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울산·포항·창원서 맛본 고래고기 지존은?

기록하는 사람 2009. 11. 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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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생에서 먹는 일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지출하는 비용은 별로 아끼지 않는다는 뜻이죠.

'고래고기'라고 하면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전학간 부산의 수정시장 길바닥에서 파는 것을 먹어본 기억이 납니다. 그 때의 맛은 '비릿하다'는 기억밖에 없습니다.

그 후 몇 년 전 가족들 모임에 울산에 사는 제부가 밍크고래라며 수육을 사와 맛본 적이 있는데, 그 땐 어릴적 기억과 달리 상당히 담백하고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고래고기의 참맛을 보고 마리라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지난 8월 21일 우연히 울산이나 포항도 아닌 창원에서 고래고기를 먹을 일이 생겼습니다. 그날 환경운동연합 후원의 밤에 파비(정부권) 님과 참석했었는데, 술이 모자라 행사장에서 나온 뒤 찾아간 곳이 고래고깃집이었기 때문입니다.


환경단체의 행사를 마치고,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고래고기를 먹으러 갔다니 욕 먹기 딱 알맞을 일입니다. 환경단체는 포경을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

예상대로 창원의 고래고기는 꽤 비쌌습니다. 둘이서 먹기에 적당한 메뉴를 달랬더니 '모듬'으로 6만 원짜리를 권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시켰는데,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수육과 육회무침, 그리고 생고기를 함께 줍니다.


나름대로 구색을 맞춘 고래고기 메뉴였습니다. 그러나 둘이 먹기에도 양이 좀 적었습니다.

그 후, 파비(정부권) 님, 커서 님과 함께 신라고도 경주에 선덕여왕 유적지 답사를 갔다가 9월 19일 돌아오는 날 포항 죽도시장에 들렀습니다. 기대했던대로 죽도시장에도 고래고깃집이 있더군요. 

시장통 안에 두 개의 고래고깃집이 나란히 있었는데, 식당 앞에서 아래 사진처럼 주인 아주머니가 고래고기의 각종 부위를 놓고 썰고 계시더군요. 신기해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이렇게 구경을 하고 두 곳 중 '원조 할매고래'라는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손님들이 많더군요. 이렇게 식당에서 먹고 가시는 분들 외에도 바로 수육을 사가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택배비(4000원)만 부담하면 택배로도 보내준다고 하더군요.


위의 사진 중 로마군인의 투구 모양처럼 생긴 것은 고래의 이빨이랍니다. 이렇게 내놓고 수육을 썰어 저울에 무게를 달아 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고래고기의 본고장이라 그런지, 창원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했습니다. 수육은 한접시 2만 원~3만 원, 육회도 2만 원~3만 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수육 작은 것(2만 원) 한 접시를 시키고, 육회는 반 접시(1만 원)만 시킬 수 없냐고 물었더니, "원래는 안 되지만 외지에서 오셨으니 맛이나 보라고 반 접시를 드리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아래 육회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수육도 부위별로 골고루 다양하게 갖춰진 것 같았고, 육회(생고기)도 1만 원짜리 치고는 꽤 많았습니다. 우리가 이 식당을 찾은 시간은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시간이었는데, 대낮임에도 소주 세 병을 비웠습니다.

제 입맛에는 수육도 별미였지만, 육회가 더 맛있었습니다. 광주에서 파는 소 생고기보다 더 부드럽고, 맛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다른 그런 맛이었습니다. 커서 님과 파비 님도 연신 맛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국 육회 반 접시를 더 시켰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아래 사진입니다. 육회는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손님이 시키면 이렇게 썰어주는데, 처음 나온 것보다 두 번째가 좀 더 큼직하게 썰어 나온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맛객 님의 평가처럼 제가 전문적으로 고래고기를 품평할 수는 없지만, 이 집에서 먹은 게 가장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맛객 님이 맛보신 구룡포와 울산 장생포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혹 맛객 님 이 글과 사진 보시면 품평 한 마디 곁들여 주세요.

※ 맛객 님의 글 : 알고 먹어야 참맛을 느끼게 되는 고래고기


어쨌든 그날 고래고기 수육과 육회를 안주로 얼큰하게 취한 저와 파비 님은 운전대를 잡은 커서 님 옆에서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떠들었습니다.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입니다.

그 후, 10월 들어 울산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친지의 아들 결혼식 때문이었는데요. 그날도 고래고기가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식장에서 만난 제 자형과 제부를 설득해 장생포로 가자고 졸랐습니다.

그랬더니 울산에 사는 제부가 "장생포까지 가지 않더라도 더 맛있는 곳이 있다"며 안내한 곳이 아래의 '고래세상'이었습니다.

이 집은 시내(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근처)에 위치한 식당이라서 그런지 식당 내부가 아주 깨끗하고 고급스러웠습니다. 가격도 포항 죽도시장의 '할매고래'보다 좀 비싼 편이었습니다. 수육과 우네, 오베기 등을 구분해 파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모듬을 시키면 되는데, 7만~10만 원에 달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울산에서 말하는 '육회'와 포항의 '육회'가 다르다는 건데요. 울산에선 육회를 '무침'으로 내놓더군요.

어쨌든 수육부터 한 번 보겠습니다. 색상이 아주 화려합니다.

위의 사진과 같이 모듬을 시키면 각종 다양한 부위의 수육과 함께 포항 죽도시장에서 먹었던 그 '육회'도 함께 얹어줍니다. 왼쪽 아래 부분의 붉은 색 살코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울산에서는 이것을 '육회'라고 부르지 않고 '막찍기'라고 부르더군요. 막찍기도 따로 한 접시를 시킬 경우 3만 원입니다.

울산에서 말하는 육회는 바로 위의 사진처럼 가늘게 살코기를 썰어 배와 양념에 무쳐주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었습니다. '막찍기' 육회와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맛을 보기 위해 찌게 1인분(7000원)을 시켜봤습니다. 먹어봤더니 영락없는 쇠고기국밥 맛이더군요. 그러나 쇠고기국밥보다는 좀 더 담백하고 시원한 듯 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고래고기는 바다에 살면서도 포유류에 속하는 특이한 동물입니다. 그래서인지 생선의 맛과 육고기의 맛이 함께 느껴지는 오묘한 고기였습니다.

이렇게 세 곳에서 먹어본 고래고기 중에 가장 맛있었던 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포항 죽도시장의 그것을 꼽겠습니다. 가격도 저렴했지만, 맛도 울산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아직 고래고기의 참맛을 잘 구별해내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남자 3명의 경주 여행과 죽도시장의 시끌벅적함, 그리고 낮술이 고래고기와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아들녀석도 함께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은 죽도시장의 고래고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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