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MB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은 토건"

김훤주 2010. 5.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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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은 토건이라 합니다. 착각하는 사람이 적지는 않다는데요, '4대강 살리기' 또는 '낙동강 살리기'는 환경운동이 아니라 단순한 토목 공사일 따름이라는 얘기입니다.

"토건국가는 우선 재정에서 토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국가를 뜻한다.

토건국가는 '토건업과 정치권이 유착하여 세금을 탕진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국가'로서 '개발 국가의 가장 타락한 형태'이다. 토건국가의 정상화는 민주주의의 기초적 과제이다."

"한국 정부의 재정에서 토건 부문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까? 2007년도 정부 총지출 규모는 예산과 기금을 합쳐서 237조1000억원이었다.

수송·교통·지역 개발 관련 예산은 18조4000억원이었으며, 민자 유치와 공기업 투자를 포함한 공공 부문 건설 투자는 무려 52조8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렇게 전국 곳곳에서 대대적으로 소중한 국토를 파괴하기 때문에 삶의 질의 기반인 환경 질은 갈수록 악화되고, 그렇게 자연을 파괴하는 데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기 때문에 그만큼 복지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토건 때문에 생태계가 망가지고 나아가 복지조차 실현되지 못한다는 따가운 지적입니다. 그 따가움은 지배 집단뿐만 아니라 대중까지 대상으로 삼을 때 더욱 힘차답니다.

"많은 국민들이 개발주의에 맞서기보다는 편승해서 이익을 취하는 쪽으로 적응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 지역주의도 더 많은 개발을 유치하기 위한 개발주의의 허울에 가깝다.

따라서 토건국가가 발휘하는 구조적 영향력을 개혁하기 위한 시민의 실천을 더욱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의 실천은 시민의 생각이 깨어남을 전제로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글쓴이 홍성태는, 이번에 펴낸 책 <생명의 강을 위하여>에서, 강과 물을 소유와 독점이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구성합니다.

구담습지 모습. 아래가 낙동강 살리기 사업 이후 사진. 지율스님이 찍었습니다.


전통적인 물 관리가 치수(治水) 차원에 머물렀다면 근대에는 그것이 일제 강점기 이후 상수도 건설이 이뤄지면서 일부 전문가와 정치 세력이 생산과 보급을 독점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소유와 독점으로 말미암아 무한재이자 공공재였던 물이 경제재로 바뀝니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아울러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면서 깨끗한 물의 생산은 국가가 할 일이라는 개념이 들어섭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물에 대한 관심은 대중에게서 사라지고 맙니다. 모두가 같이 먹고 쓰는 물이, 일부 전문가와 정치 집단의 전유물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살아 있는 강을 죽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4대강 살리기라는 토목 공사는, "강에 대한 오해와 탐욕에서 강을 크게 괴롭히고 파괴"하는 일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강은 싱싱하게 살아서 우리를 지키고 있다. 일부 구간에 문제가 있기는 하다. 사실 오늘날과 같은 생태 위기의 시대에 모든 구간이 싱싱하게 살아 있는 강은 이 세상에 없다.

일부 문제는 무분별한 개발에서 비롯된 것이다. 직강화, 제방, 대형 댐, 하구언 그리고 하수 처리의 미비가 문제의 핵심이다."


숱한 목숨들이 살아 있는 생태계인 강, 그러면서 살아 있지 않은 것까지 자연스레 놓여 있는 터전인 강,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식수원인 동시에 휴양지이기도 한 강을, 원래 모습대로 살리기 위한 홍성태의 제안은 이렇습니다.

①직강화된 강을 본래대로 굽이치며 흐르게 만들고 수로와 제방을 없애야 마땅하다. ②댐과 보를 되도록 없애고 없앨 수 없다면 적절하게 어도를 둬야 한다. ③수질 악화와 하구 파괴의 주범인 콘크리트 구조물 하구언을 철거해야 한다.

④콘크리트 둑을 없애는 대신 자연 제방을 만들고 습지를 복원·보호해야 한다. ⑤오염된 하수가 하천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수질 정책을 하수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⑥골짜기와 개울 개천 등등 본류로 흘러드는 '지천 살리기'가 필요하다. ⑦전국 주요 하천에 대한 홍수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⑧현대판 봉이 김선달 한국수자원공사를 해체하거나 크게 줄여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⑨당연하게도, '4대강 살리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일목요연합니다. 알아보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이 홍성태와 <생명의 강을 위하여>의 값어치를 높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런 주장을 할 수는 있는 것이거든요.

홍성태와 <생명의 강을 위하여>가 진정으로 가치로운 까닭은 따로 있답니다. 그것은 바로 갖가지 지도와 사진, 통계 수치 같은 풍부한 자료를 동원한다는 데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문제점을, 정서 차원에서가 아니라 실체 차원에서 논리적으로 적시하고 있다는 얘기입지요.

글쓴이 홍성태는 상지대학교 교수로 있습니다. 생명의강순례단,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4대강죽이기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생명의 강 연구단, 한강복원연구단 따위를 꾸리거나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훤주

생명의 강을 위하여 - 10점
홍성태 지음/현실문화연구(현문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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