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사이판 총기난사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

기록하는 사람 2009. 12. 11. 12:28
반응형

지난 11월 20일 미국령 사이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현지의 실탄사격장 종업원이 임금체불에 불만을 품고 사격장에서 들고 나온 소총과 권총 등으로 사격장 주인부부를 살해한 후, 관광객들에게도 총기를 난사해 한국관광객 6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입니다.

어제 저녁 가장 심한 부상을 입고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박재형(39) 씨의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의 형인 박형돈(43) 씨였는데요.

중상을 입은 동생은 형이 경남 마산에서 운영하는 학원 일을 도우며 결혼 후 처음으로 친구들과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이런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함께 간 친구들은 4년 전부터 나이 마흔(한국 나이)이 되면 해외여행을 갈 목적으로 곗돈을 부어왔다고 합니다.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으로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인 박재형 씨(왼쪽)와 그의 가족. 사진은 둘째의 돌 잔치 때 찍었다. 그는 네 살 난 딸과 두 살 아들을 두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재형 씨는 치료가 잘 되더라도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야 할 상황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세상을 놀라게 한 그런 사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이판 자치정부도, 한국정부도, 그들을 데리고 갔던 여행사도 치료비 한 푼 책임질 수 없다고 한답니다. '법적으로 책임이 없고, 전례도 없다'고 한답니다.

척추에 총탄을 맞고 사이판의 유일한 병원인 CHC에서 개복을 한 후 봉합도 하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고 있던 재형 씨를 한국으로 데려와 생명이나마 건질 수 있었던 것은 형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는 사건 직후 곧바로 사이판으로 날아가 사이판 관광청과 사이판의 한국영사, 한인회장 등을 상대로 강력히 본국 후송을 요청했습니다. 현지 병원에는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도 없었고, 수술장비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항공회사는 위독한 환자를 태우는 데 난색을 표했고, 현지 사람들은 그에게 엄청난 비용이 드는 영리단체의 구급용 항공기를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는 여론에 호소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현지 병원의 동영상을 찍어 YTN에 보냈다고 합니다. 다행이 그 동영상이 YTN을 통해 밤새 방송되자 그제서야 관광객 감소 등을 우려한 사이판 당국이 괌에 있던 특별기를 내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각각 7~8시간에 이르는 대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고, 1주일 치료비만 1000만 원이 넘었지만, 고스란히 그 부담은 가족의 몫이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정부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언론이나 인터넷에 호소해봐라"고 했고, 여행사는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회사에 해가 되는 일이 생기면 소송도 고려할 수 있다"며 압력을 넣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 관계자 "언론이나 인터넷에 호소해봐라"

박형돈 씨는 무엇보다 부산의 사격장 화재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우리 정부나 일본 정부가 보여준 태도와는 너무나 다른 대응방식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부산 사격장 화재사고에는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가서 무릎까지 꿇었습니다. 일본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가 생겼고요. 그런데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당한 피해에 대해서는 언론이나 인터넷에 호소해봐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게 정부가 할 말입니까?"

그는 "자기 자식이 밖에 나가서 깡패한테 맞고 왔는데, 부모가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그 사람에게 따지는 게 아니라, 자식에게 그 깡패에게 찾아가 병원비 달라고 해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면서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느낌이라도 좀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그와 학원 인근에서 맥주를 한 잔 마셨습니다. 그렇게 분통을 터뜨리던 그는 헤어질 때 이렇게 말을 맺었습니다.

"동생이 살아서 온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국가로부터 고아 취급을 받는 건 정말 기분 나쁘고 울분을 느낍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