둘레 난간에 사진을 죽 늘어 거는 데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혼자서 하다 보니 줄을 팽팽하게 치지 못하는 등 여러 어설픈 구석도 많았습니다.

4시 즈음해 정우상가 앞에 자리를 펴는 데는 그보다 훨씬 덜 걸렸습니다. 당연하게도 여러 사람이 함께하니까 그렇게 된 것입니다.

둘째, 미리 답사를 할수록 좋다는 점을 알았습니다. 무슨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하느냐 하실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장소마다 사정이 다릅니다. 어떤 데는 난간이 있고 어떤 데는 나무가 있고 어떤 데는 가로등이 있습니다. 어떤 데는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미리 지형을 파악해야 걸맞은 전시 방법을 골라잡을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셋째, 다양한 전시 방법을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형도 문제지만 날씨도 문제입니다. 아주 더우면 그늘이 있는 데를 골라야 하고 바람이 많이 불면 그 영향을 적게 받는 전시 방법을 골라잡아야 할 것입니다.

가장 성공적이었던 진해 성흥사 들머리 쉼터 전시 풍경. 실비단안개 사진.


넷째 순회 전시를 우리가 몸소 해야 한다(또는 할 수밖에 없다)고 고정 관념처럼 여길 필요는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누가 이런 수고를 사서 하겠느냐고 하는 순간에 전시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자원 봉사 단체 '꽃들에게 희망을'을 열심히 하고 있는 설미정 선수(봉사단체 잔치에 '망해야 한다는 방명록 http://100in.tistory.com/1388)가 말해줬습니다. 마을 도서관을 운영하는 경남정보사회연구소나 경남여성회 같은 데에 전시 요청을 해보라고 말입니다.

봄밤 이김춘택님도 말씀해 줬습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에 전시 요청 공문을 보내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대규모 노조 조직에서는 받아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확실하게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면서요.

다섯째 사진만 전시하면 너무 밋밋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너무 많은 것들을 곁들이면 오히려 산만해져 눈길과 관심이 흩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습디만.

이는 실비단안개님과 달그리메님이 주로 말씀했습니다. 사진만 죽 늘어놓으면 전시 자체에 굴곡이나 요철이 없어서 재미를 느끼게 하기 어렵기에 재미난 요소를 집어넣어야 좋다는 얘기셨습니다.

그래서 '강물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은 통해야 합니다. 낙동강 사진 순회 전시회' 대형 포스터도 두 장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너비 3m 짜리 펼침막도 하나 장만했습니다.

성흥사 들머리 쉼터 전시 당시 포스터. 달그리메 사진.


사람도 충분하지는 않고 경험도 많이 모자라는 처지에 크게 욕심내면 오히려 일이 안 될 것 같아서, 많이 하지도 못했고 아기자기 꾸미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방명록이랑 모금함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하게는 녹색평론에서 펴낸 3000원짜리 책 <낙동강 Before & After> 100권을 사서 함께 팔고도 있습니다. <낙동강 Before & After>는, 녹색평론에서 단 한 푼도 이문을 남기지 않고 전액을 지율 스님 지원금으로 쓴다고 합니다.

아울러 낙동강을 더욱 깊게 알고 사랑하게 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되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4대강 살리기의 본질과 핵심을 잘 짚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생명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교재이기도 합니다.

여섯째,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는데요,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는 좋은 글귀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낙동강 자체에 대한 것, 아니면 강 일반이나 습지, 또는 자연 생태를 대상을 삼은 글귀들이겠습니다.

전시된 사진을 죽 훑어보면서 가다가, 거기에 의미와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좋은 또는 아름다운 글귀가 나란히 놓여 있으면, 보시는 이들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아직 이것은 전혀 실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글 읽으시는 여러 분들께 부탁 말씀 올립니다. 낙동강 사진 순회 전시회를 더욱 뜻깊게 할 수 있는 좋은 글귀가 있으시면 댓글로 좀 남겨 주십시오. 그러면 참 좋고 고맙겠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제가 아는 것이 요런 정도밖에 안 돼 민망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보기 삼아 적어놓겠습니다.

"자연이 파업을 할 줄은 모릅니다만 앙갚음을 할 줄은 안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생태계 기능을 당장 멈추지는 못하지만 인간이 끼친 해코지가 쌓여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면 해코지 받은 만큼을 고스란히 돌려준다는 얘기입니다."(<습지와 인간> 103쪽)

아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 진해 성흥사 들머리 쉼터 전시 풍경. 실비단안개 사진.


