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마산 토박이들이 즐겨찾는 식당 메뉴는?

기록하는 사람 2009. 9. 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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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자주 찾는 식당이 있습니다. 생선찌게가 주종목인 마산의 평범한 식당인데요. 마산시 동성동 코아제과 옆 주차장 뒷골목에 있는 도원식당입니다.

평범한 식당이지만 역사가 꽤 오래되어 마산 출신의 조각가 문신 선생도 단골로 찾았던 식당이랍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 식당의 주요고객은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또 마산의 토박이들 외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외지 관광객들도 잘 모르는 식당이죠.

그러나 생선을 재료로 하는 요리를 좋아하신다면 나이에 구분없이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저렴하고 푸짐하면서도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메뉴도 생선회(2만 원), 아귀수육(2만 원), 생선국(6000원), 생선찌게(6000원) 등 마산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이렇게 허름합니다.


최근에는 1960년 4.19혁명 직후 민간인학살 전국유족회장이었던 노현섭 선생의 아들 노치웅 씨와 한 번 점심을 먹었고, 경기도 고양에서 저를 찾아온 번역가이자 시민운동가인 이춘열 씨의 점심을 여기서 대접했습니다. 또 경남블로그공동체 모임이 끝난 후 뒤풀이도 여기서 했고, 어제는 병원에서 퇴원하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역시 이곳을 찾았습니다.


오전 11시 20분께 좀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요. 막 밥솥에서 지은 밥을 내놓았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연로하신 아버지를 보시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르신이 드시기엔 밥이 좀 되지 않나요? 뜸은 다 들었는데, 어르신이 드시기엔 좀 될 것 같네요. 그러면 밥솥 아랫부분에 좀 진 밥을 다시 퍼 드릴께요."

그러더니 과연 밥을 한 그릇 더 퍼왔습니다. 아들 된 입장에서 아버지를 이렇게 배려해주니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밥 한 그릇 값은 추가하지도 않았더군요.

이 식당은 밥을 공기에 미리 담아놓지 않는다.


특히 이 식당은 미리 밥을 해놓고 식기에 담아 보관하는 게 아니라, 때마다 밥을 새로 하여 솥에서 바로 퍼주기 때문에 밥알에 윤기와 찰기가 있습니다.


생선국이나 생선찌게나 1인분에 6000원인데, 생선이 아주 다양하고 푸짐합니다. 찌게에 들어가는 생선 종류도 그날 그날 어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다양한 잡어들이 재료로 쓰입니다. 뭘 시키더라도 생선구이가 기본으로 나오는데, 구이도 그날 그날 생선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이 생선찌게는 4인분이다.


생선찌게는 매운탕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릅니다. 시원하고 매운맛보다는 구수하고 감칠맛이 강조된 게 찌게입니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지 않는 노인들이 즐길만 하지만, 경남에서 살아온 제 경험으로는 집에서도 주로 이렇게 끓여먹습니다. 찌게와 달리 생선국은 맑은 국물(흔히 '지리'라고 하는)로 끓여낸 것입니다.


어제는 아버지와 누나, 아내, 그리고 나까지 4인분을 먹었는데, 너무 많아 제법 남기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주머니 말로는 남자들끼리 왔을 땐 대부분 남김없이 다 먹는다더군요.

이 식당은 생선회도 한 접시에 2만 원입니다. 요즘은 주로 전어를 내놓는데, 계절에 따라 제철 횟감과 잡어들을 썰어줍니다. 요즘 어느 횟집에도 2만 원짜리 회는 없는데, 이렇게 저렴하니 어르신들이 자주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4명이 와서 회 한접시를 시켜먹고, 생선찌게 4인분을 먹어도 4만4000원이면 됩니다.

2만 원 한접시 생선회. 전어와 잡어가 섞여 있다.

서비스로 나오는 게.

실비단안개 님이 파비 님을 위해 발라놓은 게살.


회를 시키면 게를 쪄서 내놓기도 하는데, 얼마 전 블로거들의 모임 때 테레비저널의 파비(정부권) 님이 "발라 먹기 귀찬다"면서 게를 먹지 않더군요. 그 말을 들은 실비단안개님이 게살을 일일이 발라 파비 님에게 건넸습니다.


다음에는 타 지역에선 잘 먹지 않지만, 마산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구 수육도 이 집에서 한 번 먹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이 식당도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신용카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인 할머니의 연세도 많으신데다, 주요 고객도 주로 토박이 단골들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 쯤이야 푸짐하고 맛깔스런 음식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식당입니다.

도원식당의 메뉴판.

상치도 이런 식으로 내놓는다.

파비 님에게 주기위해 게살을 발라내고 있는 실비단안개 님.

회를 시켰을 때 주는 기본 상차림. 이 때 시킨 회는 1만5000원어치였다.

식당 내부 방안 모습. 가정집 같은 풍경이다.

이춘열 씨와 점심상.

생선은 굽지 않고 쪄서 나오는데, 어른들이 먹기에 부드러워 좋다. 생선은 날마다 달라진다.

생선찌게 2인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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