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김두관 후보가 '귀를 열어놓겠다'는 의미

김훤주 2010. 5. 2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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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치러지는 제5회 동시 지방 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선 김두관과는 서로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알지 못하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김두관 후보가 95년 남해군수가 되기 전에 벌써 제가 그 이름은 알고 있었고 군수 재직 시절에는 어느 가을날 남해 어느 마을 어항 방파제에서 여럿이 함께 퍼질러 앉아 소주를 마신 적도 있으니 아는 사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1999년 제가 기자 노릇을 시작하고 나서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정치인으로서 취재 등등 명목으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니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은 당연히 없습니다.

김두관 후보를 멀리서 가까이서 보고 들으면서 그이에 대해 저는 어떤 이미지를 하나 형성하게 됐습니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풍경이나 대화 주제의 구체 내용은 지난 세월과 함께 아련히 사라지고 없지만, 방파제에서 술을 마실 때 그런 느낌을 처음 받았지 싶습니다.

어쩐지 생기가 넘치는 것 같지 않습니까?

1. "귀를 활짝 열어 놓겠습니다"

17일 저녁 창원 팔룡동 김 후보 선거 사무소 가까운 밥집에서 진행된 '100인닷컴' 소속 블로거 10명과 함께한 인터뷰에서도 저는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선 야권단일후보 김두관은 이렇게 대놓고 말했습니다. "귀를 열어놓겠습니다. '열린 도정'을 하겠습니다." 마주하는 상대를 존중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정치인이 이렇게 말하면 득표를 겨냥한 말장난이라 여겨지기 십상이지만 김 후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김두관이 남해군수를 할 때 어떻게 했는지가 나름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이는 남해군수 시절 실제 '주민 제안 제도'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주민
제안 제도를 통해 실현한 것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김 후보는 이 날 말했습니다. "민선 군수 시절 저보고 '아이디어 군수'라고 많이들 하셨지만 사실 제 아이디어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정책에 반영했을 따름이지요."

남해 군수 시절 김 후보는 민원공개법정도 열었습니다. 군수·부군수·실장·과장에게 있는 정책 결정권을 주민에게 돌려준 것입니다.

이를 통해 남해 보리암 마을 버스 운영 여부를 결정했고 어장 재배정 같은 이해가 날카롭게 마주치는 현안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2. "정보 공개도 주저없이 하겠습니다"

김 후보는 이 날 '주민 참여 예산제'를 실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예산 짜는 과정에서 주민 소리를 '귀기울여 듣겠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자기 필요한 대목을 짚고 예산을 배정하라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이밖에 정보 공개를 주저없이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이런저런 소리를 낼 수 있는 바탕 자료를 성실하게 아낌없이 내어놓는다는 의미가 '주저없는 정보 공개'에는 담겨 있습니다.

'별것 아니지만', 도지사 판공비·업무추진비도 낱낱이 알리겠다고도 했습니다.

합동인터뷰를 주관한 100인닷컴 대표 김주완 기자.


그이는, "도정에는 숨길 구석이 없습니다."라 했습니다. "외교와 안보가 없는데 무슨 비밀이 있겠습니까? 지역 주민들 일상 생활 관련 일과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데 주민에게 숨길 비밀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랬습니다.

3. "합법보다는 합리를 앞세우겠습니다"

그이는 또 STX 조선기자재 공장의 수정만 매립지 진입으로 말미암은 주민 분쟁을 두고는 "실태 파악부터 먼저 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는 '합법'보다 '합리'를 앞세우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합법적인데 왜 그러느냐' 이러면 참 막막해요. 실은 그게 주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불러오는 것이라도 말입니다."

"이런 불일치가 생기는 원인이 입법 과정에서부터 들어 있습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자체가 힘없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요, 다음으로 이런저런 이권단체들의 로비가 엄청나게 작용합니다.

그러니 이들에게 유리한 것이 중립으로 가장한 채 갖은 법률에 이미 녹아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힘없고 아래에 있는 약자들에게는 불리한 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피곤기가 좀 묻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이치에 맞느냐를 먼저 따져 가부를 결정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면 업체 같은 데서 행정 소송으로 들어오겠지요. 그런데 요즘은 법원도 아무리 합법이라도 그 과정에서 합리성이 결여돼 있으면 위법이라는 판결을 많이 하는 줄 압니다."

4. "장애인시설 감리는 장애인께 맡기겠습니다"

김두관 후보는 이날 블로거들의 이런저런 지적 또는 제안에 대해 자기가 전혀 생각지 못한 그런 것 가운데서도 보람 있고 뜻깊은 내용이 있으면 곧바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천부인권이 "점자 보도블록 설치가 완전 잘못돼 있는 줄 아십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공무원이 결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시설은 완공 전에 장애인에게 먼저 사용해 보게 하면 완전 해결됩니다." 했을 때입니다.

김두관 후보는 앉은 자리에서 바로 "잘못돼 있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나 당선이 되면 바로잡는 일을 해마다 연차 사업으로 삼아 추진하겠습니다. 아울러 장애인에게 장애인 시설 감리를 맡기는 쪽으로 만들겠습니다." 했습니다.

모른다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다만 남의 말을 들을 줄 모른다는 사실 또는 자세가 부끄러운 것임을 똑바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5. 이달곤 후보와 차별되는 공약은 "4대강 사업 중단"

김 후보는 말미에 다른 후보와 확실하게 차별되는 공약을 소개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서슴없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저지"를 꼽았습니다.

"이달곤 상대 후보는 찬성을 하지만, 저는 당선되면 경남도지사가 갖는 법적·행정적 권한 범위에서,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중단시키도록 최대한 애쓰겠습니다." 했습니다. "정부의 낙동강 살리기는 엄청난 환경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 전제하면서 말입니다.

정부의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찬성하는 이는 이달곤 후보를 찍으면 되겠고, 토건족 배불리는 토목공사라면서 반대하는 이들은 김두관 후보를 찍으면 되겠습니다.

아울러 '사소하지만' 예순두 살 넘는 어르신에게 틀니나 임플란트를 해 주는 사업을 하겠다는 공약도 차별이 된다고 했습니다. "돈은 얼마 안 들지만 어르신들 10년 정도 젊게 살게 하는 정책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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