"토끼풀 가는 모가지에 꽃을 맺는 냇가에 서면/ 대지국민학교 나갈 종소리 낭랑하게 퍼져 오고/ 여름 내내 우리는/ 선생님 몰래 멱을 감았다/ 돌틈 사이로 메기 잡는/ 병우가 냇물 깊은 곳으로 자맥질하면/ 꼭순이는/ 검정고무신 넘치도록 피라미를 잡았다/ 수박서리 하러 갔던 홍경이가 멱살 잡혀 돌아오면/ 오후 수업 시작종은 사분의 삼박자로 이어졌다/ 종소리에 놀라 우리는/ 물새궁둥이를 흔들며 교실로 달려갔다."(성기각, '토평천' 부분)

"옛 사람은 산에 가면 유산(遊山)이라 하고 물에서 노닐면 관수(觀水)·관해(觀海)라 했습니다. 관(觀)은 견(見)과 달리 눈여겨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거울을 보듯 내면을 관찰하고 추스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조용한 물을 바라보며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낮은 데로 흐르면서 앞이 막혀도 답답해하지 않고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성품을 길렀습니다."(시인 우무석)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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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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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t__nil_login=myblog 실비단안개 2010.05.27 2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저 집에 잘 왔고요,
    오늘 전시 풍경과 무슨 죄를 졌는지 석고대죄하고 있는 섬진강 풍경은
    내일 오후라야 정리가 되겠습니다.
    정리하면 카페에 올리지요.

  2. 유림 2010.05.29 1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간 전시를 많이 했군요.
    여러가지 일이 겹치고 건강이 좋지않아 산에 다니다 보니...

    너무너무 수고하시는데..마음만 보태니 미안할지경입니다.^^

  3. Favicon of http://yongja224@hanmail.net 계운 2010.07.11 0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동강 유역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물막이 터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면서 자랐다.
    가공할 물의 분노를 아는가. 모래가 강의 수심을 높여버렸다.
    물이 담길 그릇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산에서 흘러든 토사가 강에 계속 쌓이면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강둑을 넘쳐서 홍수가 되어 논밭을 쑥밭이 되게 한다. 뿐인가. 동네도 삽시간에 삼킨다.
    수없이 당하는 물난리에 가족을 잃은 친구들의 아픔을 아는가.
    강바닥에 쌓인 모래는 평상시에는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버들치가 인간의 생명위에 있을 수는 없다.
    하천을 정비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이다.
    강에는 물이 흘러야 한다. 대명제이다.
    모래가 쌓여 흐르는 물줄기를 막아 놓는 불행은 낭만이 아니다.
    홍수로 물난리가 난 비참한 사진은 왜 없는가 묻고싶다.
    물의 분노를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4. Favicon of http://yongja224@hanmail.net 계운 2010.07.11 04: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동강에 안동 다목적 땜이 생기면서 실향민이 되었다.
    아직도 고향을 못떠나고 그 주위에서 작은 밭뙈기를 붙이면서 사는 일가친척이 있다.
    어느 해, 새댁이 밭에서 일하는 남편과 시아버지 새참을 가지고 밭에 나갔다.
    갑자기 물막이 터졌다. 강원도에서 국지성 호우가 내렸다는 것도 몰랐다.
    삽시간에 집체 같은 멍석말이 물이 굴러내렸다. 강이고 밭이고 논이고 눈 깜짝하는 순간 없어졌다.
    하늘에는 아직도 흰 구름이 아름다웠다.
    새댁은 포항 바닷가에서 살았던 사람이라 헤엄을 잘 쳤다.
    붉은 치마를 벗어냈다. 노랑 저고리도 벗어던졌다.흰 속치마,흰 속 바지도 벗어냈다.
    벗어 낸 붉은 치마가 몇차례 자맥질을 하다가 없어졌다.
    동네 사람들이 산 중턱을 꽹가리를 치면서 새댁을 응원하며 따라갔다.
    시어머니도, 시숙도, 동서도 울면서 소리 치면서 따라갔다.
    시뻘건 흙탕물이 아름답던 과수원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밭둑에 섰던 전봇대 보다 컸던 미류나무의 꼭대기를 새댁이 물속에서 펄펄 날며 건너 헤쳤다.
    물살에 점점 힘이 빠졌다. 동네 사람들의 응원의 소리가 애원이 되었고 하늘을 향한 원망이 되었다.
    그 동안 반변천의 수심이 심각하다는 마을 사람들의 분분한 의견은 의견으로만 그쳤다.
    논밭보다 강이 더 높았던 것을 마을 사람들 힘만으로는 속수무책이었다.
    재앙이 온 것이었다.
    만삭이었던 새댁의 시신은 다른 마을의 과수원 사과나무에 가로 걸쳐 있었다.
    시아버지와 남편은 시신없이 빈 무덤이 되었다. 시어머니는 그날로 정신줄을 놓았다.
    그들의 생명이 버들치 보다 못한가 묻고 싶다.
    강에는 물이 흘러야 한다. 유유히 도도하게 물이 흘러야 한다.
    그 물에 버들치도 다슬기도 살아야 한다.
    하천 정비가 꼭 되어야 하는 이유다. 강의 분노를, 물의 분노를 바로 알아라. 자연생태도 살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